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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Feb 07. 2022

#9. 보고 싶은 투 팍스(Two Parks)!

코로나 일기: 2022. 2. 7. (월)

  오늘 아들의 중학교가 개학을 맞이했다. 그러나 수요일에 종업식을 하고 나면 다시 봄 방학에 돌입한다. 그리고선 3월에 중학교 2학년이 된다.     

 

  비록 원격수업이지만 수업을 듣는 아들의 방에서는 활기찬 기운이 흘러넘친다. 코로나 확진으로 며칠 동안 방 안에만 갇혀 지냈는데 오랜만에 반 친구들도 모두 만나고 선생님도 만나니 무척이나 좋은 모양이다. 원격수업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대면 수업이었다면 아들은 자기만 학교에 못 간다고 우울해했을 것이다.

 


  

  아들은 방에 갇혀 지내고 있긴 하지만 호의호식을 하며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아빠가 생활치료센터에서 답답함을 견디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엄마, 나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매일 내가 좋아하는 것만 사다 주셔서 너무 좋아.”     


  사실 평소에 햄버거나 피자 같은 음식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먹었었는데 격리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매일마다 먹고 있으니 신이 날 만도 하다. 격리 생활을 하는 손주가 안쓰러워 손주가 좋아하는 음식을 매일 대령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덕분에 아주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래, 아들아, 지금을 즐겨라. 격리 끝나면 어림도 없으니까... (너 때문에 엄마도 살이 찌고 있다.)    

  

오늘 친정 부모님이 사 오신 피자. 아들이 포테이토 피자를 좋아한다고 하니 포테이토 피자를 사다 주셨다.

     



  생활치료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편은 여전히 혈압이 높은 상태이다. 그곳의 의료진이 남편의 혈압이 며칠 째 안 떨어지는 걸 보고, 혈압 약을 하나 줄 테니 머리가 너무 아프거나 하면 먹으라고 했다고 한다. 약은 정밀검사를 받기 전에는 최대한 안 먹는 것이 좋다는 주의사항과 함께.      


  그 말을 들으니 남편도 나도 가급적 약을 안 먹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행히 남편은 머리가 약간 띵할 뿐 심각하게 아프거나 한 것은 아니어서 약을 안 먹고 참아 보기로 했다. 이틀만 더 버티면 생활치료센터에서 퇴소를 하니 그때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 보기로 한 것이다. 단순한 스트레스, 혹은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증상이면 참 좋을 텐데 걱정이 된다.     




  남편의 룸메이트 중학생 빼미 군은 내일 퇴소를 한다고 한다. 빼미 군의 상태는 약간의 가래 외에는 아주 좋다고 하니 다행이다. 빼미 군이 나가고 나면 남편 혼자 하루를 지내야 한다. 둘이 지내다가 혼자 지내려니 외로울 것 같다.      


  ‘집에 갈 날이 가까워 오니까 더 집에 가고 싶어지네.’     


  남편은 빨리 집에 고 싶어 애가 타는 것 같다. 빼미 군도 나가고 하니 더 그럴 테지. 남편도 그렇지만 나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빼미 군한테 정이 들었는지 내일 집에 돌아간다고 하니까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든다.




  오늘 문자로 드디어 기다리던 격리 통지서가 왔다. 날짜를 보니 나의 격리 기간은 2월 2일~2월 16일이다. 2월 16일 정오에 격리 해제가 된다. 단, 격리 해제 전 PCR 검사를 받아 음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격리 해제가 되며, 예방접종 유무에 따라 격리기간이 상이하다는 내용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내일 PCR 검사를 받으러 간다. 벌써 여러 번 PCR 검사를 받아 봤지만 이건 아무리 여러 번 해도 평생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코를 깊숙이 찌를 때의 그 짜르르함이란... 정말 끔찍하다. 게다가 추운 곳에서 한참을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은 말할 수 없이 고달프다.


  나는 예방접종 미완료자라서(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남) 재택 치료자의 확진일 또는 증상 발현일 기준 6~7일째 되는 날에 PCR 검사를 받고, 그 결과가 음성일 경우 추가로 7일을 더 격리하게 된다.


  내가 만약 예방접종을 완료했더라면(즉 3차 접종을 한 상태였다면) 내일 PCR 검사가 결과가 음성일 경우 추가 7일의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자가 격리 때문에라도 3차 접종을 해야 하나...라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3차 접종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격리 기간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3월 개학 전에는 3차 백신 접종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백신 접종 후의 부작용 등 후폭풍이 두렵기는 하지만 어쩌겠나. 3차 접종은 대부분 2차 접종보다는 수월하다는 후기가 많아서 그나마 조금 용기를 얻고 있다.


  전에 겪었던 고통들을 생각하면 솔직히 맞기 싫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으면 아이들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고, 격리 기간부터 해서 여러모로 애로사항들이 많이 생기니 할 수 없이 맞아야 한다.

   



  이제 이틀 밤만 더 지내면 남편이 돌아오고 아들도 하루 차이로 격리 해제가 될 것이다. 그러면 두 사람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고 나만 격리를 하면 된다. 코로나에 걸렸던 두 사람은 ‘자유의 몸’이 되는데 오히려 음성이었던 내가 7일이나 더 격리를 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펼쳐질 예정이다. 그래도 남편과 아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다면 다 참을 수 있다.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은 투 팍스! 남편이 박 씨고 아들도 박 씨이니 나는 이들을 줄여 ‘투 팍스(Two Parks)’라고 종종 부른다(특히 두 사람을 한꺼번에 불러야 할 때 아주 유용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사랑하는 투 팍스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남편이야 생활치료센터에 가 있었으니 이해가 는데 왜 집에 있는 아들을 그리워하냐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들은 격리 기간 내내 정말 자기 방과 방 옆에 붙어 있는 화장실만 다녀서 나와는 실제로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혹시 얼굴을 보더라도 마스크를 쓴 채로 멀찍이 떨어져 몇 초간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함께 있었지만 함께 있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주는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화살처럼 빨리 가던 시간이 지금은 왜 이렇게 느림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의 상대성이란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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