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11월이라 만추의 마른 나뭇가지에 한 해의 끝자락이 저만치 보입니다. 올해는 이상 기온 탓인지 단풍도 들지 않고 떨어져 버린 낙엽을 보니 괜히 서글픔이 밀려오네요. 가을이 여름보다 좋은 건 단풍으로 물들이는 잠깐의 화장 세계에 살 수 있음에 있지 않았던가요?
다연회 만추 찻자리는 계절 분위기에 맞추어 청차와 홍차, 우리 발효차로 준비했습니다. 11월 다회에 쓸 차는 몇 분의 차공양으로 준비되었는데 빙도홍은 대평님, 운남 동방미인과 섬진노을은 동자승님, 09년 빙도노채 단주 첫물차는 천년보이차의 이인종 대표께서 차바위가 되어 주셨습니다. 늘 무설자의 차바위가 되어 주시는 세 분께 큰 절을 올립니다.
다연회 만추 다회는 에피소드인커피 차실 자리가 넘칠 뻔했는데 정회원 두 분이 빠진 자리를 게스트 두 분이 채워주시네요. 열한 분이 참석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아홉 분이 함께 해서 오랜만에 8석의 정원에 한 자리를 더해 풍성한 다담이 오가는 다회가 되었습니다.
또 다우들께서 다식을 손에 손에 들고 와서 다연회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산수유님이 모시고 온 게스트 분이 열대 건과일, 열대과일 젤리, 산수유님이 몽키 바나나를, 대명님이 유과와 떡을 가져와서 에피소드인커피 제공 김밥과 허니브래드를 남겼습니다. 다식을 챙겨 와 주신 다우 분들 고맙습니다.
다식과 함께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이제 차를 마십니다. 빙도홍을 먼저 마셨는데 여느 홍차와 다른 풍미에 빙도의 명성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다음은 우전 발효차인 섬진노을을 마시는데 우리 발효차도 이런 향미를 낼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이제 천년보이차 제공 빙도노채와 동자승님이 챙겨주신 운남 동방미인 중 어느 차를 먼저 마실지 잠깐 망설였습니다. 아무래도 향이 특별한 동방미인을 뒤로 미루고 빙도노채를 우립니다. 단주급 빙도노채의 향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수차의 진수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차바위님의 후원이 아니면 이 귀한 차를 어떻게 마실 기회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추 다회의 마무리는 가을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동방미인이 맡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동방미인은 대만을 대표하는 청차지요. 벌레 먹은 찻잎으로 만들어 독특한 향미를 가지는 차인데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 차를 마시고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을 지었다지요. 운남의 차엽으로 제다에 성공했는데 어렵사리 구한 차를 동자승님이 나누어 주셨습니다.
번외로 오늘 게스트로 참석한 도원님이 준비해 온 라오스 야생차를 마십니다. 야생차는 강한 차기가 특별한 향미를 보여주는데 이 차는 채엽을 계속해서 그런지 차기가 꺾여 첫물고수차의 부드러운 향미를 보여줍니다. 수백 년 수령의 차나무라 하는데 부드러운 향미가 좋았습니다.
처음 참석한 도원님과 시월 야외 다회에 참석했던 산수유님 게스트 분도 다회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참석하겠다고 합니다. 차바위님들이 후원해 주시는 귀한 차의 향미와 참석한 다우 분들의 정다운 다담으로 만추 다회도 아쉬운 찻자리가 되었습니다.
다음 달은 송년다회입니다. 누구나 아쉬워하지 않을 수 없는 12월, 우리 다우님들은 송년 찻자리에서 아쉬운 한 해의 소회를 털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송년 다회 선물 알차게 준비해서 만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