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도 잊은 채 꿈을 실어 나르는 우리들~
10월~ 황금연휴의 한가운데~
연휴와 전혀(?) 상관없는 나의 비행 근무는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 후, 필리핀 클락으로 이어지는 스케줄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부기장과 비행 브리핑 완료 후 내가 가지고 갈 항공기를 기다리기 위해 출발 게이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받아갈 항공기가 도착했고 이내 승객들이 하기(下機)하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비행기에 들어가니, 근무하셨던 기장님께서 외부점검을 나가신다고 하시며 상황을 말씀해 주셨다.
조류충돌… 비행 중에 새와 부딪친 듯하다고…
Duty 근무 셨던 기장님과 같이 나가 살펴보니, 왼쪽 엔진 부근에 새와 접촉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후 이어진 정비사 점검…
안전을 위해 항공기가 추가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어 당장 이 항공기를 가지고 갈 수 없게 되었다.
이 항공기를 가지고 가야 하는 나는 운항통제부서와 정비부서 그리고 스케줄 부서와 급하게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후속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부산에서 출발해야 하는 국제선 스케줄 때문에 나와 부기장이 여유 항공기가 있는 인천공항으로 긴급하게 이동후 비행기를 가지고(페리 비행) 부산으로 국제선 출발 시간 전에 입항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칵핏과 객실에 놓아둔 짐을 부랴부랴 다시 챙긴 후, 도착장을 통해 김포공항을 빠져나와 급하게 택시에 몸을 실었다.
김해공항 커퓨타임(curfew time)은 23:00..
그전에 항공기를 가지고 도착해야 한다.
인천공항에 도착 후 국내선 게이트로 급하게 이동했다.
괌에서 막 도착한 항공기를 받아 외부점검과 내부점검 그리고 기타 출발에 필요한 사항들을 확인한 후, 출발 준비 완료를 관제탑에 보고했다.
TOBT 2100
TSAT 2128
푸시백(push-back) 타임 2128…
이대로라면 김해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국제선 출발 위해 출입국 수속까지 하려면 정상적인 국제선 출발이 어려을 듯한 예상이 되었다.
(항공기가 출발을 위해 푸시백과 출발하는 활주로로 이동하는 시간 그리고 도착 후 해당 게이트로 이동하는 시간이 소요됨)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컴퍼니(회사 통제실)에 Freetext(항공기에서 보낼 수 있는 텍스트 형태의 전문)으로 해당 상황을 알려주었다.
정상적으로 부산에서 클락으로 출발하려면, 아마도 내가 아닌 국제선 CIQ 절차를 완료한 다른 기장과 부기장이 도착 게이트에 대기하고 있어야 할 듯 한 상황이었다.
“대구 컨트롤, LJ 9XXF”
“Request direct masta” “approved”
이륙 후 최대한 shortcut(짧은 경로)으로 비행경로를
요청했다.
부산 ETA 2224…
회사로부터 전문이 올라왔다.
”This flight is your last duty today”
내 예상대로 부산에 있던 국내선 Duty 기장과 부기장의 스케줄과 국제선인 나의 클락 비행 스케줄을 교체해서 나와 부기장은 부산 레이오버 호텔로 들어가 다음 날 국내선 4 leg 스케줄로 변경되었다.
수많은 승객분들을 전 세계 다양한 목적지로 모시는 에어라인 스케줄의 운영은 단순히 이륙과 착륙만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과 같은 항공기의 예상치 못한 결함(항공기도 기계이니 당연히 있을 수 있는)과 승무원들의 컨디션, 변화무쌍한 기상상태, 탑승 승객의 예측불가 상황 그리고 항로와 공항의 운영 상황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와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그에 따른 적절한 컨트롤과 코디네이션이 필요하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한편을 띄울 수 있었던 것은,
늦은 밤까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협력과 적절한 상황 판단과 결정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오늘도 내 항공기에 탑승한 그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인생의 멋진 도전을 위해~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기 위해~
자신의 꿈과 소망을 이루기 위해~
미지의 머나먼 목적지로 비행을 계획한 사람들이기에~
이 분들의 소중한 꿈을 실어 나르는 항공기를 책임지고 있는 기장으로서 더욱더 무한한 책임감과 보람을 느낀다.
p.s
; 부디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당장 본인의 비행 여정이 계획보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땅과 하늘에서 많은 항공 종사자분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고, 인내심과 이해의 아량을 베풀어주시길 살짝 바람해 봅니다~^^
p.s
; 결국 이번 스케줄 변경으로 나에겐 국내선 4번의 비행 스케줄과 국제선 한 번의 엑스트라 비행 추가로 총 5일 동안 8번의 비행으로 채워졌다…(클락행 비행기에서 엑스트라 크루로 이동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오히려 피곤하니 잠이 안 옴 ㅜㅜ)
p.s
; 비행 중 조류충돌과 관련된 글은 나중에 올려보려 한다.
ref. 커퓨타임(curfew time)
; 항공기의 이, 착륙을 법적으로 금지한 시간
; 소음문제가 주요 원인
; 각 공항별로 차이가 있음
ref. 인천공항도 국내선을 운영한다. 게이트 1번~8번
ref. TOBT(Target Off Block Time)
; 목표 주기장 출발시간
; 출발 준비가 완료되어 관제기구의 승인을 받으면 푸시백 할 수 있다고 항공사 혹은 지상 조업사가 예상하는 목표시간 (일반적으로 비행 스케줄로 명시된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변경 가능)
ref. TSAT(Target Start Approval Time)
; 목표 푸시백 승인시간
; 관제기구에서 발부하는 푸시백 및 엔진 시동 승인 예상시간(실제 항공기가 출발을 위해 움직이는 예상 시간)
ref. CIQ
; 공항 출입국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으로 세관 (customs), 출입국(immigration), 검역(quarantine)을 의미
ref. masta
; 인천이나 김포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 항로 중에 위치한 특정 지점(waypoint) 이름.
; 고속도로를 통해 운전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OO분기점 혹은 특정 진, 출입로 같은 곳이나 도로상의 지명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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