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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차를 마시게 되면서 우리집에서 일어나는 일

삼대가 자주 모일 수 있는 매개체는 가족이 함께 가지는 찻자리

by 김정관

차를 마시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다섯 살인 손주가 다가와서 묻습니다.


"할아버지, 차 마시네요? 그런데 어떤 차를 드시고 있으신가요?"


손주는 할아버지 집에 올 때마다 차를 마시는 게 궁금했던가 봅니다.


"이 차는 보이차라고 하는데 너도 한 잔 마셔볼래?"


할아버지는 손주를 위해 숙차를 연하게 우려서 예쁜 잔에 담아 건넸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왜 차를 마시는 건가요?"


손주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잔을 쥐고 입으로 가져가며 질문을 이어갑니다.


"할아버지가 혼자 마실 때는 차가 향기롭고 맛있기 때문이고,

너와 둘이 마시게 되면 이렇게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구나"


손주는 차맛 때문인지 할아버지와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게 좋은 건지 잔을 채워주는 대로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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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와 엄마 아빠도 함께 마시면 더 맛있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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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의 제안으로 삼대(三代)가 마주 앉아 찻자리를 가지게 되니 집 안에 이야기 꽃이 피어납니다.

한 집에 살지 않아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는 우리네 가족의 정서를 안타깝게 생각만 할 게 아닙니다.

즐거운 대화가 있는 찻자리를 가지게 되면 만나는 횟수가 잦아질 수 있을 테니 손주의 제안이 행복의 열쇠가 되겠지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주가 오랫동안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차 마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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