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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Nov 28. 2021

내 아이에게 바라는 것

부모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주기만 하는 기쁨이 존재한다는 것. 과거에는 마음이란 것이 내가 준만큼 되돌아오지 않아 속상해하곤 했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어른이 되었다. 자식은 커서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한다. 아이가 처음으로 나를 보고 웃어줬을 때,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다리를 들어 땅에서 한 발자국 겨우 떼어내 나에게 걸어왔을 때, 작고 작은 입으로 엄마, 아빠를 내뱉었을 때. 그 모습들을 부모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이가 할 일은 다했다고 말이다. 더 이상 바라는 것은 그저 건강하게 아프더라도 크게 아프지 않게 견뎌나가며 이 힘겨운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 주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부모님 생각을 하면 울컥한다. 티브이에서 양희은 선생님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가 나오는 날이면,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  나를 위해 헌신한 엄마, 그만큼 잘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후회. 나 내가 내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 엄마를 떠올렸을 때 눈물짓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했던 헌신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었고, 아이를 위한 일이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너는 그만큼 부모에게 기쁨을 주었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부모를 생각하며 미안해하지도, 슬퍼하지도 말고 그저 너의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살다 보면 울 일이 정말 많다. 사소한 일 때문에 이유 없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앞을 가리기도 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엄마를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은 잠시 아껴두고 대신 많이 웃기를 바란다. 너를 키우는 내내 그리고 지금도 나는 무척이나 행복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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