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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Mar 08. 2022

두 분의 차 선생님

차는 마시는 만큼 넓이를 알게 되지만 아는 만큼 차에 깊게 들 수 있다

제게는 평생 잊지 못할 차와 인연이 되어 만니게 된 두 분의 스승이 계십니다. 한 분은 대구에 계셨고 또 한 분은 부산에서 자주 뵙던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두 분 다 유명을 달리하셔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구에 계셨던 분은 제가 쓰는 차에 대한 글을 자주 접했다며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분께 전화를 드렸는데 마음 같아서는 저를 찾아오고 싶은데 좋은 차를 가지고 있어서 같이 마시고 싶다며 저를 청했습니다. 대구에 업무차 출장을 갔다가 찾아뵈었는데 친 동기를 만난 듯이 반겨주셨지요. 보이차를 일찍 접하셔서 꽤 많은 양을 수장하게 되었다며 귀한 차를 아낌없이 내셨습니다.


그 이후로 출장이 아니라도 찾아뵈면서 그분의 차에 대한 깊은 지식을 전해 들었답니다. 보통 대여섯 시간에 걸쳐 차를 마셨는데 *인급차는 기본으로 마실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급성으로 큰 병을 얻어서 좌탈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황망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또 한 분은 다연회에서 만난 다우이신데 저의 고등학교 선배님이셨습니다. 처음 만나던 날이 다연회 창립행사를 하는 자리였는데 인사를 나누다 보니 學緣학연이 닿는 분이었지요. 그 자리에서 선배님 댁으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선배님의 댁에서 저녁과 함께 차를 나누는 자리는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부산의 보이차계에서는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인데 선배님의 방은 그야말로 수행자가 사는 듯했습니다. 선배님은 당신이 마시는 차가 떨어질 때가 되면 한 두 편을 구입해서 마실 뿐 여유 분을 두지 않았습니다.


선배님과 다연회 다회에서도 뵙지만 따로 만나서 자주 차를 마셨습니다. 그를 통해 보이차를 깊이 있게 알게 되었는데 선배님은 가르쳐준 적이 없다고 하셨지요. 그 귀한 가르침도 이제는 더 받을 길이 없게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두 분께 받았던 보이차에 대한 심도 있는 가르침을 이제는 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받기만 했을 뿐인데 더 줄 게 없을까 관심을 아끼지 않으셨으니 이를 어떡해야 할까요? 두 분의 가르침을 받은 제가 할 일은 저의 짧은 지식이나마 글로 세상에 전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저는 두 분의 가르침을 받기만 했습니다. 혹시 제가 쓰는 글로 차를 모르는 분들이 차와 인연을 닿게 할 수 있다면 두 분께 받았던 은혜를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글을 쓰면서 두 분이 제게 베푼 가르침을 생각합니다.



*印級茶인급차는 1940~1950년대에 만들어진 보이차로 포장지에 찍힌 '茶'字가 붉은색은 홍인, 파란색은 남인, 노란색은 황인으로 부른다. 老茶노차라고 부르는 오래된 보이차는 이 인급차로 대표된다. 거래 가격을 정할 수 없으며 동그란 병차 한 편에 억대를 호가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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