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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Aug 16. 2024

갑자기 유방암 3기, 용기를 내려고 합니다.

4장 암투병일기

"최소 유방암 3기 말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 같기도 하고, 천둥이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폭우처럼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난 것 같기도 했습니다. 


건강검진을 갔다가 우연히 왼쪽 가슴에서 5센티가 넘는 멍울(모든 덩어리)이 발견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유방암 조직검사를 하게 되었고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 판정, 최소 3기 말(사이즈만으로 5cm가 넘으면 3기), 전이 여부에 따라 유방암 4 기일수도 있다는 소견을 1차 병원에서 들었습니다. 


의사를 만나기도 전에 '유방암'이라고 쓰인 문자가 먼저 날아왔습니다. 내원하기 전 원하는 대학 병원을 정해서 오라는 안내문자와 함께 말이죠. 추석 전날 검사받고 추석이 끝나자마자 유방암 판정, 다시 한글날까지 연휴. 추석 연휴는 이렇게 생사를 오가는 암울한 소식으로 가족들을 울렸습니다.



"9살에도 죽고 10살에도 죽어. 인생이 그런 거야." 

[도깨비]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맞는 말인데 막상 현실로 닥치기 전까지는 머리로만 이해한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나도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면서 이번 생의 길이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생의 길이를 애초에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역시 신의 영역이란 걸 인정하게 되더군요. 태어나는 날은 태어나서 알고, 죽는 날은 죽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이 좀 억울하긴 합니다. 세상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 말고는 알 수 있는 것이 이리도 없다니.


'곧 마침표를 찍게 될까?'

'아님 조금 더 길어질까?'

'허긴 정확한 날짜가 있다면 그것이 더 공포스러울 수도'

오만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러 대학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개월 뒤로 예약을 잡아 주더군요.


"유방암 3기 말인데 조금 더 빨리 검사받을 수 없나요?"

"다들 같은 상황이에요."


상담원의 답변에 나와 같은 암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하게 되었죠. 


가족들에게 알렸더니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울고 친구들이 웁니다. 그 울음이 다시 나에게로 번져 엉엉 울며 추석연휴를 보냈습니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뒷정리를 잘해야 한다.'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면 뭘 준비해야 하는 걸까?'

마지막이라면, 남편과 아들이 내가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40이 다 되어서 저의 엄마는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애도 아니고 나이가 더 들면 엄마가 더 이상 그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엄마는 영원히 보고 싶은 존재였고 수시로, 때때로 기억을 헤집고 나타났습니다. 그 그리움이 너무나 아파 아이에게만큼은 그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오래 옆에 있어주고 싶었는데···.


용기를 내서 싸워보려고 합니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해도 감사합니다.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남깁니다. 

이번 생에 소중한 시간을 나누어 주어, 함께 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오늘'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소중해집니다.





"우리는 유한한 실망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무한한 희망을 절대 잃지 말아야 합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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