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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차, 더 더 좋은 차 보다 내가 가진 차

'少欲知足'은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주문(呪文)

by 김정관

몇 해 전에 아주 좋은 차를 많이 소장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차를 마시게 되면서 첫물차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었지요. 고수차가 시장의 대세가 되기 전에 그분은 첫물차로만 차를 만들었습니다. 그분은 고수차와 첫물차의 가치를 일찍이 알고 있었던 선지자였던 셈이지요.


제가 쓰고 있는 차에 대한 글에 아주 공감해 주는 그 분과 자주 만나서 차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나누어주는 차로 거의 두 해를 제 차 생활이 이루어졌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그동안 마셨던 차는 손이 잘 가지 않게 되더군요. 그러던 중에 문득 제 차 생활을 그분의 차로 이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차가 너무 많지만 제가 마실 수 있는 차는 아니지요. 하늘만 바라보고 걷다가는 목적지를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분에게는 첫물 고수차가 일상의 차일 테지만 제 차는 아니지요. 지금은 제가 그분께 나눔 받은 차는 남겨두고 제 차를 맛있게 마시며 행복한 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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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차 다음은 더 더 좋은 차로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더 좋은 차를 바라는 마음을 그치지 못하면 일상의 차 생활이 흐트러지고 맙니다.

일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만 저의 차 생활 지침은 '少欲知足'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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