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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Dec 04. 2020

10년 후 미래를 현실로 만든다.


 창업 직후 매년 두 배 가까운 매출 상승을 기록하는 웰빙 간식 업체가 있다. 온라인 시장, 전통시장 청년몰 내에 자그마하게 시작한 매장은 몇 년 새 백화점, 쇼핑몰 등으로 확산되었고 쿠O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간식 시장, 그만큼 레드오션인 간식 시장에서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승승장구하는 비결 과연 무엇일까?




<내 몸에 좋은 것만을 판매한다>


 몸에 나쁜 음식을 먹을 때 예민하게 반응하는 체질을 가진 E 대표는 ‘내 몸에 좋은 것만을 판매한다.’는 원칙 아래 웰빙 간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실험 도구(?) 삼아 시장에 없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대세는 온라인 시장이라는 판단 하에 온라인에서 먼저 창업을 개시한 뒤 시장의 반응을 주시했다. 맛과 건강을 고려한 건어물류와 무설탕 야채칩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E 대표는 2017년 전통시장 청년몰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열심히 했다. 자본금 없이 홍보를 하려면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박람회, 프리마켓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고 영업 종료 후엔 배달을 직접 하는 방식으로 홍보에 매진했다. 매장을 잠시 비운 사이 혹시나 고객이 제품을 사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아무리 멀어도 직접 찾아가 드리기도 했다.  
 
 


<단기간에 급성장 한 이유, 천천히 오래 준비했다>  

 E 대표는 한 직장에서 13년간 근무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창업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 뛰쳐나오고 싶을 때도 직장을 배움터로 삼으며 견뎌 냈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며 고객 응대, 판매, 광고, 브랜드 관리, PR 등 마케팅 업무 전반을 익혔다. 지식과 경험이 확장될수록 사업의 방향성과 운영 방식이 구체화되었다. 실제 창업에 뛰어들었을 때 13년간의 경험을 하나하나 녹여냈다. 몸에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가치를 담은 ‘브랜드’를 구축하는주력했다. 통일성 있는 로고와 포장 패키지, 선물세트의 고급화 등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현재도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브랜드와 디자인에 재투자하고 있다.
 
 또한 E 대표는 20대 중반부터 세계여행을 다니며 30개국, 65개 도시를 방문해 간식 아이템을 머릿속에 넣고 하나하나 꼼꼼히 메모했다. 내게 꼭 맞는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10여 년간 시장조사를 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도 여러차례 구체적으로 써 놓았다. 실제로 본인이 쓴 사업계획서가 국내 시장에서 구현된 적이 있었다. 20대 후반, 홍콩 여행을 떠나 유명한 육포 가게를 방문했다. 가게는 두툼하고 부드러운 육질의 육포를 현장에서 직접 구워 소스를 발라주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이 아이템이 한국에서 먹히겠다 싶어 사업계획서를 써 놓았다. 때마침 회사에서 '자신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돼 해당 내용을 발표했다. 음식의 컨디션과 소비자들의 욕구가 교차하는 장소는 명동이라고 생각해 명동에 1호점을 내고 어떻게 매장을 운영할지 등 세부적인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리고 정확히 2년 뒤, 굴지의 대기업이 해당 아이템을 국내 시장에 들여와 명동에 1호점을 냈고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해당 아이템은 비첸O이다.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의도치 않게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E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간식 시장의 ‘퍼스트 무버’를 꿈꾼다>

 10여 년 간의 치밀한 준비. 꿈꾸던 미래를 현실로 만든 E 대표의 성공 요인이다. 10여 년간을 준비했기에 창업 전부터 이미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에 따른 확고한 경영 철학을 갖게 되었다. E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빠른 후발 주자가 될 생각이 아예 없었다. 시장이 워낙 급변하기 때문에 선두주자가 아니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 과정은 고될지언정 생존하기엔 더 쉬운 길이라 생각했다. 선두주자가 되기로 결심했기에 기존에 없던 신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국내 시장에 없던 무설탕 야채칩을 개발해 선보였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자 금세 유사 제품이 등장했다. E 대표는 망설임 없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패스트 팔로워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 개발에 도전해하는 것. 그것이 레드오션인 간식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비결이었다. E 여러 제품군을 시장에 내놓은 당시에도 벤치마킹을 위해 간식 시장이 발달한 일본과 프랑스에 쉬지 않고 방문하고 있었다.

 E를 인터뷰하기 위해 방문한 수 십 년 된 전통시장. 낙후된 전통시장 내에 자리한 몇 평 남짓의 자그마한 점포에서 E 대표는 두 눈을 반짝이며 업계의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어딘가에 깊숙이 숨어있던 고수를 만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오랜 기간 준비하며 쌓아 올린 확고한 신념과 철학. 나는 그의 꾸준함과 끈기에 일종에 경감을 느꼈다.




<실패 최소화의 지름길, 객관적인 검증> 

  챕터(‘똑똑하게 장사하면 커피숍도 수억 대 매출’)에서 소개한 카페 A 사장의 스토리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사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손품, 발품을 팔아 시장조사에 나서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변수와 악재가 늘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E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생활을 하는 것 역시 훌륭한 준비고 연습이다. 사업 아이템을 잡았다면, 그런데 그것이 시의성을 요하는 사업이 아니라면 관련 분야의 회사로 취업해 업무를 익히고 시장의 생리를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때 조금 더 빠르게 배우고 싶다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좋다. 단기간에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수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부터 10까지 전부 배우면서 심지어 월급까지 받을 수 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창업을 위한 준비가 그저 주관적 입장의 준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름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이론과 현실을 접목해보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보아야 한다. E 대표의 경우 모 대기업이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현실에 고스란히 옮겨와 성과를 낸 것을 보며 자체 1차 검증을 했다. 또한 E가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으로 선택한 전통시장 청년몰의 경우 창업을 앞둔 예비 창업자들에게 한두 달 정도 인큐베이팅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기간을 통해 E는 실제 창업 전에 수정 보완해야 할 점을 간파할 수 있었고 창업 초기 시행착오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점포 창업을 앞둔 이들이라면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눈여겨보길 바란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예비창업자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실제 점포 운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준비된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이다. 창업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꽤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기에 이 단계부터 자신의 아이템을 1차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다. 사관학교에 입학했다면 더욱 정교한 준비로 사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창업사관학교에서 6개월간의 교육 과정을 마친 뒤 우수한 졸업생으로 선정되면 수천 만 원의 사업화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실제로 취재 차, 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점포 운영 체험을 진행하던 예비 창업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하루하루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고 했다. 자신은 사관학교 입학 전에 1년 정도 창업 준비를 꽤 열심히 했는데 실제로 이곳에 와보니 얼마나 준비가 미흡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고 다. 만약 점포 체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창업 직후에 폐업했을지도 모른다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했다.


 점포 창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사업성 객관화 작업을 거치길 바란다. 회사 안이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금언은 언제든 유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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