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유방암 관련 지식과 정보를 모았습니다
"부분절제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독하디 독한 세포독성항암 치료가 끝나고 각종 검사(MRI, CT, 초음파, 전신 뼈검사, 심장, 페 등) 결과와 함께 수술 전 주치의를 만났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MRI 결과상, 미세한 덩어리가 아직 보이지만 수술실에서 조직 검사를 하면서 수술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유방암 수술에는 전절제술, 즉 유방 전체를 도려내는 방법으로 30~40% 정도가 이에 해당하며 유방보존술, 부분절제 수술은 전제 유방암 수술 중 60~70% 정도라고 합니다. 간혹 환자들 중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전절제술을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지혜로운 판단은 아니라고 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부분절제술이 생존율이 더 높다는 결과가 있거든요.
전절제 수술이 화제가 된 것은 미국 할리우드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가 2013년, 유전적으로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진단을 받고 예방적 차원으로 양쪽 유방 전절제 수술을 받은 것에서 기인했습니다. 이것의 영향으로 유전적인 요인을 갖고 있는 미국 여성들이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리 전절제를 원하거나, 유방암이 한쪽에만 생겼는데도 다른 한쪽도 전절제를 원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유전적 요인이 있다 해도 유방암이 발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방을 완전히 도려내는 전절제 수술을 하는 경우는 과잉 진료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절제가 꼭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요.
저도 유방암에 걸렸다고 하니 주변에서 아예 암세포를 깡그리 없애려면 전절제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안젤리나 졸리 배우의 이야기도 하면서 말이죠. 이런 이야기들을 자꾸 들으니 두려움이 커지면서 부분절제와 전절제, 겨드랑이 림프절 수술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암의 크기 - 암 사이즈가 4cm가 넘어가면 부분절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저의 암사이즈는 처음에 6cm, 2.5cm 두 개에 림프절 전이도 있었기 때문에 주치의로부터 전절제를 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선행항암요법을 통해 암덩어리가 없어져 결론적으로는 부분절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단일 병변, 다발성 - 암덩어리가 딱 하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발성으로 여러 개나 작은 사이즈로 퍼져 있을 때도 부분절제보다는 전절제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나씩 제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겠죠. 이 또한 선행항암 요법을 한 후에는 수술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암의 위치 - 암이 발생한 곳이 유두와 가깝거나, 유두 아랫부분에 위치해 있을 때 전절제 수술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부분절제보다는 전절제 수술을 하는 경우는 방사선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나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 안젤리나 졸리처럼 환자의 선호, 외과 의사에 따라서도 부분 절제보다 전절제 수술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처럼 선행항암요법을 통해 전절제가 부분절제 수술로 바뀌는 경우는 30~50% 정도라고 하니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지금도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환자들 중에는 부분절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 부분적으로만 수술을 해서 괜히 암세포를 어딘가 남겨 두는 건 아닌가 하는 노파심에서죠.
"성공적으로 부분절제를 했습니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돌아왔더니 주치의가 회진 시간에 맞추어 병실로 찾아와 수술 결과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성공적인 부분절제?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여기에는 3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성공적인 부분절제 3가지 조건
절제연에 암세포가 없어야 합니다. 수술로 잘라낸 단면이나 주변에 암세포가 없어야 합니다.
미용적인 결과가 나쁘지 않아야 합니다. 부분절제 후 유방의 모양이 흉하게 보이지 않도록, 또한 좌우 사이즈가 거의 같거나 모양이 비슷하도록 수술을 해야 합니다.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제 주치의가 부분절제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률이 높다며 방사선 치료는 "필수"라고 수차례 강조하시더군요. 환자의 수술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저도 16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만약 유방 전절제를 한다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재건수술을 원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요? 저도 전절제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깊게 고민하면서 실제로 주변에서 전절제를 받은 환우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친척 중에도 전절제를 받은 사촌이 있습니다. 수술 전에는 재건수술을 원했는데, 수술 당일날 몸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져 유방을 제거하는 시간 외에 더 이상 수술 시간을 늘릴 수 없을 만큼 응급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전절제만 하고 유방 재건 수술을 못한 거죠. 그렇게 8년이 지났는데 큰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유방 재건 수술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기 조직을 떼어내서 하는 방법인데, 주로 환자 본인의 뱃살을 떼어 수술을 하는데 이것은 고난도 수술에 해당한다고 하는군요. 왜냐면 단순히 떼어낸 뱃살을 유방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혈관들도 일일이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유방외과 전문의라도 경험이 많이 필요한 것이죠. 두 번째는 보형물을 넣어 유방 재건 수술을 하는 방법인데, 실리콘을 넣어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유방암은 거리가 가까운 겨드랑이 림프절로도 전이가 쉽습니다.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유방뿐만 아니라 겨드랑이 림프절에도 전이가 되었는지 꼭 확인을 하는 이유이죠. 만약 림프절에 전이가 보인다면 그 개수에 따라서 대응 방식도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림프절 곽청술이라고 해서 림프절을 다 떼내는 제거술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선행항암 요법을 통해서 림프절에 전이된 암세포를 다 없애거나 줄일 수 있고, 다 떼내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남아있는 부분만을 제거합니다. 이럴 때 감시림프절 생검술이 사용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뜻일까요?
감시림프절이란 암세포가 처음으로 도달한 곳, 즉 처음 생긴 림프절을 의미합니다. 림프관으로 전이 여부를 확인하려면, 이렇게 처음 암세포가 발생한 감시림프절을 절제해 확인하는 것을 통해 전이가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만약 감시 림프절에 전이가 되었다면 곽청술(제거술)을 하게 되고, 전이가 없다면 림프절 절제를 하지 않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림프절로 전이가 있었기 때문에 수술 전에 이것에 관한 설명을 길게 들어야만 했습니다. 수술실에서 감시림프절 생검술을 해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을 하겠다는 긴 이야기였습니다. 이것도 기적적으로 선행항암 요법과 식이요법, 운동요법 덕분으로 암세포가 다 사라져 곽청술은 받을 필요가 없었어요.
감시 림프절 생검술은 수술 전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사용되지만, 수술 중 추가적인 림프절 제거 수술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도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유방암의 생존율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막상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공황에 빠지기 쉽습니다. 나에게 맞는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 이성적으로 올바른 지식을 갖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는 만큼 마음이 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치유는 시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히포크라테스-
절제연(resection margin):수술해 잘라낸 암세포의 절제면을 병리과에서 부분적으로 잘라내 조직검사를 한다. 거기에 암세포가 없는 것이 수술의 원칙이다.
절제연에 암세포가 있는 경우, 절제연 양성(도려낸 암세포가 절제한 면에 닿은 경우)이라고 말하며 재절제 혹은 전절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