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반전~반가운 목소리~^^
대만 상공을 지나면서 슬슬 바빠졌다.
목적지인 김해공항의 기상이 예상한 것보다 많이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발 전 확인한 기상정보인 TAF와 METAR는 모두 기상 양호).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저시정 예보가 되어 있었던 터라, 혹시 모를 회항 항공기의 몰림을 예상하고, 출발 전 연료 추가를 회사에 요청했다.
전체 크루들과 비행 전 브리핑도 오늘은 평소보다 시간을 충분히 갖고 호텔을 떠나기 전 로비에서 했다. 현재 상황과 예상 상황에 대해서~
대한민국 FIR(비행정보구역)을 들어올 때 좋아질 것 같지 않는 기상을 보면서 객실 사무장을 다시 한번 콜 했다.
“부산 기상이 좋지 않으니 공항 근처에서 홀딩이
예상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조금 뒤에 다시 알려드릴게요~“
김해공항 근처에 다다르니 예상했던 데로 관제사가 홀딩을 지시한다. 내 아래 5000ft에서 한대, 내 위에 9000ft에서 한대 그리고 그 위로 고도 순서대로, 관제사는 도착하는 순서대로 비행기들을 차곡차곡 포개어 놓는다.
결정의 시간이 되면 나도 이 홀딩 패턴(holding pattern)에서 떠나야 한다.
”공항 근처에서 1시간 정도 대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승객분들에게 안내방송은 제가 할게요~”
사무장에게 상황 설명 후, 마이크 키를 잡고 정리한 기장 방송문을 읽어 내려갔다.
한 시간 가까이 홀딩을 하는 동안 내 아래, 위로 홀딩을 하던 항공기들이 하나 둘~기상이 양호한 대체공항으로 떠나갔다. 나도 회사와 통화하면서 대체공항으로 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내가 계획한 시간(잔여연료)이 10여분 정도 남았을 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장님~아까 협의하신 대로 청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아침 해가 좀 뜨면, 시정이 좋아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 시간이 내가 생각했던 시기보다 늦어지는 듯했다.
회사와 협의한 대로 나는 조금 일찍 대체공항으로 회항하기로 결정하고, 부기장에게 요청 교신을 부탁했다.
“Request divert to CJJ”
“Roger, Heading 330, Descent 5000ft”
이후 관제사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흘러나온 반가운 목소리~
“CAT-2 접근 가능합니다. 접근하시겠습니까?”
“가능합니다. cancel divert to CJJ, Request approach to PUS”
내 요청에 따라 관제사는 재빨리 북쪽으로 향하던 우리의 기수를 남쪽으로 유도했다.
감사하게도 정말 드라마틱하게 공항을 가득 매운 해무가 빠져나간 것이다.
제일 먼저 김해공항에 도착해서 날씨가 좋아질 때까지 여유 있게 홀딩을 하다 운이 좋게 김해에 접근할 수 있었던 건, 클락공항에서 요구해서 실어온 추가 연료 덕분이었다.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상황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또 가능하다면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은 연료를 실어 다닐 수 없다. (이전 글에 언급한 것처럼)
기장은 항상 최적의 포인트를 찾아내고, 고민하고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 책임져야 한다.
“PIREP Approach light insight at RA 180ft”
랜딩 후 칵핏을 정리하고 객실로 나가니 객실승무원들이 감사하다며 손뼉 치고 신나 한다.
이렇게 환호한 이유는?
내가 랜딩을 잘해서? No~No~
부기장과 나는 아직 하루의 비행 근무 일정이 남아있었지만, 객실 승무원들은 김해에 내리면 바로 연결 편 Extra 비행으로 김포로 올라가 퇴근이었기 때문이다.
난 졸지에 정시는 약간 아니지만~
객실 승무원들의 칼퇴근을 보장해 준 기장이 되었다.
장시간 부산 앞바다에서 대기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complain 없이 좌석에서 기다려주신 승객분들과 본연의 업무에 차분히 잘 대처해 준 객실 승무원들에게 감사함을 남긴다.
ref.
CAT-2 : 공항의 저시정 상황에서 안전한 활주로 접근 및 착륙을 위해 설정해 놓은 Category 중 하나다. Category 1~3까지 있으며, 시정이 안 좋을수록 숫자가 높아진다. 접근을 위해 조종사와 항공기는 특별한 훈련과 자격을 받고 유지해야 한다.
ref.
METAR : 정기적으로 발표 혹은 보고하는 공항 지역의 기상 정보를 뜻하는 약어.
TAF : 비행장 인근의 기상예보를 뜻하는 약어.
ref.
PIREP : 보고서를 뜻하는 Pilot Report의 약어로, 운항 중에 발생한 특이사항 등을 비행 종료 후 항공교통관제 기관에 보고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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