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스케줄과 조종사 라이프
소형기(단일 통로-aisle를 가지고 있는 항공기) 조종사들은 대형기(2중 통로를 가지고 있는 항공기) 조종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레이오버(layover) 기간이 길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 중, 단거리~길어야 시차가 2시간 정도 이내의 국가들을 취항하기 때문이다. 스케줄상 해당 지역에 며칠씩 묵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데일리 스케줄을 취항하는 지역 비행은 1박 3일 정도가 일반적이다. (국가별, 항공사별 약간씩 다를 수 있음)
어젯밤에도 스케줄이 한번 바뀌었다고 연락이 오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연락이 다시 또 왔다.
“제주 날씨로 결항이라..
일단 호텔에 대기해 주세요~다시 연락드릴게요~기장님~”
무한대기다…
집에서 비행 다녀온다고 짐가방을 바리바리 싸서 가지고
나온 게 3일 전~그러니 오늘이 4일째다~
집에서 출근할 때 가족들이 항상 물어보는 게 있다.
“언제 와요? “
”음… 내일모레~글피?”
날씨와 연결 편 등으로 정해진 비행근무 스케줄이 종종 변경되는 날이 있으니, 집에 돌아오는 날짜나 특히 시간을 항상 꼭!이라는 말은 안 하고 대답에 끝을 살짝 흐리거나 올리는 편이다.
(사실 이번에 비행을 나설 때에는 날씨 예보를 보며, 마음속으로 글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살짝 한 건 안 비밀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비행이 있는 날 퇴근 후에는 미리 특별한 약속을 안 잡는 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호텔에서 출발하기 전에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에 감사하다. 가끔씩 호텔에서 출발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 혹은 그 이후에 연락이 오면 낭패가 이런 낭패가 없다. 공항 의자에서 받아가야 하는 비행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제일 걱정이고 힘든 사람들은 집 떠나 멀리에서 이 시간에도 거친 날씨에 발이 묶여 못 나오고 계신 분들이 아닐까 싶다.
발이 묶여 집에 가고 싶어 하시는 승객들 마음과 내 마음을 함께 합쳐 간절히 기원해 본다.
“빨리 날씨가 호전되어 다~같이 집에 빨리 갈 수 있기를~“
p.s #1
이 글을 쓰고 얼마 되지 않아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장님~오늘 비행 스케줄 다 캔슬이라 그냥 김포로 바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오늘은 집에 도착하면 가족들이 물어볼 듯~
“왜 이렇게 일찍 왔어? “
p.s #2
조종사들이 보는 공항 기상에서 바람의 단위는 나트(knots)를 쓰는데,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생각하려면 보통 대략 나트(knots)에 나누기 2를 하면 쉽다.
ex) 제주 바람 43 knots는 43/2=21.5 즉, 대략 22m/s로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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