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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Jan 27. 2022

어두운 마루? 그래, "아몰랑!"

어두운 마루 인테리어 도전기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인테리어를 할 때 제일 고민했던 것은 ‘마루 색깔’이었다. 마루를 어떤 색으로 할까? 밝은 마루? 어두운 마루?     


  앞서 소위 ‘올 수리’라고 하는 큰 인테리어 공사를 이미 두 번이나 했었다. 전셋집에 산 것도 아닌데 이사를 참 많이도 다녔다. 이사를 갈 때는 늘 그곳에 오래 정착할 거라 생각하고 인테리어를 했는데 인생이 어디 계획대로 되나. 어쩌다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를 또 오게 됐고 또다시 세 번째 인테리어를 하게 됐다.     


  예전에는 항상 밝은 마루를 고집했었다. 집이 넓어 보이고 환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계속 코코아색에 가까운 어두운 마루에 마음이 갔다. 일단 이 집은 51평형으로 무척 넓다. 넓은 집인데 어두운 마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한 번도 어두운 마루가 깔린 집에서 살아 본 적이 없어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마루를 깐 집들의 후기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 보기도 했는데 거기에서도 어두운 마루에 대한 의견은 치열하게 반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어두운 마루 예쁩니다. 고민할 필요 없어요.’

  ‘전 어두운 마루가 묵직하게 눌러 주는 느낌이 좋아서 어두운 마루로 갑니다.’

  ‘어두운 마루가 예쁘긴 한데 아이들 방까지 어두워 보여서...그리고 확실히 좁아 보여요.’

  ‘어두운 마루는 찍히거나 긁히면 너무 잘 보일까 봐 고민이에요.’     


  그러다가 나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저 24평 블랙 마루로 갑니다. 하고 싶음 해야죠. 제 주위에서도 다 뜯어말리지만 아몰랑! 하고 싶은 거 합니다!ㅋㅋㅋ’     


  그 ‘아몰랑’이라는 말이 어찌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던지. 심지어 이 분은 나보다 더 과감하게 ‘블랙 마루’로 한다지 않는가. 그래, 그럼 나도 아몰랑!!  

   

  이제껏 한 번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고, 시도해 보지도 못했던 어두운 마루. 해 보고 싶다면 평생 후회하지 않게 도전해봐야지 않겠어?


  다행히 우리 남편 공룡 씨도 적극 찬성했다. 내가 어두운 마루 인테리어 사진들을 보여 주자 분위기 있고 좋아 보인다면서 꼭 하자고 했다.

     

  우리가 잡은 콘셉트는 마루는 어둡게, 그러나 벽이나 방문 등은 하얗게 해서 확실히 대비를 이루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구 등의 색깔도 무 다양화시키지 않고 최대한 톤을 맞춰서 가는 것으로. 가구의 경우에는 이미 가지고 있던 가구 대부분이 화이트나 우드 톤이어서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어두운 마루와 더불어 새로운 도전을 한 부분은 조명의 색깔이다. 어두운 마루와 하얀색 벽에 어울리는 분위기 있는 조명 색깔을 고민하다 거실과 서재에 전구색과 주백색이 섞인 듯한 색깔의 조명을 전체적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이것 역시 지금껏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시도였다.


  “집이 너무 노랗지는 않을까요?”

  “책 읽을 때 눈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을까요?”     


  이런 걱정들이 생겨 인테리어 사장님들(부부가 함께 운영하셔서 ‘사장님들’이시다.)과도 고민을 나누었는데 전문가 두 분이 적극 추천해 주신 거라 믿고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큰 두 가지의 도전을 감행한 인테리어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일단 어두운 마루는 정말 기대 이상으로 멋스러웠다. 우리가 선택한 컬러는 마루로 유명한 모 회사의 ‘카카오브라운’이었는데 색깔도 고급스럽고 마루의 질감이나 무늬 등도 정말 내추럴하고 좋았다. 마루에 발을 디딜 때마다 나무의 결이 느껴지면서 기분 좋은 감촉이 느껴졌다.        


  이사하는 과정에서 마루가 살짝 긁히기는 했지만(정말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지만 그 정도만 긁힌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리고 조명! 조명도 200% 만족이었다. 특히 밤이 되면 집이 분위기 좋은 카페로 변신하는 느낌이었다. 거실이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면(안방과 아이 방은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주백색으로 했다.) 마치 북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인테리어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다. 그건 아마 직접 머릿속으로 구상한 집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때문일 거다.      


  “이러다 우리 인테리어 전문가 되겠다.”     


  가끔 우리 부부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곤 한다. 세 번의 올 인테리어를 경험했으니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꽤 지식과 노하우를 갖추게 된 것 같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어두운 마루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눈 딱 감고 해 보시라고 조언하고 싶다. 다만 그러한 경우 벽 색깔은 화이트톤으로 환하고 깨끗하게, 가구 색깔은 톤을 잘 맞춰 심플하게 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인터넷이나 사진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 가서 실물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실제 마루 전시장에 가서 눈으로 보고서야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사진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나 할까.

        

아트월은 원래 있던 대리석을 떼어 내고 하얀색 벤자민무어 페이트를 칠했다(참고로 저건 그림이 아니고 TV이다.).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이 더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루는 어둡게 벽은 하얗게 했다. 오른쪽의 대리석 벽은 대리석이 무광에다 자연스러워 살려두었다.
마루의 무늬와 결이 잘 살아있다. 이 사진에서는 햇빛 때문에 색깔이 실제보다 밝게 나왔다.

 


  검색 중에 우연히 보게 된 한 인터넷 카페어떤 분께서 남기신 ‘아몰랑!’이라는 말 덕분에 부담을 내려놓고 어두운 마루에 도전할 수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분'께 용기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용기를 주셨던 그분께선 블랙 마루 시공 후에 만족하며 잘 지내고 계실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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