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마시는 차보다 둘이 마시는 것도 소확행
부부가 함께 차 생활을 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내가, 내일은 남편이 팽주가 되어 차를 내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정성을 다해 차를 우려서 한 잔만 마셔달라고 사정을 해도 안 마신다네요. 마주 앉아서 차를 건네면 맛있게 마셔주면 그만인데 손사래까지 치며 거부합니다.
부부라는 사이, 십 년을 넘어 수십 년을 함께 살고 있는데 참 매정하지요. 그런데 어떤 차를 우려드렸을지 궁금한데 혹시 생차를 드렸을까요? 입만 한 번 축여도 좋으니 마셔보라고 건넨 차가 생차였을지 모릅니다. 차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생차는 그야말로 이맛도 저 맛도 아니지 않을까요?
저는 아내가 차를 청하는 게 거의 십 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아내는 아직 생차는 익숙지 않지만 숙차나 홍차는 주는 대로 받아 마십니다. 카페인에 민감한 아내는 오전에만 커피나 차를 마십니다. 그런데 주말이나 휴일에 저 혼자 차를 마시고 있으면 이른 오후에는 차를 청합니다.
차를 권하는 데도 눈높이가 있어서 상대가 어떤 차를 좋아할지 살펴야 합니다.
아내가 팽주 자리에 앉아 차를 우리는 건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아내가 차 한 잔 달라는 말을 기다리는 것으로도 소확행이 된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