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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Feb 25. 2021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힙한 뉴스


<필요했던 뉴스 서비스>        

  

 ‘뉴스는 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도통 시간이 없고 어렵네ㅠ 누가 비서처럼 핵심 뉴스만 콕콕 집어서 간략하고 쉽게 정리해주면 좋겠다~!’      


 바쁜 취준생이라면, 혹은 직장 내에서 시사 이야기를 할 때 입을 꾹 닫고 있어야 했던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본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염원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미디어가 있다. 2018년 B가 창업한 미디어 회사는 일주일에 3번(월, 수, 금), 1회당 핵심 이슈를 딱 3가지만 골라 전송하는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냥 골라서 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방식을 접목해 뉴스를 쉽고 재미나게 큐레이팅해 가독성을 높였다. 심지어 이 모든 서비스가 공짜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구독자는 14만 명에 육박했고 이듬해에는 27만 명으로 1년 새 두 배로 늘었다. 단순히 숫자의 증가를 넘어 이메일 개봉률(오픈율)이 40%에 달했다. 일반 기업의 단체 이메일 개봉률이 평균 10% 안팎에 그치는데 반해 B회사의 뉴스레터 소비자들은 액티브하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지표를 바탕으로  B벤처캐피털로부터 6억 원을 투자받기에 이른다. B는 2020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한 30세 이하 300인 리더 중 1인으로 꼽혔다. (300인 리더 중 한국인은 25명이다.)                




<정확한 타기팅, 확실한 정체성을 갖다>    

      

 B 회사는 특정 세대만을 자신들의 독자층으로 규정했다. ‘시간은 없지만 세상 이야기가 궁금한 2030 세대’이다. 취업 준비로 바쁜, 직장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중요한 뉴스를 콕콕 집어 쉬운 문법으로 전달한다. 타기팅이 뚜렷하기에 이들을 위한 서비스 모델도 확실하다.      

 

 이들의 콘텐츠는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 생활방식과 결을 같이 한다. 뉴스레터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일상에서 주로 쓰는 용어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관심도는 높지만 일반 매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채식주의, 동물권 등의 이슈가 더욱 조명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과 관련한 뉴스들을 비중 있게 다룬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여성과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기 위한 ‘여성 용어 가이드’, ‘레인보우 가이드’라는 매뉴얼을 따로 만들어 그들만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출산’이라는 용어의 경우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마치 여성의 탓으로 내모는 느낌이 있어 ‘저출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와 함께 여전히,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치와 경제, 국제 정세 등 복잡한 이슈를 놓치지 않으며 뉴스로서의 기능을 잃지 않는 데 주력한다.     


 전달 방식 역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친숙하다. 뉴스레터 제작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큐레이팅이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딱딱한 문어체나 뉴스 화법이 아닌 대화식 문답 형식으로 글을 구성한다.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고스미’라는 고슴도치 모양의 브랜드도 만들었다. 귀엽고 재미나지만 예리하고 날카롭다는 그들만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트렌디한 뉴스, 재미와 유익이 공존하는 뉴스에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호응했다. 본인들의 관심사를 저격한, 공통된 가치관을 공유하는 새로운 매체에 이들은 단순히 뉴스 소비자가 아닌 이른바 덕후가 되어 SNS상에서 자발적으로 뉴스레터를 홍보하고 다닌다. 창립 1주년엔 찐 덕후들을 위한 ‘고슴이 돌잔치’ 자리가 마련되었다. B는 그간 그들이 걸어온 길, 추구하는 가치를 팬들과 공유하며 더욱 견고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트렌드에 맞는 유익한 콘텐츠는 그간 뉴스를 외면했던 소비자들을 하나둘씩 끌어 모았다.  



                   

<정체된 뉴스에 새로운 신호탄>     

      

 B 회사는 기성 미디어와 뉴스 제작자들이 아주 오랫동안 고민해온 부분을 뾰족하게 건드렸다. 이른바 정보 홍수의 시대. 범람하는 뉴스 속에서 소비자들은 도대체 어떤 뉴스를 골라 보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마음을 다잡고 챙겨 보려 해도 하나 같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뉴스를 끝까지 듣고, 읽어내는 것이 고역이다. 미디어 환경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데 뉴스만은 수십 년째 같은 틀, 같은 형식으로 정체돼 있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은 뉴스를 점점 외면했다. 기성 미디어들 역시 생존을 위해,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전달 방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일정한 포맷 안에서의 시도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다.         

  

 B는 그저 뉴스 소비자로서 동일하게 느꼈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창업에 뛰어들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나는 도무지 시간이 없으니 누가 뉴스를 골라주면 좋겠다는,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법한 생각. 그렇게 B 회사의 슬로건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가 탄생했다. 하지만 중요한 이슈를 골라 쉽게 큐레이팅 한 뉴스에만 그쳤다면 이들의 시도는 그간 다양한 매체들이 해온 시도와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B 매체의 차별화는 날 선 타기팅에 있었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뉴스가 아닌 특정 세대만을 겨냥해 확실한 차별화를 두었다. 이를 고안하기까지 B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밤낮없이 고민했다. 지금부터 B의 창업 과정을 낱낱이 살펴보자.    




<시작은 가볍게>           

 

 B는 대학 졸업 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인턴십을 경험했다. 업무와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 보아야 했다. 당시에 손쉽게 뉴스를 받아 볼 수 있는 방법이 이메일 뉴스레터였다. 미국은 이미 이메일 뉴스레터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유력 기성 매체들도 해당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고 이메일 뉴스레터로 아예 사업을 시작하는 신생 미디어들도 꽤 있었다. 매일 아침, 흥미롭게 큐레이팅 된 뉴스를 이메일로 확인하던 어는 날 ‘이것 참 재미있는 시도네. 이런 게 한국엔 왜 없지?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창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일단은 재미 삼아 주변 친구들에게 자신이 선별하고 각색한 뉴스를 개인 메일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저 좋아서, 흥미로워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 반응이 좋았다. ‘어? 뭐지? 그럼 제대로, 더 많이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대학시절 창업 동아리에서 알게 된 친구를 설득해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는 구독자들에게 어떠한 뉴스가 필요할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설문조사, 인터뷰 등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하며 소비자 반응을 분석했다. 2018년 7월 창업 전까지 반년을 준비했고 정식 서비스가 오픈한 12월까지도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다. 약 1년 정도의 준비 기간. B는 그저 열심히 하지 않았다. 열심히 생각했다. 그런 끝에 그는 특정 세대를 위한 뉴스레터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창업 초기 사업화의 마중물 ‘예비창업패키지’>   

       

 그런데 B의 직장생활은 미국에서의 인턴십이 전부로 사업 자금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장 창업을 시작하면서 부족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했을까? B는 정부의 예비창업패키지를 활용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예비창업자의 원활한 사업화를 돕고자 자금과 교육, 멘토링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정부의 창업 지원정책 중 하나이다.      


 B는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 론칭을 시작하기 전, 해당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약 5,500만 원 규모의 바우처 지원을 받아 직원 인건비, 로고 디자인 제작 등에 사용하며 사업의 기본적인 틀을 갖춰 나갈 수 있었다. 단순히 자금적인 면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조직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사업 모델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던 부분, 조직 생활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더욱 어렵게 느껴졌던 시스템 구축 등을 지속적이고 밀착된 멘토링을 통해 해소해 나갔다. 이를 통해 보다 원활하게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덕분에 구독자가 차곡차곡 쌓였고 해당 결과물을 통해 벤처캐피털 투자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다.           

 

 실제로 정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그것 자체(투자금, 멘토링 등)가 사업에 디딤돌이 되기도 하지만,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도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어 민간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부에서 인증한, 사업성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이 한 번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장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지 못한 신생 기업이라면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 정책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사업성이 없거나 생명력이 다했음에도 정부 지원금만을 노리며 수명을 연장하는 좀비 기업이 되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창업 초기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은 확실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진지한 고민이 수반된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만 있다면 창업은 그리 먼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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