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시는 보이차, 차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요?

이른 봄 처음 나오는 찻잎으로 만드는 첫물차-명전차

by 김정관

몇 년 전에 단지 저와 차 한 잔 하려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에서 온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내는 보이차 몇 종류를 마시고 나서

자신이 가지고 온 차를 마셔보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그의 차를 마시고 나니 제게 어떠냐고 물었는데

제 입맛에는 그의 차와 제 차와 별다르게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제가 가진 차 중에 가장 아끼는 차를 마셔보자고 하면서

세 번 정도 우려낸 차의 엽저를 큰 잎과 어린잎을 구분하라고 했습니다.


천년보이차 교목차.jpg 서울에서 온 분이 일아이엽 첫물차-명전차로 만든 천년보이차 교목차


둘로 나누어진 엽저를 각각 다른 차호에 넣고 따로 차를 우렸는데

큰 잎으로 우려낸 차와 어린잎의 차의 향미는 너무 달랐습니다.


저의 반응을 보고는 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그가 가지고 온 차를 다시 우려서 맛을 보라고 했습니다.


제 차의 어린잎으로 우려냈던 차 향미의 결과 비슷했지만

더 좋게 다가오는 걸 체감하면서 그에게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물었습니다.


그의 차는 고수차로 초봄에 처음 나온 찻잎인 일아이엽 명전차라고 하면서

첫물차의 향미는 다른 차에 비해 얼마나 다른지 얘기해 주었습니다.


KakaoTalk_20240613_140319547_02.jpg 24 절기 중 청명 전에 나온 찻잎, 순 하나에 잎 두 개-일아이엽으로 만든 차를 첫물차-명전차라고 부른다


그는 서울로 돌아가면서 제게 가지고 왔던 차를 선물로 주었는데

한 달 내내 첫물차의 향미에 빠져 그 차만 마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마시던 제 차에는 손이 가지 않았고

며칠 뒤에 그가 보내온 다른 첫물차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한 달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차를 뒤져보니

제게도 고수차 첫물차가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보이차 공부를 하게 되어 일찍이 첫물차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2000년대 초반부터 고수차 일아이엽만으로 명전차를 만들어서 소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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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물차의 향미가 빼어나다는 걸 체감하게 되니

제 차 생활이 잠깐 혼란에 빠지게 되었지만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는 고수차의 찻값이 오르기 전에 첫물차로 차를 만들 수 있었지만

2015년 이후 천정부지로 오른 고수차를 첫물차로만 마실 수 없는 게 현실이지요.


그렇지만 첫물차의 향미가 늦봄이나 가을에 만든 차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되니

생차를 선택하는 저 나름의 기준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루에 두 차례 이상 생차를 마시며 10g 정도 차를 쓰고 있지만

매일 한 번도 마시기 어려운 분이라면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할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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