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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Nov 18. 2020

혼돈의 시기에 던지는 단 하나의 질문


<창업 6개월 만에 터진 금융위기로 존폐의 기로에 서다>

 대기업 고객센터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던 I. 기민한 업무처리 실력으로 고속 승진했던 I는 더 이상 팀장이 아닌 사장이 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2007년, 대기업의 고객센터를 맡아 위탁 운영하는 업체를 창업했다.  대기업 고객센터에서 잔뼈가 굵었던 터라 I는 고객(대기업)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위탁업체의 수동적 태도였다. 기업들은 고객센터에 CS 업무를 위탁할 때마다 ‘왜 우리 회사 일처럼 해 주지 않는 거죠? 왜 문제를 같이 고민해 주지 않나요?’ 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I는 ‘CS의 본질이 뭐지?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은 뭘까?’하고 자문했다. 결국 I는 능동적으로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CS업계의 맥킨지와 같은 업체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업계에서 늘 인정받으며 일했기에 I는 자신있게 사표를 던지고 호기롭게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창업한 지 반년 만에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혼돈의 파도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나를 일으켜 세운 단 하나의 질문>

 I 역시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예정되어 있던 고객사 업무가 모두 취소되었다. 그나마 하고 있던 업무들까지 대폭 줄면서 회사가 휘청거렸다. 동종 업계 업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줄줄이 문을 닫았다. I 역시 창업 6개월 만에 폐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칠흑 같은 어둠의 시기. I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해답을 찾아야만 했다. 깊은 수면 아래로 침잠하듯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 I는 집요하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게 뭐지? 우리 회사가 제일 잘하는 게 뭘까? 나는 그것만 붙들겠다.”

 I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해 고객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당시 회사는 단순히 CS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해왔다. 걸어오는 전화를 받고(인바운드) 문의를 상담하고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먼저 거는(아웃바운드) 업무를 새롭게 구상했고 I는 해당 프로젝트를 교육 회사에 제안했다. 교육 회사는 회원가입만 하고 구매를 하지 않는 잠재 고객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잠자고 있던 기존 회원들을 깨워 매출을 증대시키는 것이 I의 전략이었다. I 가 추진프로젝트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그러자 입소문을 타고 교육 회사 12군데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왔다.



<숙명처럼 찾아오는 절체절명의 위기>

 10년 간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어디 위기가 이 뿐이었을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권의 변화에 따라 위기는 불현듯 찾아왔다. 또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정부 시절 보이스피싱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며 사회 문제로 급부상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당시 정부는 전화권유 판매업체의 영업활동(아웃바운드)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보이스피싱과 아웃바운드 업무가 헷갈린다는 이유였다. 전국의 30만 명 상담원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I 대표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아웃바운드 업무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해당 업무를 늘려 왔는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5년 동안 운영되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일감을 잃게 되었다. 수십 명의 직원들과 적막한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러부터 3개월 후, 사실상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불 꺼진 조용한 사무실. I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새로운 사업 아이템 발굴에 몰두했다. 때마침 NGO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주말, 혹은 새벽시간에 아동 후원 관련 TV광고가 송출될 때 실시간으로 전화 응대를 해줄 수 있냐는 문의였다. 광고가 나간 이후 바로 연결되는 전화는 곧바로 후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후원단체 입장해서는 전화 한 통 한통이 매우 소중하다. 그런데 주말과 새벽시간에는 단체 직원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I는 난감했다. 주말, 새벽 시간에 전화 응대를 할 직원을 찾을 수 있을지, 그러한 시스템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정말 다 끝이었다. 지난 10년 간 수차례의 위기를 맞으면서, 그리고 극복하면서 I는 스로에게 이 말을 되풀이하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이 일은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가 확실하다.’   

 I는 해당 업무를 맡기 위해 ‘시간제 서비스’를 새롭게 고안해 냈다. 일정한 기간과 시간에만 고객센터 업무를 제공하는 시간제 서비스에 고객은 높은 만족도를 표했고 이번에도 입소문을 타고 여러 NGO 단체에서 문의가 들어왔다. 처음엔 큰돈이 되지 않은 일이었지만 작은 일들이 모여 큰 업무가 되니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이 되었다.



< 위기에서 찾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

 I 대표는 이를 계기로 실시간 전담 방송센터를 만들게 되었다. 또한 이때 실험적으로 도입한 ‘시간제 서비스’로 고객센터 업무가 부분적으로, 필요한 일정 시기에만 위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I 대표 스스로도 깨닫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I 회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게 된다. 더 이상 대기업만이 대상이 아닌,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고객센터 대행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시간제 서비스는 사실상 중소기업의 특성에 딱 맞는 맞춤형 서비스였다. 중소기업은 성수기 기간 등 CS 업무가 집중되는 기간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비용 상의 문제로 CS 업무를 일괄 대행하는데 부담을 갖는다. 또한 중소기업 직원들의 경우 본인의 업무와 CS 업무가 혼재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CS 업무 외주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며 직원들의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현재 업체의 전체 사업 중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비중은 90%에 이른다.


 이전에 없던 시간제 서비스, I는 30년간 정체돼 있었던 CS 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31대 대한민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됐고 2019년 중소기업 경영혁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회는 내 안에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만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변화의 시대,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성공의 노하우가 여러 가지이듯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하나로 정의 수 없다. 분명 나만의 방법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그것은 스스로에게 끈질기게 묻는 것이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신중히 살펴야 한다. 밖으로 향해 있던 에너지를 안으로 돌려 내면과 깊이 마주해야 한다. 나의 관심사와 능력을 객관화하는 과정을 통해 정확한 메타인지가 가능해졌을 때 자신만이 창출할 수 있는 독자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I는 창업 직후 직면한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세상을 원망하고 한탄하기보다 그 시간마저 아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능동성. I 대표가 창업 당시 CS업계 맥킨지를 표방하며 갖추고자 했던 업의 본질적 요소이자 본인이 가진 강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남들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고객층을 공략해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누구에게 서비스를 팔 것인지 고민한 뒤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까지도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 대안을 마련했다. 지난 정부에서 맞이한 폐업의 위기에서도 본인과 본인의 회사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책을 능동적으로 마련해 살길을 도모했고 이는 자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자 성장 동력이 되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이지만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비로소 찾을 때, 내 안의 핵심 역량을 끌어내 이를 사업과 융화시킬 때, 끝을 보는 상황에서도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을 때,  I 대표가 몸소 증명하듯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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