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은 너무 바쁘다. 어느 정도로 바쁘냐 하면 한 마디로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은 카페 천국이라 부를 정도로 커피 전문점이 큰 길가를 채우고 이젠 골목길까지 점령한 지 오래다. 이게 다 죽을 만큼 바쁘게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카페는 바쁜 사람들을 위해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들고 다니며 혼미한 정신을 깨울 수 있게 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브런치라고 하는 간편식으로 끼니 때우기를 도와주기도 한다. 들고 다니면서 마시고 노트북으로 일 하면서 먹을 정도로 바쁜 게 요즘 사람들의 일상이다.
집에서 아침밥 먹고 다니는지 묻는다면 어느 시대 이야기냐고 되물어 올지 모른다. 그럼 저녁밥이라도 집에서 먹는지 물으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하루 종일 일하고 밥 할 에너지가 남아 있겠냐고 반문하면 말을 이어가기 어렵다.
혼자 사는 사람도, 부부가 사는 집도 그렇지만 아이를 기르며 살아도 식탁에서 밥 먹는 게 어려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리네 삶이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 마디로 말하면 밥 지어먹을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왜 사느냐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사느냐고? 그건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 대답한다. 그러면 그 행복이란 게 어떤 삶을 말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터넷에 회자되는 이야기 중에 어부에 관한 일화가 있다. 사업을 크게 일구어 부자가 된 사람이 너무 힘든 일상을 피해 한적한 어촌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가 묵고 있는 집주인은 어부였는데 고기 잡는 솜씨가 비상했다.
그는 매일 바다로 나가지 않고 가끔 배를 띄우는데 돌아올 때마다 만선이었다. 그리고는 며칠 편한 일상을 보내다가 바다로 나가곤 했다. 부자는 어부의 그런 일과를 이해할 수 없어서 하루는 답답한 심정으로 물었다.
“왜 매일 고기를 잡지 않는 것이오? 당신은 바다로 나가기만 하면 배에 가득 고기를 잡아오던데.”
“무엇하러 고기를 더 잡아야 한단 말이오?”
“당신의 능력이면 고기를 잡아 큰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소?”
“무얼 하러 부자가 된단 말이오?”
“부자가 되면 편히 살 수 있지 않소?”
“당신이 아직 이루지 못한 그 편안한 삶을 나는 누리고 있지 않소.”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네 일상을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산을 오르면서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도 느끼지 못하고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즐거움도 포기하며 오로지 빨리 정상에 닿아야 한다는 목표만 있는 사람을 보자. 그는 그렇게 산봉우리를 열 개를 넘어 백 개를 올랐다고 자랑하지만 그 숫자를 산에 드는 즐거움이라 할 수 있을까?
오늘 브런치스토리에서 읽었던 경소정 작가의 글에서 스위스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의 여유가 바로 행복이라고 느꼈다. 길가에 조성된 넓은 공원의 잔디밭에서 가족들과 도시락을 먹는 사진에서 어부가 누리는 일상이 겹쳐져 다가왔다. 물가가 비싸니 외출을 해도 외식보다 도시락을 싸다닌다는 그들이 사는 집은 식구들과 지내는 모습이 분명 우리와 다를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가정을 이루는 게 부담스러워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결혼을 했다고 하지만 아이를 기르는 게 부담스러워 낳지 않는 못한다고 한다. 점심은 일터에서 해결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아침과 저녁을 집에서 먹는다면 어부의 일상과 다름없지 않을까? 바람직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