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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Jan 22. 2021

진짜 리더의 조건


<성공하는 회사의 공통점>    


 성공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각양각색의 리더들 사이에서도 공통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리더를 제외하고 더욱 확실한 공통분모가 자리한 지점이 있다. 바로 직원들이다. 소위 잘 되는 기업들은 직원들이 다르다. 단순히 스펙이 좋거나 스마트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소위 말하는 '주인정신'이 있다. 대표가 없는 자리에서 대표처럼 나서서 회사를 홍보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진짜 주인들이다. 그러한 주인들이 회사 곳곳에 포진되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한다면 회사의 미래가 어떠할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어 회사가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리더가 어떠한 태도와 마인드로 직원들을 대해야 그들이 주인정신을 갖고 일하게 될까?


  답은 90세를 넘긴 Q 회장에게서 찾아보려 한다. 60년 간 섬유업계에 종사하며 세계시장 1위 자리를 석권한 Q 회장. 그의 지난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리더가 어떠한 자세를 갖고 직원들을 대할 때 직원들의 애사심이 고취되는지, 이를 통해 사업을 어떻게 성공적으이끌 수 있는지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세계 벨벳 시장 점유율 1위>    


 1960년 대구에 문을 연 소규모 섬유업체. Q는 남편과 함께 기계 4대를 빌려 창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털실을 짜던 영세 업체였지만 그들은 고급 원단인 벨벳을 생산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벨벳은 독일과 일본 등 기술 선진국에서만 생산 가능한 섬유였고 100% 수입에만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창업주는 완벽한 제품에 대한 예술가적 열정 하나로 제대로 된 기계설비도, 기술력도 없이 숱한 시행착오 끝에 국내 최초로 벨벳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국내 최초로 아세테이트 벨벳, 면벨벳 등을 잇따라 개발했고, 이후 세계 최초로 물세탁이 가능한 마이크로 벨벳을 개발하며 해당 상품이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폭발적인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국내보다 세계시장에서 더 유명한 Q 회사는 2001년부터 세계 벨벳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0년에 3천만 불 수출탑 수상과 월드클래스 기업 선정, 벨벳 관련 특허 14종을 보유하는 등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Q는 그간 국가 경제 발전에 공로한 바를 인정받아 2019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는 기업이라 해도 수십 년간 사업체를 운영하며 왜 위기가 없었겠는가. 1997년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로 잘 나가던 Q 회사도 하루아침에 부도 위기를 맞았다.     



        


<어디를 가든 진실은 가지고 가라>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 공장을 대구에서 구미로 이전하며 해외 리스를 통해 대규모 생산 설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1,000억 원대의 부채가 발생했는데 갑작스러운 IMF 위기로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경기 악화로 판매율이 급감하면서 부채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순간에 회사가 고꾸라지며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되었다.   


 Q와 창업주는 대구 소재 공장은 물론 전국에 있는 개인 땅과 아파트까지 몽땅 처분해 부채 상환에 나섰다. 서울 강남의 빌딩용 부지, 동대문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의 점포 등 당시 100억 원 대, 현재 가치로 3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팔았다. 주위에선 회사를 그냥 부도 처리하고 개인 재산만이라도 지키라며 충고했지만 Q는 결코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었다. 회사에는 40년 가까운 본인들의 역사가 담겨 있었고 스스로에게, 자녀들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릴 때 배웠던 건 써먹지도 못할 만큼 세상이 빨리 바뀌어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진실이죠. 경제인들을 만나면 말합니다. 내가 나를 속이지 말고 회사 가족이든, 집의 가족이든, 아이들에게든 언제든 당당하라고. 그러기 위해서 진실은 어디를 가도 갖고 가라고. 내가 나를 속이면 어디를 가도 작아집니다. 결국 그 진실은 다 돌아옵니다."


 Q는 개인 재산까지 몽땅 팔아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회사의 기술력을 무기로 채권 은행들 설득에 나섰다. 당시 주거래은행은 Q와 쌓아온 신뢰와 신용이 있었기에 돈을 빌려 주지는 못하지만 이자를 낮춰주기로 결정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했다. 은행 측이 이자의 이자를 다음 해에 상환하는 것으로 편의를 봐주면서 Q 회사는 겨우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직원들과 힘을 모아 위기의 파고를 넘다>


 Q와 창업주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결국 기술력으로 승부한다.’는 결심 아래 직원들과 함께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했다. 그 결과 물세탁이 가능한 마이크로 벨벳이 개발되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그렇게 직원들과 힘을 모아 3년 만에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숱한 고난과 역경을 넘기고 맞이한 새해 아침. 공장에 모인 직원들 앞에서 신년사를 하는 자리였다.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부터 직원들에게 한 차례도 보너스를 주지 못했는데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불과 몇 년 만에 30%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다시 돌려줄 수 있게 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준 직원들이 Q진심으로 고마웠다. Q는 자신도 모르게 직원들에게 엎드려 큰 절을 했다.    

 

“이 벨벳 원감 한단 나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이 가는 줄 압니까? 22명 넘는 손을 거쳐 갑니다. 우리 직원들은 수출 날짜를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어요. 회사가 잘 돌아가게 해주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직원이죠.”    



        


<세계 1등 기업을 만든 비결>    


 지방의 작은 섬유 업체를 세계 1등 기업으로 만든 Q. 그의 회사에는 두 가지 성공 비결이 있었다.      


 첫째는 주저할 것 없이 기술력이다. 벨벳은 생산 자체가 까다로워 제작 과정에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섬유이다. 즉, 진입장벽이 높았다. 이와 더불어 Q는 시장 개척에도 활발히 나섰다. 해외를 마음대로 오가기도 어려웠던 60년대 당시부터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을 내다봤다. 남편이 타계한 후 전적으로 회사 경영을 은 Q 회장은 벨벳 사용 영역을 다각화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의류에 머물던 벨벳을 소파 커버, 침대커버, 이불, 가구, 벽지, 자동차, 선박 등의 시장으로 확대했다.     


 또 하나의 성공 비결은 Q의 태도와 신념에 있다. 회사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멋진 회사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신념.          





<이 시대의 진짜 영웅>     


 재단을 운영하며 사회 공헌에 적극적인 Q 회장은 직원의 자녀들에게 가장 먼저 장학금 전달을 시행했다. 하루는 장학금 지급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다 장학금이 자녀들 통장으로 들어가고 는 사실을 확인했다. Q 회장은 과연 그렇게 무심하게 보내지는 돈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 곧바로 직원들자녀를 회사로 초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이들을 위한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고 부모들이 직접 만든 벨벳 조끼와 모자를 선물했다. 회사 홍보 영상을 보여주며 부모가 일하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는 공장 한편, ‘수출탑’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Q 회장은 아이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 여기 수출탑 보이시죠? 이게 굉장한 거예요. 그런데 이거, 누가 세운 줄 아십니까? 여러분의 아빠 엄마가 세운 겁니다. 여기서 정직하게 땀 흘리고 성실하게 일해서 직접 세운 거예요. 판사가 달러를 법니까, 의사가 달러를 법니까. 여러분의 아빠 엄마는 달러를 버는, 이 시대의 진짜 영웅입니다.”   


 존중심. Q 회장이 자녀들 앞에서 보여준 것은 그들의 부모에 대한 존중심이었다. 한낱 공장 노동자, 내가 부리는 부하 직원이 아니라 회사를 함께 일으키며 수출탑까지 세워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자녀들이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또한 그 부모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몇 년이 흘러  당시 한 자녀가 회사로 Q 회장을 찾아왔다. 그때 회장님의 말씀에 감동을 받아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지금은 자신도 회사에 취직해 일하고 있는데 꼭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 왔다고 했다.  


 Q는 무섭게 호통도 치는 기백이 왕성한 리더이었지만 직원들에 대한 연민과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들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와 존중심은 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 냈다. 실제로 회사의 공장 근로자들 중 20년 근속한 직원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직원들의 근속 연수는 길었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충만한 직원들, 오랜 경험을 통해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가진 직원들, 그들이 곳에서 자신의 맡은 바를 묵묵히 해 나가는 회사. 그런 회사가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 회사는 잘되겠다.' 하는 기업은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판가름이 난다. 리더가 아니라 직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회사에 직원이 100명이어도 주인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있고 직원이 10명인데 10명 모두 주인처럼 일하는 곳이 있다. 그렇다면 후자는 이미 이기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인정신은 아주 심플하게도 리더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을 때 발현된다. 당신의 회사에 진짜 주인이 몇 명이 길 바라는가? 1 기업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직원에게 존중심을 보여줘라. 주인이 되어 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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