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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Dec 10. 2020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아이 셋 부모, 통학차량에 주목하다>

 여기 동업을 잘 한 케이스가 또 있다. (이전 챕터에서 소개한 L과 M처럼) N과 O 역시, 각자 분야에서 확실한 경력을 가진 두 명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루었다. N은 영업, O는 IT업계에 종사한 바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들은 부부라는 점이다. 그것도 아이 셋을 둔 부모.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통학차량에 아이를 태울 때의 불안감을. N과 O 역시 30년 전에 불편하게 탔던 학원 통학차량을 그들의 자녀들이 똑같이, 오히려 더 불안하게 타고 있는 현실이 의아했다. ‘왜 이건 아직까지 아무도 해결하지 않고 있었지? 안 되겠다. 이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자.’라는 생각이 사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세 명의 자녀를 둔 부모가 창업한, 안전한 통학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문을 열자마자 1,500곳의 학원과 기관에서 문의가 쇄도했다. 마케팅을 하면 감당할 수 없는 정도라 마케팅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해당 업체의 IT서비스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에도 탑재될 예정으로 통학차량을 벗어나 고급차 브랜드에서도 탐낼만한 역량 있는 서비스임을 입증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홍보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는 요즘같은 시대에 도대체 마케팅이 필요 없는 스타트업이라니? 과연 그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세일즈와 IT의 황금조합>  

 백화점에서 근무하며 세일즈 여왕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아내 N이 먼저 시장조사에 나섰다. 유명 학원가 원장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서울 강남구, 양천구, 노원구, 마포구 등 1천 군데가 넘는 학원을 방문해 의견을 수렴했다. 시장에 분명한 수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상담 차 방문했을 뿐인데 통학차량 서비스가 나오면 이용하겠다며 협약서를 쓴 학원만 30군데가 넘었다. 원장들에게도 통학차량 문제는 늘 골칫거리였던 것이다.

 남편 O는 IT 회사, 게임 회사, 디지털 콘텐츠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통학차량 관리 기능이 가능한 앱을 직접 개발했다. 앱을 통해 통학차량의 위치와 노선, 스케줄 등의 정보를 학부모와 학원장, 운전기사가 사용자 별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충분한 시장조사와 앱 서비스 개발까지 창업 준비 기간으로 약 2년이 소요됐다. 이후 2018년 4월, 창업을 하자마자 학원 50곳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계약금을 미리 지불하고 통학차량 서비스를 목을 빼며 기다리고 있던 학원들이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도 진정성은 있어야 한다>

 O는 단순히 앱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았다. 통학차량 서비스는 학부모와 학원장, 운전기사라는 3가지 주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중 운전기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시장에는 12만 대의 통학차량이 운행 중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지입 기사(기사가 개인 차량으로 업체와 계약 맺어 근로)가 운행을 하고 있다. 차량이 노후화되고 운전기사들의 안전 의식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인 것이 문제였다. 결국 O는 신(新) 차를 직접 구매하고 운전기사 역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차량을 구매하고 사람을 고용하면 자본금 부담이 커지지만 그래야 진짜 안전이 보장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체에 고용된 기사들은 80페이지가 넘는 안전 매뉴얼 교육을 받았다. 안전 분야를 책임지는 매니저와 동승하며 현장 실습을 거쳤고 이론과 실무교육을 병행하며 안전과 매너를 지키는 운전기사로 거듭났다. 주위에선 업체를 향해 IT 분야 스타트업이 아니라 운수업이 아니냐며 비아냥거렸지만 얄팍한 상술이 아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두 대표의 집념과 진정성은 오히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동력이 되었다.


“통학에 대한 문제 해결이 궁극적 목표였습니다. 조금 무식하긴 했지만, 단순했지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성공 포인트>

 N과 O에게는 여러 성공요소가 중첩되어 있다. 전문분야가 확실한 두 사람이 동업을 했다는 점, 철저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는 점,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뚝심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 O 대표의 사업 경험이다.

 O 대표는 2013년 인공지능 챗봇을 만드는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4~5년간 잘되지도 못되지도 않은 사업을 운영했지만 한 번 사업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었기에 체계적인 사업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능숙해져 있었다. (실제로 재창업의 경우 첫 창업 보다 성공 확률이 1.6배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통학차량 스타트업을 창업한 직후 서비스를 의뢰하는 문의는 쏟아졌지만 O는 서비스 대상을 무조건 늘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20대까지 문의가 들어왔을때 당분간 그 이상의 서비스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차량 구매와 인력 확충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지만 학원 관리, 차량 관리 방법 등을 데이터화해 표준화된 샘플 케이스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또한 현장을 알려면 두 발로 직접 다 뛰어야 했다. 흩어져 있는 차량의 동선을 모으는 등 시행착오를 하나씩 개선하며 수익모델을 빌드업했다. 20대 다음으로 21대, 22대 차량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100대를 보며 사업을 구축해 나간 것이다. 수요는 일찌감치 확인했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는 일만 남았다. 매월 10대씩 신차를 출시해 1년에 150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본인들만의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서울과 대한민국 통학 시장의 플랫폼, 하나의 표준이 되고 싶습니다."



 5년 전, 어린이 통학차량을 심층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통학차량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인지했기에 정부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주길 바랐다. 아이를 키우며 그 염원은 더 커졌지만 매년 들려오는 뉴스란 차량에 혼자 남아 있던 아이가 안전벨트를 풀지 못해 한여름에 질식사했다는 등의 암울한 얘기였다. 아이 유치원 선별 기준 중 하나가 ‘도보로 갈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 통학차량의 현실을 봤던 것,

엄마의 시선으로 학원장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 것,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똑똑한 아빠의 단순 무식함.

이들이 블루오션에 사뿐히 안착한 이유일 것이다.












금수저, 고학벌이 아니어도

작지만 확실한 성공을 거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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