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내향인이 사람을 만나는 법
계기는 인도여행 중에 본 아이였다. 만행 버스는 지나가는 마을마다 들렀고 제시간에 떠나는 법이 없었다. 버스에 앉아, 나는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존재할 로컬룰 같은 출발 시간을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무심히 바라본 창밖으로 아이 한 명이 보였다. 아이는 처마 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을 둥그렇게 모은 손에 받고 있었다. 그때 아이의 눈빛이란! 세상 모든 진귀한 것을 다 주어도 손 끝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더 귀했을 것이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장면을 담고 싶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카메라를 주고 같이 사진 찍고 싶다. (안타깝게도 가지고 있던 필름이 동이 나서 찍을 수 없었지만)
팔 년 후 떠난 여행에서는 만나는 아이들과 사진 찍을 생각으로 여분의 똑딱이 카메라를 챙겼다. 윈난과 쓰촨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건넸고, 아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시선을 보여줬다. 모두 달리 아름다웠다. 어떤 아이들은 활기가 넘쳤고, 어떤 아이는 고요했고, 어떤 아이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찍었다.
글, 음악 다른 어떤 매체와 마찬가지로 사진에는 찍은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아무리 숨기려고 애써도 숨기고자 하는 마음까지 드러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 사진은 깨끗했다. 사회적으로 응당 해야 할 말과 태도. 흔히 말하는 사회성을 채 학습하지 못한 아이들 사진에는 자신이 오롯이 드러났고, 그건 우리나라보다 해외 오지 마을의 아이들에게서 확연했다.
그 순수한 에너지가 좋아서 우리는 돈 한 푼 벌지 못해도, 아니 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비를 들여 쏟아붓고 오더라고 카메라를 접하지 못한 아이들을 찾아 떠났다. 중국 오지 마을, 라오스, 필리핀, 인도의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쥐어주고 한국에서 하듯 사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출사 시간에는 세 가지의 약속만 했다.
1. 찍고 싶은 것 마음껏 많이 찍기
2. 카메라 렌즈 만지지 않기
3. 찍은 사진 지우지 않기.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이 집 저 집 왁자지껄 소리를 지르며 뛰어 들어갔다. 그 집들은 모두 누구누구네 집이었고. 누구네 엄마, 아빠 혹은 친숙한 동네 어른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방인인 우리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아이들 덕분에 아무것도 아닌 동네와 길이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보통의 여행자가 가지 않는 평범한 마을의 사람과 시간을 찍는 건 사진사에게 무척 신나는 일이니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내가 찍은 사진이 전시되는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사진을 취합하고 셀렉해 포토프린터로 출력했다. 선물로 찍어준 프로필 사진은 아이들 작품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 강당에 전시했다. 마을 사람들도 전시장에 와 사진을 구경하고 함께 간식 먹으며 축제 분위기가 되었는데 오기를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게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일이다. 이후에는 코로나 이슈가 있었고, 산간벽지에도 인터넷이 깔리고 스마트폰이 보급돼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여행 때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선물해 주고, 가족을 만나면 가족사진을 찍어 프린트해서 준다. 인화한 사진 보기가 더 힘든 요즘, 당사자들이 소중한 한 때를 잊지 않고 추억하기 바라며.
그게 바로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진사인 내가
여행 때 사람들과 만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