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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Feb 12. 2022

#14. 갑자기 툭 떨어진 선물

코로나 일기: 2022. 2. 12. (토)

  “선생님, 박OO(=우리 아들 이름) 님은 격리 해제가 되셨나요?”

  “네, 아들은 어제(2/10) 격리 해제가 됐는데요.”

  “아, 그럼, 선생님도 이제 격리 해제가 되셨어요.”

  “네? 지난번에 여쭤 보니까 저는 예전 방침대로 14일 동안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하시던데요.”

  “아니에요, 소급 적용되셔서 이제 격리 해제되셨습니다. 그런데 해제가 되려면 오늘 PCR 검사를 받으셔야 돼요. 그럼 내일부터 해제입니다.”     




  어제(2/11) 오후에 갑자기 걸려 온 나의 ‘격리 해제’ 통보 전화. 나는 16일까지 격리 생활을 한다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격리가 해제되었단다. 물론 격리 해제 전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조건 하에.     

 

  “여보, 나 PCR 검사 받으러 가야 돼!!”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보건소로 쌩 하고 날아갔다. 12시부터 2시까지는 점심시간이라 2시에 즉시 검사를 받으려고 서둘렀더니 검사 시작 30분 전인 1시 30분에 도착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번에도 내가 다섯 번째로 도착한 사람이었다는 거다. 지난번 검사 때도 다섯 번째였으니 말이다.   

   



  “어떻게 오셨지요?”


  우주복 같은 두툼한 흰색 방호복을 입은 직원 분이 줄을 서 있는 내게 다가와 물었다. 아무나 PCR 검사를 못 받게 되어 줄을 선 사람들에게 일일이 확인을 하는 것이다.     

 

  “제가 원래 16일까지가 격리인데요, 아까 제 담당 공무원께서 전화를 주셔서 이번에 바뀐 방역 지침 때문에 격리 기간이 짧아졌다고... 그래서 격리 해제가 되려면... 오늘 가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어요.”

  “아, 격리 해제 전 검사를 받으러 오신 거죠?”
  “네? 아, 네. 맞아요...”     


  내가 정당한 PCR 검사 대상자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장황하게 이유를 늘어놓았는데 그 직원 분이 내 긴 설명을 ‘격리 해제 전 검사’라고 깔끔하게 요약을 해 주셨다.      


  이렇게 해서 나는 3일 만에 또다시 짜르르한 면봉 씨와 대면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PCR 검사를 무려 세 번이나 받았다. 처음 남편이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14일 격리 중간에 받아야 하는 검사 시기가 되었을 때, 그리고 어제 받은 격리 해제 전 검사까지.




  오늘 아침, 정확히는 8시 11분에 어제 받았던 PCR 결과가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어머, 이제 나는 자유야!!!     



  16일까지 격리를 할 거라고 마음 놓고 있다가 갑자기 내 앞에 격리 해제, ‘자유’가 무심한 선물 보따리처럼 툭 떨어지니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야말로 예상치 못하게 빨리 받게 된 선물, ‘자유’!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이 ‘자유’를 이용해서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떠올린 것은 백신 3차 접종이었다. 이번에 남편과 아들 때문에 격리를 하게 되면서 미접종자의 불이익을 확실히 경험한 탓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유일하게 미접종자(2차 접종 후 90일 초과)인 나만 이번 코로나 씨의 공격을 피해 간 것이긴 한데... 그래도 뭐 어쩌랴. 다행히 나는 백신 부작용이 없었으니(2차 접종 후 고열, 오한, 근육통 등이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의 치명적인 증상은 없었으므로) 3차 접종을 해야지.     


  원래는 최대한 접종을 늦게 하려고 2월 21일에 예약을 해 두었었는데 내 상태가 ‘음성’이라고 확실한 보장을 받은 지금 서둘러 맞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잔여백신을 조회하니 다행히 화이자 잔여백신이 뜬 근처 병원이 있어서 얼른 클릭을 해서 신청 완료를 했다. 잔여백신 신청이 완료되자마자 내가 예전에 신청해 두었던 백신은 자동으로 예약 취소가 되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일사천리로 3차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하던 쫄면과 비빔국수를 사 와서 점심을 먹은 뒤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번처럼 몸이 아파질까 봐 조금이라도 몸과 정신이 멀쩡할 때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은 것인데...  이 글을 마무리해 가는 이 순간, 왠지 모르게 졸리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그래, 기분 탓일 거다(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인 주말에 백신 맞았다고 내내 골골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내 브런치 조회 수가 11만 회가 넘었다고 한다... 뭘까? 오늘로써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9일째인데... 어디에 내 글이 소위 '노출'이 된 모양인데 찾아 볼 정신이 없다.

  

  이래저래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그러나 매우 기분 좋은 선물들이 쏟아지는 주말이다.


  어쨌거나 나도 이제 자유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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