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이제 딱 3개월이 지났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이지만 매번 차를 타고 등, 하교를 한다. 학교 바로 앞에 육교가 있어서 근처 주차장부터 아이와 손을 잡고 육교를 건너 학교 정문에서 헤어진다. 그러다 며칠 전부터 학교 앞까지만 같이 오면 육교는 스스로 건너가겠다며 씩씩하게 차문을 닫고 나갔다. 그리고 또 며칠 뒤 자신감이 붙은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 엄마! 나 오늘은 학교 끝나고 동그라미 문구점까지 혼자 걸어올게. 거기서 만나자. "
우리는 엄마들의 로망인 초품아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에 살지도 않고, 구획정리 잘 돼있는 신도시에도 살 지 않는다. 다행힌 건 학교 주변이 육교로 되어있어 큰 도로 건널 일은 없다는 것. 그래도 작은 골목에는 늘 차들이 다니고, 집까지 돌아오기까지 직선도 아니라 아이 혼자 하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1년은 이렇게 차로 등, 하교하며 적응시켜야겠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막상 아이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겁도 많고 조심스러운 아이였다. 두발 뛰기를 해야 하는 개월 수임에도 하지 못하던 시절 나는 길을 나설 때마다 두발 뛰기를 해보라며 아이를 시켰다. 그렇게 열심히였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언제 두발 뛰기에 성공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이는 그때도 자신만의 속도로 열심히 자라고 있었던 거다. 8살이 된 지금도 그렇다. 아직도 작고 여리고 모든 것을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스스로 부모라는 울타리 밖을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만큼 내일은 저만큼.
아이는 기특하리만큼 아름답게 커 나가는 중이다.
이제 부모가 자라는 속도보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말았다.
그래도 아쉬워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