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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를 마시니 '국화 옆에서'가 떠올려진 날에

'호태호' 수령 1300년 백앵산 본산 야생차를 마시고

by 김정관

국화 옆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누구나 아는 불후의 명시인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떠올랐습니다.
스무 해 가량 내가 마신 보이차는 몇 종류 몇 편이나 될까요?
사무실 내 자리 앞에 종이박스에 넣어 보관하고 있는 차가 200여 종입니다.
집에 보관하고 있는 차도 줄 잡아 그만큼 될 테니 정말 많습니다.

하루에 보이차만 서너 종류씩 마시고 있으니 중독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마시는 차는 음미하는 건 아닐 테고 습관이라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매일 밤 마시는 차는 지난 하루를 돌아보며 음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밤에 마실 차를 고를 때는 다시 마실 수 없듯이 신중해집니다.

어떤 날은 차맛이 입맛에 맞지 않아 심드렁해서 물 마시듯 마시기도 합니다.
자주 마시는 차라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몸과 마음을 그득하게 채워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몸에 소름 돋을 정도로 충만한 향미에 감동하게 하는 차를 마셨습니다.
그동안 마셨던 수많은 차와는 다르게 입 안부터 몸 전체에 울림이 밀려오는 차였답니다.


수령 1300년 호태호 백앵산 본산 야생차


그 차가 명차여서 그런 게 아니라 나와 주파수가 맞아서 울림이 그렇게 다가왔을지도 모릅니다.
주파수를 정확히 맞추면 잡음 없이 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생각하면 어떨까요?
피아노나 기타도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명품이라도 연주를 할 수 없습니다.
내 몸이 차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어서 그 차와 주파수를 맞출 수 있었을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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