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차 마실까요?

조부모가 손주를 거두는 걸 황혼육아라고 하지만

by 김정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주를 거두어 주는 일을 두고

황혼 육아라고 하면서 논쟁거리가 되는가 봅니다.


기사에는 몸은 힘들고 내 시간은 사라진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라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집도 일곱 살이 된 손주가 있는데

제 아내는 매주 3일 정도 딸네에 가서 가사를 돕고 있지요.


아내는 이 기사를 읽고 미소를 지으며

내 시간을 잃는 게 아니라 채워지고 있다고 반문합니다.



손주는 두 돌이 되기도 전에 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차 생활 5년이 되는 제 다우입니다.


제 손주는 2주에 한 번 정도 할아버지와 만나는데

차상을 펼쳐서 차를 우리면 부르지도 않았는데 제 앞에 앉습니다.


아직 따뜻한 정도의 물도 마시지 못해서 직접 우리지는 못하고

우려낸 차를 숙우에 담아주면 고사리 손으로 따러 마십니다.


별 단맛도 없는 차를 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 5년째 마시고 있으니

앞으로도 할아버지와 다우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손주가 우리 식구 중에 가장 따르는 사람은 제 엄마지만

할머니를 따르는 건 엄마 못지않아 보입니다.


일에 시달리는 제 엄마 아빠는 손주와 놀아 주어도 건성일 수밖에 없는데

할머니는 온갖 요구에도 싫은 내색 없이 최선을 다하니까요.


아이들의 배변을 도와주는 영양제를 할머니도 같이 먹고 있었는데

다 먹었다는 걸 챙기지 못해 하나 밖에 남아 있지 않았나 봅니다.


일곱 살 손주는 하나 남은 영양제를 굳이 할머니에게 권하면서

할머니가 더 필요한 상태라며 꼭 드셔야 한다고 양보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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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결혼해서 가까이 살아도 한 집에서 사는 건 어렵지만

손주를 거두어 주면서 삼대가 자주 일상에서 섞이는 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손주는 할아버지와 차를 마시며 어린이 역사책을 읽으며 놀고

레고를 만들어서 역할놀이를 하는데 할머니와 하는 게 제일 좋다네요.


삼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손주의 언어생활도 남달라서

할아버지에게는 제 아빠가 장인 장모에게 하는 존댓말을 꼭 쓴답니다.


주로 할머니 몫이라서 손주의 육아를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황혼 육아'라고 비하하는 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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