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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Feb 08. 2022

T와 F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만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친하게 지내온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였다.  30대 중반이 넘어섰지만 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렵다. " 너 이제 그만 그 친구랑 손절해 "라고 무 자르듯 쉽게 말해준다면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곡차곡 쌓인 상처는 폭발하기 직전 냄비처럼 부글부글 끓었다. 내 고민을 듣던 친구가 대뜸 하는 말이 

"그 친구 T 형이네" 

응? T 형이라니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친구는 다음 말을 이어갔다. 

" 너는 F 형이고, 친구는 T 형이어서 그래. 너는 감정적이고 친구는 이성적인 거야. "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를 두고 하는 소리였다. 일례로 똑같은 질문을 던져도 t와 f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단다.  가장 유명한 예시는 이것이다. 


Q: 나 차 사고 났어. 어떡해. 

F의 대답 : 괜찮아? 다친데 없어?

T의 대답 : 차 보험은 들었어? 


f는 사실보다는 차 사고가 난 사람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t는 사람보다는 차 사고 난 사실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인터넷에 't와 f'라고 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다. 관련 연관검색어가 수두룩하다. 내가 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각나는 예는 이것이다. 


Q : 나 그때 포르투갈 여행 갔을 때 진짜 예쁜 호텔 있었는데, 다음번에 가면 꼭 거기 묵어볼 거야. 

A : 왜? 그 호텔이 뭐가 좋은데? 어떤 게 좋은데? 


그 대답을 들었을 때 난 기분이 묘했었다. 저런 식의 대답을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냥 내 감정에 공감에 주길 바랬던 것도 같다. 이제 와서 t와 f에 입각해 바라보니 t형인 친구가 할 수 있는 당연한 대답이었다.   

t의 애정표현은 질문, f 형의 애정표현은 리액션

이렇게 다른 친구와 난 무려 20년 지기이다. 한 때는 정말 잘 맞았었다. 한 때는 말이다. 취향도 비슷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까르르 거리며 웃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 우리는 알고 보면 정말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타입이 다른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그 친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30년, 40년, 50년 지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글쎄올시다 이다. 타입이 다른 걸 알았으니 관계 유지를 위해 너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고 치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난 친구를 이해하게 된 후에도 똑같은 포인트에 또 서운해하고 또 속상해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친했던 누군가와는 멀어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인연과 오래된 친구처럼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있다. 날 항상 응원해주고 믿어주고 공감해주는, 난 그런 관계 속에서 더 성장하는 사람이다. 맞지 않는 단추를 자꾸 끼워보려 애쓰지 않고 잘 끼워져 있는 단추 간수나 잘해야겠다. 

t와 f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각자 살았답니다.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은, 친구가 t형이 아니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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