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안에 살아온 사람들 앞에서
장족(티베탄) 기사인 따오껀을 따라 들어간 집 내부는 마치 영화 세트 같았다. 집 한편에 만들어놓은 나무 선반 위에는 평소 사용하는 식기들이 놓여 있었다. 즐비하게 늘어선 식기 배열에서 강박적이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집주인의 적당한 성격이 드러난다.
집 내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낮인데도 그다지 밝지 않았다. 작은 유리창을 통해 사선으로 들어온 햇빛이 테이블 위 접시에 놓인 과일 몇 개와 먼지를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안쪽에 아이가 한 명 혼자 서 있었다. 아이는 따오껀의 딸 용쩐이었다. 양 볼이 빨갛고 머리카락이 짧은 용쩐은 갓 세 살이나 되었을까? 아이와 인사하고 간식 먹으며 노는 사이 따오껀의 아버지가 들어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들어왔다. 어머니는 인근에서 대규모로 짓고 있는 리조트 공사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녀의 손에 딱 봐도 새것으로 보이는 분홍색 신발이 들려 있었다. 손녀에게 줄 신발을 사 온 모양이었다.
따오껀은 신발을 받아 들어 아이에게 신기고는 무어라 말했다. 신발이 사이즈가 작아서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저녁 식사 거리 장 보러 가는 김에 신발을 바꿔 오겠다고 했다.
따오껀과 함께 길을 나섰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눈빛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 장족 거주민 구역을 돌아다니는 여행자가 신기하게 보였으리라. 눈이 마주치면 그들은 처음 보는 우리에게 환하게 웃어줬다.
식료품, 옷, 문구류 등 온갖 것을 다 파는 자그마한 잡화 가게에 들어갔다. 따오껀은 고기와 채소를 산 후 품 안에서 분홍색 신발을 꺼냈다. 가게 주인이 신발 두 세 켤레를 꺼내와 보여주었다. 따오껀은 아이 신발 고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는지 나에게 어떤 게 좋냐고 묻고는 갈색 신발을 골라 들었다.
“여자 아이인데 분홍색이 낫지 않아?”
내가 말하자 따오껀은 머쓱해하며 그런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가게 주인이 말했다.
“不是藏族嘛!“
(장족이잖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동안 편견과 고정관념 없이 사람과 사물을 대하려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도 자연스럽고도 반사적으로 여자 아이니까 분홍색 신발이 어울리지 않겠냐고 말했던 것이다. 마치 성별에 따른 색깔이 정해져 있는 것 마냥 말이다. 순간 스스로가 몹시 부끄러워졌다.
아주 오래전부터 황톳빛 고원에 터전을 잡고, 대자연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 자연을 닮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고정관념을 들이민 건지…
나는 아직도 깨뜨리고 부숴버릴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