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역마살
야간열차를 타는 사람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 상, 중, 하 세 개의 침대 두 쌍. 총 여섯 개의 침대 가운데 중간 침대를 젖혀 올리고 맨 아래 침대를 의자처럼 사용해 앉는 것이다.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어색하게 앉아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식당칸에 다녀오거나 뜨거운 물을 받아 컵라면을 먹거나 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나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진다.
맨 아래 침대칸 주인이 잠자리에 들려는지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눈치 있게 올려두었던 중간 침대를 다시 내리고 각자의 자리로 올라가 눕는다. 나 또한 맨 위칸으로 기어올라가 몸을 뉘었다.
고개를 삐딱하게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점점이 멀어지는 나무, 띄엄띄엄 보이는 집, 짐승 같은 거대한 산.
모든 것이 가까워졌다 이내 사라졌다.
기차의 덜커덩거리는 리듬에 맞춰 내 몸도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야간열차 침대칸에 누워있을 때마다 내가 정말로 멀리 떠나왔다는 게 실감 난다. 이리저리 떠다니는 부표처럼, 갈 곳 없는 연처럼.
얼마나 많은 밤을 길 위에서 보내야 이 갈증이 사라질까?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길 위에서 자면 그리움인지 슬픔인지 모를 이 고약한 응어리를 토해낼 수 있을까?
그로부터 아주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어디도 집 같지 않고 닻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