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엄마의 고민
결혼한 직장 여성이라면 아이를 낳기 전부터 이런 고민을 수없이 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또 다른 고민에 빠질 것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만두어야 하는지. 이미 자신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더라도 일에 대한 고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다 키우고 난 후, 단절된 경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이런 고민은 프리랜서인 나에게도 똑같은 문제로 다가왔다. 불규칙한 스케줄과 출장이 많아 아이를 부모님에게 부탁해야 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일도 많고 피곤한데 집에 돌아오면 다시 살림과 육아까지 해야 하는 현실.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을 다니건 프리랜서건 육아와 일에 대한 고민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면에서 직장맘은 퇴근하면 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그렇지가 않다. 일하는 시간이 불규칙하다 보니 밖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연속적으로 일을 해야 할 때도 많다. 내 경우도 그러했다. 밖에서도 집에서도 일에 묻혀 살아가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아이가 5살 때 일이었다. 밤 9시쯤 재우고 나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잠이 깬 아이가 갑자기 일하는 방으로 들어왔다. 수업 중이라 당황했던 나는 얼렁 가서 자라는 손짓을 아이에게 보냈다. 아이는 엄마가 일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그 자리를 떠나지도 않았다. 아이는 방문 앞에서 수업을 마칠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자라니까 안 자고 여기서 뭐 해?" 수업을 하는 내내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나는 아이에게 다독이기는커녕 나무라며 말했다.
"엄마, 엄마 일 안 하면 안 돼? 나랑 있어주면 안 돼?" 아이는 그동안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듯이 이렇게 물어왔다.
"가서 자자. 엄마가 다시 재워 줄게."
아이의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잠이 들 수 있도록 토닥토닥 거리며 재우는 동안 옴니버스영화를 보듯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나도 지치고 아이는 방치되는 일을 하고 있을까. 일도 가족을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하는 건데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맞을까?'
'그래, 아이가 조금 더 클 때까지 일을 많이 줄이고 육아에 힘쓰자.' 이렇게 마음을 정하니 먹구름이 가득했던 머릿속이 조금씩 맑게 개이기 시작했다.
프리랜서라는 일이 그렇다. 시작하기 전에는 일감을 구하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막상 시작하면 직장인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하고 있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일로 연결되면서 분야도 넓어지고 형태도 달라진다. 새롭게 들어오는 일들을 기회가 있을 때 잡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거절을 못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일이 불어나 있었다.
그 당시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로 통역일, 번역일, 온라인 강의, 책출판 준비까지 매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분주했다. 벌려 둔 일들을 육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줄여나갔다. 정확히 마감일이 있는 일은 마감을 끝내고,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 중에 적게 일하고 보수는 높은 것 하나만 남기기로 결정. 운 좋게도 대기업 장기 프로젝트 통역일을 얻었는데 규칙적으로 한 달에 3~5일 정도씩만 일하면 꽤 괜찮은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육아를 하면서 병행하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그동안 육아와 일에 대한 비중이 3:7 정도였던 것을 8:2 정도로 변경하니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프리랜서는 최소한으로 맥을 유지하면서 육아에 전념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육아에 전념하면서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감과 동시에 나의 기억들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 시절로 인도되었다. 그 기억 속에 엄마는 따뜻하고 커다란 존재였다.
아이를 키우는 시간은 엄마로 사는 모든 여자들에게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경험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시간여행처럼 기억 속에서 과거의 엄마를 만나게 되고, 엄마로 사는 현실 속에서 엄마의 그림자를 느끼며 아이를 대하게 된다. 어떤 것은 따뜻하고 어떤 것은 아프고 외롭고 슬픈 기억으로.
육아. 어린아이를 기른다는 뜻으로만 사전에 적혀있다. 나에게 육아는 부모가 아이를 기르며, 아이도 부모를 기르는 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육아는 서로의 마음을 자라게 하며 가르친다. 언제가 아이는 부모가 되어 육아를 시작하면서 나처럼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 그때 과거의 엄마를 떠올리면 아프거나 슬프지 않고 행복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그런 미래의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육아의 시간이 아닐까.
어느새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육아라는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며 미래를 향하고 있다.
"엄마는 꿈이 뭐야? 이제 나 다 컸으니까 이젠 엄마 하고 싶은 일 하면 좋겠어."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가게 되면서 나에게 건넨 말이다.
"꿈은 많지. 생각해 봐야지. 뭘 할 것인지......"
육아라는 틀에서 자유로워진 나는 그동안 프리랜서로 해왔던 일 중 지속하고 싶은 일, 그만두고 싶은 일,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일로 분류하며 고민하고 있다.
가끔 아이가 5살 때, 그날의 기억이 툭툭 떠오른다. 누군가 나에게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겠냐고 물어온다면 "아니요, 똑같은 선택을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일하는 엄마의 공백을 느끼며 아파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수도 도 많이 하고 부족하기만 했던 서툰 엄마였지만 그래도 아이 옆에 있어주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깨닫는다.
육아와 일,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엄마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육아라는 것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