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turbulence)와 비행
내가 다니는 비행 노선 중에 유난히 귀여운 아가들(infant)들이 많이 탑승하는 곳이 ‘괌(guam)’이다.
노선 특성상 아이들이 물놀이하기 좋고, 태교여행이나 가족들이 그리 멀지 않으면서 이국의 태양과 푸른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내가 운항하는 B737은 소형기이기에 여느 대형기가 다니는 광활한 태평양을 횡단해 지구 반대편을 간다거나, 혹은 대서양이나 인도양처럼 큰 바다를 가로지르는 비행 노선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해서 갈 수 있는~^^)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소형기 논스톱으로 출, 도착이 가능한 대양을 건너가는 비행이 괌이나 사이판 등지이다.
비행을 하다 보면, 내륙과 해양 위의 날씨는 많이 다른 편이다. 바다 위에서는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도 자주 생기기도 하고, 곳곳에 예상치 못한 적란운이 비행 고도까지 올라와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바다 위에 구름대는 비행 전 미리 기상차트와 자료를 검토했기에 예상했던 기상이었지만, 사실 기상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서 시시각각 변하기에 언제나 긴장과 주의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예상되는 지역에 진입하면서 기상 레이더와 조종석 창밖을 번갈아 보며 상황을 살폈다.
“사무장님~곧 흔들리는 구간에 진입 예정이에요~ 10분 정도 후에 투차임(two chime) 드릴 겁니다. 미리 준비해 주세요~”
기내 서비스로 바쁜 사무장에게 미리 카트와 기판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예상했던 구간이었기에, 기상 레이더에 잡힌 에코(echo)를 피하기 위해 비행경로와 고도를 적절하게 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내 예상보다 더 많은 요동이 있었다.
“Tokoy radar, JNA644 Request climb upto FL390 due to turbulence go ahead.”
(도쿄 레이다, ~39000ft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Stand-by”
비행 고도 변경을 요청했지만, 나를 뒷따르는 항공기와 마주 오는 항공기가 차지하고 있는 고도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결국 고도를 34000ft에서 시작해서
35000ft, 36000ft…1000ft씩 쪼개서 결국 최종 가능 고도인 38000ft까지 올라왔다.
싯벨트 싸인이 켜진지 시간이 제법 지난 시점이라,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잠시 흔들림이 줄어든 타임에 객실에서 콜이 들어온다.
“기장님~화장실 언제쯤 쓸 수 있을까요? 아기 기저귀를 갈아야 할 것 같아요. 화장실 가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고요~”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싯벨트를 꺼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조금 불편한 것이 조금 덜 안전한 것보단 나으니까..
“사무장님~잠시만 기다려주세요~10분 정도 뒤에 다시 콜 드릴게요~”
40여 분간의 흔들리는 구름대를 빠져나오고 나서야 겨우 싯벨트 사인을 꺼 줄 수 있었다.
비행과정에서 기장 고민의 90프로는 어떻게 날씨와 싸우지 않고, 별일 없이 잘 피해 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제 공중에서 맞이하는 날씨들은 그리 단순하지 않고 일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론 예측불가의 만만치 않은 큰 위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장으로서,
기상 차트상에 나와있는 온도와 풍향/풍속 그리고 기압골과 제트 스트림 흐름 등을 통해 비행경로상 문제가 되는 지역이 어디인지를 가능한 정확하게 찾아내야 하고 (예측에 가깝지만..) 피해야 한다.
평소에 준비된 기상과 관련된 지식과 함께 회사에서 제공된 각종 기상 자료를 가지고 다양한 가능성을 도출(다양한 자료들을 Overlay) 할 수 있어야 한다.
난 비행준비하는 시간 중 기상과 관련된 내용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한낱 인간으로서 하늘에 변덕스러운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다만, 하늘에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운항하길 바라는 기장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을 수 있게 나 스스로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고, 나 또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음에~
.
..
언제나 감사하다!
ref. 소형기 vs 대형기 : 보통 승객 입장에서 기내에 통로(aisle)가 1개면 소형기, 2개 이상이면 대형기로 통상 나뉜다.
ref. 차임(chime) ; 항공기내 천정에 위치한 벨트 착용 싸인으로 객실에서 눈으로 보이는 벨트 표시 등(light)과 함께 소리가 함께 나는데, 이때 나는 소리를 통상 차임(chime)이라고 함. 이 차임의 횟수는 각 항공사별로 상황에 따라 다르며, 객실 승무원과 조종사가 특정 상황에 대해 서로 주고받는 신호로 사용함. 참고로 (우리 회사는) 순항 중 연속 2번의 차임은 승객을 포함한 전 승무원들은 모두 자리에 착석해야 하는 신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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