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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Feb 10. 2021

자폐 장애인 고용해 매출 8배!


<자폐 장애인을 채용한 IT 회사>  

 서번트 증후군. 자폐증을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드라마 ‘굿닥터’에서 배우 주원이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주인공 의사 역할을 하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드라마와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이러한 자폐성 장애인(발달 장애인)을 고용해 생산성을 대폭 높이는 회사가 있다.


 F2015년, 소프트웨어 테스팅과 인공지능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IT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는 자폐성 장애인뿐 아니라 청각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등 전체 직원 중 50%를 사회적 약자로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회사는 창업 이후 매년 2~3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자폐장애인들이 맡은 분야는 전년 대비 매출이 8 증가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걸까? 

 수년 전 복지 분야를 2년간 취재하며 장애인을 고용하는 선한 기업들을 꽤 만났었다. 하지만 장애인의 직업은 제과제빵사, 바리스타, 마사지사 등에 한정되어 있었고 그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그런데 인공지능 데이터를 가공하는 업무에 자폐성 장애인을 투입한다고? 그런데 생산성까지 몇 배로 높였다고? 실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Extra Ordinary People>

 일반적으로 자폐성 장애인은 언어적 소통과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 하나의 특성은 반복적, 상동적인 행동을 하며 동일한 형태를 고집하거나 고정된 관심사를 갖는다는 것인데 F는 후자의 특성에 집중했다. 비장애인들은 단순 반복적인 일에 회의감, 지루함을 느끼며 생산성이 저하되지이들은 오히려 반복적인 일에 즐거움마저 느끼며 고도로 몰입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정확하고 꼼꼼하기까지 하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고기능 자폐입니다.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죠. IT 분야나 지식기반 업무에서 분명히 성과를 낼 것이라 판단했어요.” 

 하지만 이들의 강점을 끌어내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을 설계하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초반엔 품질 관리가 안돼 고객사에서 계약 해지를 요구한 적도 있었다. F는 혼란스러웠다. E는 자폐 장애인을 채용하기 전, 이들이

CTFL (소프트웨어 테스팅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도한 바 있었다. 시험 성적과 순수 실력만 보면 비장애인보다 훨씬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음이 분명한데 실제 업무에 있어서는 그러한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들의 특성에 맞는, 보다 정교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루틴 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정의하고 굉장히 쉽게 매뉴얼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트레이닝을 시켰다. 한편으론 발달 장애인들의 돌발 행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이들의 생활을 추적해 보았다.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것이 업무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규칙적인 생활이 업무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범하지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잘 자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업무 성과로 이어진다는 사실, 비장애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의 생활 관리를 위해 사내의 경력단절 여성이 나섰다. 섬세하고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가진 여성 직원들이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전담했다. 자폐 장애인들의 업무 설계가 최적화되고 생활 관리, 활발한 소통까지 이뤄지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산성이 비장애인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F는 이들은 'Talented People, Extra Ordinary People‘이라고 불렀다.



<10명 중 10명이 반대하던 창업>

 F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재였다. 아이비리그인 코넬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전문가로 근무했다. 그런 그가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왜 갑작스레 장애인을 고용하는 소셜벤처기업(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창업하게 된 걸까?

 F는 마이크로소프트 근무 당시,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인턴으로 고용된 탈북 청소년에게 소프트웨어 테스팅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해당 학생은 매사에 위축되어 있었고 직무 관련 경험도 없었을뿐더러 자존감과 자신감이 무척 낮았다. 하지만 F와 6개월간 인턴십을 하면서 인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밀도 있는 성장통을 겪으며 발전을 거듭한 끝에 탈북 청소년 최초로 LG전자에 테스트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바뀌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F는 ‘기회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후 삼성전자에 재직하던 시절,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 현직자들도 따기 어려운 자격증을 교육생의 80%가 취득하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그런 그들이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에 더욱 놀랐다. ‘잠재력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 F의 결심은 더욱 굳건해졌다. 평소 뛰어난 업무 역량과 스마트한 면모를 지닌 F가 창업에 뛰어들기로 하자 투자를 하겠다는 지인들도 있었지만 막상 소셜벤처를 창업한다고 하자 투자는 커녕 주위에 찬성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장애인 고용 창출하려다… 매출 8배 상승>

 어느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가 없어 6개월간은 거의 혼자 모든 일을 해야 했다. 처음엔 경단녀를 고용해 소프트웨어 테스팅 업무를 진행했다. 그러다 창업 이듬해, 자폐증 장애인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 협력업체로 참여하게 되었다. 자폐 장애인 고용을 목표로한 한 대기업이 F 회사에 장애인들을 위한 사전 교육을 의뢰한 것이다.

 F는 이들을 위한 독자적 시스템을 만들어 CTFL 취득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놀랍게도 프로그램 참가자 3명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럼에도 기업 측에서 갑작스레 약속을 어겼고 이들 모두 당장 갈 곳이 사라졌다. 교육만 맡아서 했던 F 입장에서는 이들을 외면할 수도 있었지만 F는 3명의 부모들에게 문제를 해결해 볼 테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F가 이들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던 중, 자율형 주행차의 인공지능 데이터를 가공하는 일을 맡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단순 반복적이면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이 일은 이들이 적임자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일이었다. F는 3명의 장애인을 직접 고용해 해당 업무를 시작했다. 장애인의 고용창출을 위해 시작한 이 일은 현재 F 회사의 메인 비즈니스가 되어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만들고 나니 저희만큼 일하는 회사가 국내에 없는 거예요. 요즘에 인공지능 데이터 가공 분야가 확장되면서 해당 분야는 작년 대비 매출이 7~8배 커졌습니다.”




<포용적 고용을 추구하는 기업의 경쟁력>


 장애인을 채용하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F 회사는 깨부수고 있다.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았기에 그간 아무도 기회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폐성 장애인에게서 숨은 기회를 발견한 F는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이윤 추구와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었다.


 또한 소셜벤처를 위한 정부의 정책도 활성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5월, 소셜벤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소셜벤처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C의 사례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 정책과 궤도를 함께하는 사업은 보다 쉽게 다양한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훨씬 더 많은 기회에 노출될 수 있다.


 F 회사의 또 다른 경쟁력은 인력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이 F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이다. 입사한 직원이 3개월 이상만 근무하면 퇴사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지식과 경험, 숙련도가 점차적으로 쌓이면서 생산성은 날로 높아져 가고 다.  


“사실 누구를 고용하든, 사회적 기업이든 그런 건 시장에서 관심 밖의 일이죠. 퀄리티가 우수하고 빠르고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 돼요. 저희는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합니다. 여기에 고도의 숙련된 수동 인력이 결합되는 거죠. 고객의 만족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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