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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Nov 30. 2020

커피숍도 트렌디하면 수억 대 매출

 흔히 은퇴자들의 무덤이라 불렸던 치킨집 창업. 하지만 더 많은 창업 수요가 카페로 몰린 지 오래다. 카페 창업은 이미 포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자본 창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 창업 경험이 전문한 초보 창업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입장벽이 낮은 카페 창업으로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A의 사례를 통해 과열된 레드오션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작은 혁신으로 매출 업↑>      


 20대에 브런치 카페를 창업한 A. 평소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아닌 창업의 길을 택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일하며 매장 업무 전반을 익힌 후 나름 자신감을 갖고 카페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정작 가게 문을 열자 일 매출이 1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앞이 막막했던 A는 뒤늦게 시장 조사에 박차를 가했다. 소위 잘 나가는 커피숍은 다 둘러보며 이들은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살폈고 이런저런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겠다.’였다. 즉시 배달 대행업체에 가게를 등록해 커피 배달을 시작했다.       


 지금이야 커피 배달이 너무도 흔해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배달 대행업체 앱에 조차 ‘카페·디저트’ 항목이 따로 없을 시절이었다. A는 ‘패스트푸드’ 카테고리에 업체명을 올리고 겨우 배달을 시작해야 했을 만큼 당시에 ‘커피 배달’은 혁신적인 시도였다. A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배달에 나서며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음식의 맛과 서비스는 배달 음식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에 청바지와 셔츠를 단정하게 차려 입고 손님들을 만났다. 주문한 고객의 집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90도로 깍듯이 인사를 하고 친절한 태도로 음식을 배달했다. 인터넷 상에 우수 리뷰가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A는 리뷰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여 매번 새로운 댓글을 달았고 이는 즉시 매출로 이어졌다. 순식간에 하루 100건 이상의 배달 주문이 들어왔다.       


     


<같은 성공 방정식은 통하지 않는다>     


 매출 상승에 자신감이 붙은 A는 홍대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젊은 소비자층과 유동인구가 많아 더 많은 고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A는 3층짜리 건물 전체를 임대해 리모델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매출은 형편없었다. 하루 매출이 1만 3천 원일 때도 있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서울 광진구에 소재한 첫 매장에서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던 그였다. 동일한 아이템, 동일한 방식으로 유동인구가 훨씬 많은 마포구 홍대에 카페를 열었는데 일순간 폐업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하루 종일 3층 건물 전체가 텅 빈 커피숍을 바라보며 A는 반쯤 넋이 나갔다. 하지만 빠른 태세 전환으로 원인 분석에 돌입했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의 실패가 너무 당연한 결과임을 깨달았다. 당시 A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활용한 것 중 하나는 ‘상권정보시스템’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상권정보시스템을 이용하면 지역의 업종별, 영역별 경쟁 점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상권 인근의 주거, 직장 인구 등 지역의 인구분포도와 고객들의 이용패턴 등의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A의 분석에 따르면 첫 매장을 오픈한 광진구는 강남권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고 대형 아파트 단지와 특히 젊은 엄마들이 많은 곳이었다. 잠시 생각해보자. 갓난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식사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24시간 붙어있는 아이를 두고 따로 내 밥을 준비할 시간은커녕 식사할 시간조차 없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우울증과 무기력함에 기분전환 차 카페에 들러 커피라도 한잔 하고 싶지만 아이와 유모차, 기저귀 등 짐을 한가득 준비해 나가는 일은 생각만으로 고되다. 때문에 집으로 간편하게 배달해주는 A 브런치 카페의 일품 샌드위치와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것이다.      


 반면 마포구는 광진구와 주거 형태도 확연히 다르고 학생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진다. 타깃이 완전 달라졌는데 똑같은 성공 방정식을 옮겨오니 시장에 통할 리 없었다. A는 상권 분석으로 얻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뒤 이를 어떻게 내 매장에 적용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동시에 홍대의 다른 카페들은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면밀히 살피며 벤치마킹을 시도했다.  




<이전의 카페는 완전히 잊어라!>     


 이후 A의 홍대 카페는 컵홀더 이벤트 전문 카페로 새롭게 태어났다. 기존의 일반 카페에서 콘셉트를 180도 바꿔버린 것이다. 홍대는 젊은 학생들이 많고 이중에는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소비자 층도 많다. A는 기호에 따라 강한 결집력을 가진 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아이돌과 같은 스타, 아티스트의 팬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커피숍을 새롭게 기획했다. 스타의 생일, 특정 기념일 등을 겨냥해 이들을 주제로 한 파티 형식의 행사를 열었다. 각 층의 벽마다 아티스트의 사진이나 액자를 걸 수 있도록 인테리어도 새롭게 변경했다. 매장 전체를 갤러리처럼 꾸미고 스타의 얼굴이 새겨진 컵홀더, 스티커 등의 굿즈를 전시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팬 층의 연령대를 고려해 SNS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한 주는 방탄소년단, 한 주는 아이즈원 팬들이 몰려왔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홍보하거나 같은 팬들을 만나는 행위에 재미를 느낀 고객들은 홍대가 아닌 타 지역에서도 일종의 성지를 방문하듯 커피숍을 방문했다. A는 팬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팬들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행사를 여는데 주력했다. 이에 화답하듯 커피숍 매장 앞은 문 밖까지 늘어선 팬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젊은 층을 겨냥해 세트메뉴 등 신메뉴를 개발했고 가격대도 조정했다. 일반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로컬카페의 경우 일 매출 30만 원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A는 이보다 10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강남에도 매장 2곳을 더 오픈했다.        



         

<점포 창업의 성패 역시 ‘정보력’과 ‘분석력’>      


 커피 배달, 이벤트 전문 카페로 변신. 사실 이 모두는 A의 머릿속에서 나온 독자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시장에 있던 아이디어를 발 빠르게 차용한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며 아직 시장에 널리 퍼지지 않은 신선한 판매 전략을 발견했고 이를 자신의 사업에 신속하게 체계적으로 적용시키며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쓴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느냐, 사업 초기 시행착오를 얼마나 빠르게 줄여나가는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의 경우 동종 업계에서 경험을 쌓으며 나름의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구석이 많았다. 특히 두 번째 홍대 매장을 오픈할 때에는 상권에 대한 이해 없이 이전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옮겨온 상황, 즉 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민한 정보 수집과 분석, 벤치마킹 등 민첩하게 행동하며 창업 초기 시행착오를 빠르게 줄여나갔고 매출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브런치 카페와 같은 F&B 분야의 창업은 맛이 우선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한 것을 넘어서야 한다. 이른바 데이터 시대, 창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단순 카페 창업이라 할지라도 우선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손품을 먼저 팔고 발품을 파는 것이다. 점포 창업을 준비하는 이라면 앞서 언급한 상권정보시스템과 같이 접근이 용이한 홈페이지를 우선적으로 방문해 자료 수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데이터 자체로 저장만 해둔다면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내 사업에 어떻게 차별화해 적용할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손품을 팔았다면 발품은 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팔아야 한다. 이는 매장을 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들의 욕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A가 배달과 이벤트라는 요소를 빠르게 벤치마킹하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매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발품에서 비롯되었다. 한 번은 인터뷰 차 70여 년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은 맛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는 해장국 전문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은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미래유산’,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이기도 한 유명 맛집이었다. 가업을 물려받아 운영 중이던 청년 사장은 지금도 1주일에 1~2번은 다른 맛집을 방문해 배울 점이나 차용할 점이 없는지 살핀다고 했다. 한결같은 맛으로 승부하는 전국 유명 맛집조차도 여전히 발품을 팔고 있었다.      


 우리나의 경우 생계형 창업 비율이 6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고도화된 기술창업이 아니라 카페, 치킨집, 음식점과 같이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창업에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뛰어든다. 이미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에 뛰어든다면 기술창업을 할 때보다 더 많은 고민이 수반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어려운 창업을 너무들 쉽게 하고 막상 장사가 안 되면 너무도 손쉽게 시절 탓을 한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매장의 경우 사장들도 본인의 시간과 노동력을 장사에 투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시대의 변화나 흐름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변화의 물결에 편승한 이들을 관찰하는 태도만이라도 가져야 한다.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가 되지는 못해도 기민한 패스트 팔로워가 되어야 정글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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