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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가 없어도 함께 있어 외롭지 않은 갈대

깊어가는 가을에 임영조 시인의 시. '갈대는 배후가 없다'를 읊조리며

by 김정관

하루 종일 전화 한 통화 주고받는 게 어려운 우리네 일상입니다.
스마트 폰의 'phone'은 분명 전화기라는 뜻인데 그 기능이 무색한 지경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요즘은 통화는 고사하고 카카오톡으로도 안부를 묻지 않으니 사람 관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 '人'자는 서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의 상형문자에서 비롯된 것인데 홀로 되면 삶이 무너지는 게 아닐까요?

보이차가 주제인 온라인 카페 다음 '차연구소'는 한 때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만남의 장이었지요.
지금은 찾는 분들도 줄었고 가끔 글이 올라와도 댓글은 거의 없어서 사람과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저렴하게 구입할 차가 있는지 기웃거릴 뿐 대화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1이 카페가 개설될 때부터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는데 요즘 분위기를 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렇지만 온라인 카페 '차연구소'에 글을 올리고 몇 분이라도 댓글 다담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글이 올라오면 마음을 담아 장문의 댓글로 대화에 참여해 주시는 다우님들이 있어서 참 소중한 자리입니다.
보이차라는 공감대를 가진 다우들로 격 없는 '人間關係'가 유지되니 얼마나 좋은 자리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배를 타고 누군가 힘써 노를 저어 같은 목적지로 가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삶이 대화를 통해 느껴집니다.


제가 애송하는 임영조 시인의 시, '갈대는 배후가 없다'를 혼잣말로 낭송해 봅니다.
'갈대는 갈대가 배경일뿐 배후가 없다 다만, 끼리끼리 시든 몸을 기댄 채... 갈대는 갈 데도 없다'
시인은 외롭고 고독한 인간사를 갈대에 비유해 비통한 마음으로 시를 읊었습니다.
그렇지만 갈대는 홀로 있지 않아서 깊어가는 가을의 갈대밭은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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