그건, 화이트플로럴향이 아니에요.

새로운 취향의 발견

by young

향수 만들기를 하러 공방에 다녀왔다. 어떤 향을 좋아하냐는 조향사의 물음에 나는 당당하게 '화이트플로럴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플로럴의 종류를 읊었다. 투베로즈, 재스민, 가드니아. 내가 좋아하는 꽃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아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는 백합 향이 좋아요."

"백합? 음... 백합도 하얀 꽃이지만, 일반적인 화이트플로럴향은 아니에요."


그는 백합을 날것의 꽃향기에 비유했다. 꽃을 꽃밭에서 툭 꺾으면 퍼지는 달큰한 꽃향기와 쌉쌀한 풀내음이 섞인 향. 화이트플로럴은 좀 더 관능적이고 섹시한 향이라고 설명했다.


"맞아요! 전자의 향을 좋아해요."


나는 내 취향을 정확하게 짚어낸 그의 표현에 감탄했다. 불리 1803에서 루브르 에디션으로 선보였던 '공원에서의 대화'가 딱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젠 중고로도 구하기가 힘든 향수다.

한 시간 남짓 열심히 시향 하며 만든 향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제 중고로 뻘뻘거리며 '공원에서의 대화'를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내 마음에 쏙 드는 녀석을 만들었으니까!






우울과 불안은 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뭉뚱그린다. 취향을 또박또박 옮기지는 못해도, 적어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는 알고 싶다.


그냥 좋아해요.

싫어하진 않아요.

좋아하나? 모르겠어요.


타인의 입에서 타인의 언어로 내 취향을 알게 되는 것. 나를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느낌이 살짝 불편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의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찾을 수 없다. 그들의 언어로 깨달은 것들을 내 안에서 한참을 곱씹은 후에야 내 언어로 내 취향을 말할 수 있다.


머릿속을 부유하는 생각에게 적절한 단어의 옷을 입혀주는 것.

어렵지만 계속해야 하는 것.






금요일 오후반차와 바꾼 향수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 시대: 명령어로는 쓸 수 없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