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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Feb 24. 2022

드라마를 보며 궁금했던 것

드라마니까 그렇겠지

  ‘오랜만이에요, 샘~ 잘 지내시죠?’     


  예전에 같은 대학에서 일했던 선생님으로부터 어제 반가운 메시지를 받았다. 이 선생님은 지금도 그곳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계신다. 나는 멀리 이사를 오면서 그만두어야 했던 학교다.      


  ‘이번 주가 겨울학기 마지막인데 샘은 3월 개강이시죠? 이번 주 지나기 전에 얼굴 한번 보면 좋을 텐데.’     

 

  대학교 어학당의 한국어 프로그램은 봄, 여름, 가을, 겨울학기로, 보통 10주가 한 학기로 구성된다. 이번 주에 그 대학은 겨울학기가 끝나는 것이다.      


  현재 나는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어서 초등학교 방학, 개학 시기와 동일한 스케줄로 일한다. 그러니 내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한번 만나면 좋겠다는 연락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도 많은 탓에 죄송하지만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아들이 얼마 전에 코로나에 확진되었었던 것도 마음에 걸리고, 어린 초등학생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아이들을 생각하면 몸을 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선생님이 강의를 하고 계시는 대학은 이번 겨울학기 내내 비대면으로 수업을 했다. 아마 다음 학기도 그럴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일하는 초등학교는 대면 수업이 원칙이다. 다문화 학생들인 데다 소수 인원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내 상황을 듣고 그 선생님도 수긍을 해 주셨다. 괜찮으면 줌으로라도 만나기로 했고, 실제로 만나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코로나 상황이 좀 진정되면 꼭 만나요!’     


  그런데 벌써 이렇게 만남을 미룬 것이 몇 번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년에 확진자가 몇 천 명이었을 때 그냥 만나는 건데... 그때는 1000명만 넘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만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만나지 못했었다. 지금은 1만 명도 우습게 되었는데 말이다.     

     



  이런 나의 현실과는 너무 다른 드라마 속 세상. 지금 상황이야 코로나 때문에 워낙 모든 만남이 멈춰 있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논외로 하겠다. 코로나 이전부터도 드라마를 보면서 늘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어떻게 드라마 속 친구들은 저렇게 자주 만남을 가질 수가 있을까?


  이것이 늘 내가 품었던 궁금증이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들만 해도 같이 학교에 다니니 그렇게 매일 만나거나 자주 만나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직장에 다니는 어른들이 친구들과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는 것이 참 신기했다.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중에서 <서른, 아홉>이라는 드라마만 봐도 그렇다. 그야말로 나이 서른아홉. 곧 마흔을 바라보는 세 친구들인 미조(손예진), 찬영(전미도), 주희(김지현)는 각각 피부과 의사, 연기 선생님, 백화점 매니저로 바쁘게 일하고 있다.      


  이들 세 친구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서른아홉 살이 된 지금까지 절친한 관계로 지낸다. 그런데 아무리 절친한 친구들이라도 해도 어떻게 렇게 수시로 만나면서 시시콜콜한 삶의 모든 내용들을 공유하며 지낼 수가 있는 것일까?     


  함께 건강검진도 예약해서 받고, 여행도 자주 다니고, 가족은 물론 모든 지인들을 다 함께 알고 있고, 봉사활동도 늘 같이 다니고... 게다가 어떻게 무슨 일이 한 명에게 발생하면 열 일 제치고 쏜살같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그 모습이 몹시 대단해 보이면서도 부러웠다. 나는 코로나가 없던 때에도 직장에 다닐 때는 친구들을 한 번 만나려면 약속 시간 정하기가 힘들어서 자주 만나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고 해도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기도 거의 불가능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긴 후에는 세 명 이상 한 자리에 모이기가 더더욱 힘들어졌다. A와 B가 되면 C가 안 되고, B와 C가 시간이 되면 A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사는 곳도 다 제각각이니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를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에이, 그러니까 드라마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뭘 그런 당연한 걸 가지고 궁금해하냐는 듯이 말한다.


  맞다. 드라마니까 그런 거겠지. 나는 그런 비현실적인 드라마 속의 세상이 가끔 너무 부러울 때가 있다. 바로 이 부러움, 동경 때문에 사람들이 드라마에 푹 빠지는 것일 테고 말이다. 현실에서 내가 하기 힘든 일들, 이루어지기 힘든 일들이 드라마 속 세상에서는 너무도 완벽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으니까.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가난한 여자와 재벌 남자,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어쩌면 그렇게 우연히도 잘 만나서 금세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지. 이런 걸 보면 소위 ‘대리 만족’을 느끼기에 드라마나 영화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드라마 속에는 코로나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 마스크 없이는 한 발자국도 밖으로 못 나가는데 드라마 속 세상에는 자유로움이 가득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재미있게 드라마를 본다.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잔뜩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아,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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