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가족같이 모시겠습니다~
가족 같은 손님~ 손님 같은 가족~
사실 오늘 비행에는 나에게 특별한 손님들이 탑승했었다.
와이프와 아이들 셋~
정말 10년 만에 나온 3박 스케줄~
그것도 BKK~방콕~
정말 흔치 않은 스케줄에 아이들까지 방학 기간이라 같이 동행을 계획했다. (다행히 좌석도 여유가 있었다~^^)
내 비행기에 탑승한 손님들을 가족처럼 모시겠다고 수없이 생각했지만, 오늘처럼 날씨가 신경 쓰이는 날에 진짜 가족을 모시고(?) 운항해 보니 더더욱 그 마음이 절실히 다가왔다.
방콕에서 출발하는 전 날부터 날씨와 태풍의 경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플라이트 플랜이 나오기 전부터 회사 통제실과 연락하며 비행경로에 대해 정보를 미리 상의했다.
서해안 외측으로 따라 올라가는 경로~
연료는 최대 가능량 요청~
(방콕 그라운드에서 거는 APU 연료도 아끼려고 항공기에 붙어 있는 GPU와 에어컨 카트도 최대한 늦게 떼도록 요청했다.)
호텔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크루버스에서 승무원들과 비행 전 브리핑도 날씨와 대체 공항을 포함한 다양한 경우를 설명하느라 시간이 평소보다 더 필요했다.
“방콕에서 이륙하면 최대한 고도를 받아서 올라가야 합니다”
워낙 교통량이 많은 항로라 시작부터 적정 고도를 받지 못하면 계획보다 연료를 제법 소모해야 하기에 부기장에게 이야기했다. (참고로 이날 나와 같이 한 부기장분은 방콕 비행이 처음이었다. )
결국 방콕에서 받지 못한 원하던 고도는 홍콩에 와서야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어제 예보한 기상보다 잠시 차분해(?) 진 태풍 상황에 계획대로 인천 공항에 접근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무엇보다 서울 접근 관제소에서도 적절한 레이더 벡터(RADAR Vectoring)를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정말 운이 좋게도 내가 인천공항에 접근할 때 태풍의 끝자락을 살짝 지나긴 했지만, 큰 요동이나 흔들림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라.
최종 접근 경로 접근 시 정풍 40 kts, 최종 접근 경로를
올라타니 40 kts의 바람은 정측풍으로 바뀌었다.
”Wind 050 at 15, LJ004 Clear to land RWY 34L”
다행히 인천 타워에서 불러주는 바람은 양호했다.
접근하면서 예상대로 바람은 점점 줄긴 했지만, 그래도 무시 못할 태풍의 언저리라 Gust와 Wind shear로 인해 적절한 경로와 스피드를 맞추기 위해 내 양손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Speed Brakes up”
“Two reverse green”
오른쪽 귀에 부기장의 경쾌한 콜아웃이 들린다.
드디어 touchdown~
내 항공기에 가족이 타고 있다는 생각은 어느새 잊은 채 비행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손님을 가족처럼~가족을 손님같이~”
10여 년 동안 이 직업에 몸 담으며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보는 말이다.
오늘과 다르게 가족이 타고 있지 않더라도,
언제나 내 가족이 타고 있다는 마음으로~
어떠한 주변 상황에 놓이더라도~
순간순간을~
그리고 항상 최선을 다하며 최종 결과물(안전한 비행)을 위해 몰입할 수밖에 없는 직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도 전 세계 하늘에서
나의 가족을~
그리고 누군가 혹은 우리의 가족을~
안전하게 그들의 최종 목적지로 안내하고 있는 조종사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p.s 24시간 우리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하고 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몰입하고 있는 공군 조종사들을 포함한 모든 군 조종사들에게도 함께 경의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ref. APU(auxiliary power unit)의 약자로 보조 동력 장치로 보통 지상에서 항공기에 전력 공급 및 기내 온도 조절 등에 사용되는 장치이다. 항공기 자체에 설치된 장치이기에 항공기에 실려 있는 연료를 사용한다.
ref. GPU(Ground Power Unit)의 약자로 항공기 외부
즉, 지상에서 항공기로 전력 공급을 해주는 장치이다. 지상 장비이기에 항공기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ref. 항공기 별로 착륙 시 바람 속도에 대한 제한치가 있다. 참고로 B737은 통상(by Pilot Operating Manual) 정측풍 30 kt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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