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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ul 05. 2024

단독주택 지산심한-터를 살펴 집을 앉히다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 자락에 짓는 집, 지산심한 설계 2

知山心閑, 산에 안기니 마음이 쉬어진다 



계약 후 처음 가지는 업무협의를 준비하면서 이 작업을 영축산을 배경으로 집을 지어 살려하는 건축주의 마음을 心閑齋라는 당호에 담았다. 영축산을 배산으로 하는 집터에서 주변을 살피며 가까이에 있는 마을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芝山지산마을은 진시황 때 ‘서불’이라는 사람이 불로초를 구하러 동방으로 왔을 때 영지를 구한 곳이라는 유래를 가진 지산리 3개 마을(지산, 평산, 서리마을) 중 한 곳이다. 오래된 마을은 길지吉地이기에 사람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으니 여기에 집터를 얻을 수 있었으니 행운이라 하겠다.


집터는 지산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하고 십여 호의 집이 모여 있어 곧 작은 마을이 되겠다. 집터는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을 배산으로 하고 지산마을에서 내려오는 개울을 끼고 있어서 주변의 산세나 분위기는 전원에서 살기에 알맞은 곳으로 보인다. 


건축주가 구입한 땅, 영축산 능선을 배경으로 터를 만들었다. 이 터에 지어놓고 살아보지 않은 집이 있는데 이 집을 헐고 새 집을 지어야 한다. 이 집은 왜 지었을까? 

  

집터에서 주변을 살피다 


조망은 앞으로는 동으로 열리고 배후가 되는 뒤로 영축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오며, 남쪽으로는 낮은 언덕이 저 편에 떨어져 있어 집터에서 남향의 햇살을 받는데 무리가 없다. 원래의 지반에서 4미터 정도 들어 올린 성토하여 조성된 대지에 접한 도로는 막다른 도로로 동에서 북을 거쳐 서측을 감아 도는데 그 끝에서 차량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다만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집이 의지할 뒤가 없어서 서쪽과 북쪽에 담장을 조금 높여서 배후로 삼아야 한다. 


대지의 남쪽으로는 인접대지가 있는데 경사도로에 면해 있어서 집터를 돋울 가능성이 있겠다. 지산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우리 집터가 바라보이니 이를 감안해야 한다. 대지로 들어오는 주진입부이자 원경을 바라보는 동쪽이 정면이 되고, 남향의 햇볕을 감안하는 배치가 검토된다. 


대지의 배후가 되는 영축산, 향으로 보면 서쪽에 해당되는데 집에서 관망할 가장 중요한 View Point가 된다
대지의 북쪽, 집안을 넘겨다볼 수 있는 높이로 지산마을로 들어가는 도로가 보이기에 담장으로 가릴 필요가 있겠다
대지의 주 전망이 되는 동쪽, 가까이 보이는 경치보다 원경의 먼 산을 보는 이미지가 View Point라 하겠다
대지에 가장 영향력을 많이 주는 남쪽, 인접대지에 면해 있지만 햇볕을 받아들이는데는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집터의 實과 虛를 살펴 집을 구상하다 

대지 현황 분석도, 터를 알기 위해서 주변을 잘 살피면 집을 앉힐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현장을 두 번 답사하고 주변상황을 분석해서 나온 결론을 다이어그램으로 정리해 보았다 어떤 집터라도 실과 허가 있기 마련이다. 실實이 지나치면 반대급부로 허虛로 바뀌기 마련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집터를 판단하는 데에도 적용된다.  집터 전체를 돋워서 조성했다보니 집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좋지만 사방에서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우리나라의 집은 전통적으로 안팎의 공간을 연계해서 쓰므로 마당도 지붕이 없을 뿐 공간성을 가지고 있다. 집 안에서는 밖으로 조망이 열리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막아서 집터의 허를 보완하는 장치가 담장이다. 우리 대지는 도로에서 높이 조성해서 허실이 공존하지만 형태에서도 사각형의 정형에서 벗어난 이형異形이다. 경사로로 되어있는 부분과 대지로 뾰족하게 들어온 부분이 부담이 된다. 집터로 쓸 부분을 살리고 과한 부분은 영역 외로 처리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배치 및 평면 게획안, 집터 주변 현황을 분석해서 계획안을 잡아 보았다.

대지의 주변을 살피고 터의 높낮이와 형태를 분석해서 얻어낸 건물과 외부공간의 관계를 살필 수 있는 개념을 정립해서 배치 및 평면을 작업했다. 건축주의 동의를 구했고 어떻게 살고싶다는 의견을 들어 이에 맞는 평면을 다듬어서 다음 만남의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건축주와 설계자가 생각하는 집의 얼개가 딱 들어 맞아서 좋은 집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드러나고 솟아난 부분을 정리하고 나니 요란한 집터가 고요해지고 흩어지던 생기가 모인다.

주목받던 밖의 눈길은 담장에서 흩어지고 집 안에서는 영축산과 멀고 가까운 산들이 바라보인다.

정돈된 터의 형태에서 안정된 마당이 집을 감싸니 집 안과 밖에서 마음이 쉬어진다. 

이제 비로소 심한재의 자리가 나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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