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처음 나오는 찻잎으로 만드는 첫물차-명전차
몇 년 전에 단지 저와 차 한 잔 하려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에서 온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내는 보이차 몇 종류를 마시고 나서
자신이 가지고 온 차를 마셔보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그의 차를 마시고 나니 제게 어떠냐고 물었는데
제 입맛에는 그의 차와 제 차와 별다르게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제가 가진 차 중에 가장 아끼는 차를 마셔보자고 하면서
세 번 정도 우려낸 차의 엽저를 큰 잎과 어린잎을 구분하라고 했습니다.
둘로 나누어진 엽저를 각각 다른 차호에 넣고 따로 차를 우렸는데
큰 잎으로 우려낸 차와 어린잎의 차의 향미는 너무 달랐습니다.
저의 반응을 보고는 그가 미소를 지으면서
그가 가지고 온 차를 다시 우려서 맛을 보라고 했습니다.
제 차의 어린잎으로 우려냈던 차 향미의 결과 비슷했지만
더 좋게 다가오는 걸 체감하면서 그에게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물었습니다.
그의 차는 고수차로 초봄에 처음 나온 찻잎인 일아이엽 명전차라고 하면서
첫물차의 향미는 다른 차에 비해 얼마나 다른지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는 서울로 돌아가면서 제게 가지고 왔던 차를 선물로 주었는데
한 달 내내 첫물차의 향미에 빠져 그 차만 마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마시던 제 차에는 손이 가지 않았고
며칠 뒤에 그가 보내온 다른 첫물차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한 달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차를 뒤져보니
제게도 고수차 첫물차가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보이차 공부를 하게 되어 일찍이 첫물차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2000년대 초반부터 고수차 일아이엽만으로 명전차를 만들어서 소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첫물차의 향미가 빼어나다는 걸 체감하게 되니
제 차 생활이 잠깐 혼란에 빠지게 되었지만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는 고수차의 찻값이 오르기 전에 첫물차로 차를 만들 수 있었지만
2015년 이후 천정부지로 오른 고수차를 첫물차로만 마실 수 없는 게 현실이지요.
그렇지만 첫물차의 향미가 늦봄이나 가을에 만든 차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되니
생차를 선택하는 저 나름의 기준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루에 두 차례 이상 생차를 마시며 10g 정도 차를 쓰고 있지만
매일 한 번도 마시기 어려운 분이라면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할까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