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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Sep 19. 2023

보이차는 올해 차도 좋고 묵히면 또 새로운 향미의 차

다연회 2023년 구월 다회 후기

벌써 구월, 절기로도 가을인데 무슨 날씨가 철도 모르고 이럴까요? 밤에는 풀벌레소리에 바람결도 가을인데 낮에는 볕이 너무 뜨겁네요. 이런 날씨는 감기 걸리기 좋으니 다들 건강 잘 챙깁시다.     


구월이니 가을을 시작하는 다회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구월다회는 편하게 숙차를 마시며 다담을 나누는 자리로 기획을 했는데 결석 다우가 너무 많습니다. 아들 휴가로 혜원님, 늘 바쁜 백공님, 출장 일정이 생긴 백룡님, 치료차 서울나들이 산수유님, 야간 근무 묵향님...이렇게 빠지면 누가 남았을까요? ㅎㅎ


아직 우리 다우들이 개완에 익숙하지 않아 보여서 구월다회에서 사용법을 배워볼까 합니다. 다회 찻자리는 선배 다우에게 후배 다우가 배울 수 있으니 참 좋습니다. 차도 나누고 차생활의 이모저모를 배우는 기회를 가지니 茶緣多情다연다정입니다.     



구월다회에도 다식을 준비해 온 다우가 있어서 맛있는 찻자리가 되었습니다. 선영님이 맛있는 빵과 서영님이 대만샌드크래커를 가져왔습니다. 다식은 결석 다우가 챙기는 게 다연회 규칙인데 두 분은 개근생이지만 안 가져왔으면 섭섭할 뻔했습니다. ^^    


숙차는 대익 7592를 먼저 마시면서 보이차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서영님과 대명님을 위해 상희님이 숙차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대익 7572가 숙차의 표준이라 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발효기법도 발전되고 모차도 고급 모료를 쓰면서 숙차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지요. 다음 차는 취다헌에서 판매한 장향 숙차를 마시며 대익 숙차와 다른 향미를 음미했습니다.     


숙차와 생차의 차이를 얘기해 보자면 향미의 다양성을 들 수 있겠지요. 모차를 악퇴 발효하는 과정에서 산지 고유의 향미가 거의 사라지게 되지요. 물론 산지나 모료의 등급 차이만큼 향미가 달라지지만 생차에서 음미할 수 있는 고유한 향미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보이차의 頂點정점으로 흔히 노차를 듭니다. 越盡越香월진월향이라 표현하는 시간이 갈수록 빼어난 향미를 보이는 게 보이차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보이차가 다른 차류와 크게 다른 점은 장기보관이 가능하다는데 동의할 뿐입니다. 물론 보이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익어가며 다른 향미를 드러내는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만들어진 차보다 시간이 지난 차가 더 좋아진다는 말은 억측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차 브랜드인 오운산의 기업 캐치프레이어인 ‘當年好茶 經年新茶’는 올해 만든 차도 좋고 묵혀가면 또 새로운 향미를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차는 어느 차를 막론하고 지금 마셔서 좋은 향미를 가져야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향미가 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차라며 판매를 권한다면 저는 단연코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끔 숙차를 30년 정도 지난 생차의 향미를 가진다고 설명하는 사람을 봅니다. 숙차는 쓰고 떫은맛 때문에 마시기 어려운 대지차를 악퇴발효를 통해 지금 마셔도 좋은 차로 만들었습니다. 노차도 오래 보관한 차를 마셔보니 묵은 향미가 좋아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30년 된 대익 7542와 그 가격만큼 되는 고수차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코 후자에 손을 들겠습니다. 또 20년 된 7572와 올해 만든 고급 숙차 중에 선택하라고 해도 저는 후자입니다.     


보이차는 묵혀야 좋아지는 게 아니라 오래 두고 마셔도 좋은 차입니다. 특히 숙차는 발효 기법과 고급 모료로 정말 좋은 차가 해마다 출시되고 있습니다. 생차도 새로운 산지에서 나온 첫물차가 나올지 기대하며 새 차를 기다립니다.     



구월다회 대장차는 대평보이의 숙차 중의 걸작인 ‘문답’입니다. 저는 아직 대평보이 문답만 한 숙차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가격대가 만만찮아서 구입하지 못했는데 응관님이 준비해 와서 최고의 숙차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다우 모두 이런 숙차를 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시음평이었습니다.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로 나눌 수 있지만 노차에 대한 환상은 가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숙차는 언제 누구와 마셔도 좋은 대화의 매개체입니다. 생차는 혼자가 아니면 둘, 그보다 많으면 향미를 음미하는데 분위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보이차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자랑이 될 수 없고 누구와 마셔도 만족하는 차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팽주가 다우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습니다. 아직 보이차의 기준이 잡히지 않은 다우는 ‘대평보이 정기구독 프로그램’에 참여하라는 말입니다. 매달 정기적으로 서너 종류의 차를 받아보며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시월다회는 완연한 가을 분위기에서 찻자리를 가질 수 있겠죠?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가을 향기를 머금은 홍차와 청차도 좋겠죠. 시월 다회에서는 한 분도 빠짐없이 꽉 찬 찻자리를 기대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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