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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치안의 일선에 서다

[카카오AI리포트] 김수정, 심지은

범죄수사에서의 인공지능 실제 활용 사례

#사례1
SF 영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 같은 인공지능 수사관이 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등 범죄를 해결하고 있다. 2017년 2월 영국의 중대범죄수사청(Serious Fraud Office, SFO)은 인공지능 스타트업 레이븐(Ravn)이 개발한 로봇을 활용해 롤스로이스(Rolls-Royce Motor Cars)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했다.*1 해당 사건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로봇은 인간 수사관이 3000만 장의 서류를 살피는 것을 도우며 조력자 역할을 했다.

#사례2
지난 2018년 1월 부산지방경찰청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범죄 피의자의 추가 여죄(餘罪) 3건을 입증했다.*2 동일범의 여죄를 수사하기 위해서는 임장일지*3를 검토해야 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약 150만 건에 달하는 엄청난 임장일지를 인간 수사관이 검토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으나, 이를 인공지능이 도맡아 한 것이다.


어느덧 인공지능은 금융, 의료, 제조, 예술 분야를 넘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하며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머나먼 미래의 일인 듯 보이지만,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범죄를 예방하거나 수사에 활용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은 특히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특정 시간이나 장소를 예측함으로써 이른바 ‘예측 치안(predictive policing)’을 가능케 한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이 했더라면 수개월이 걸릴 일을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내며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2018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공개한 범죄 동향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전체 범죄 발생 건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범죄군은 재산범죄이고, 교통범죄, 강력범죄, 폭력범죄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4 이번 글에서는 우리 사회의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치안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활약상에 대해 먼저 소개하려 한다. 이어 앞서 언급한 4가지 범죄군 중 현재 인공지능을 활용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범죄를 예측하여 예방하거나 수사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례를 범죄군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 표 1 ] 2016~2017년 전체 범죄 및 주요 범죄군의 분기별 발생 건수(단위 : 건)*4





범죄 예측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화되다


[ 그림 1 ] 프레드폴(PredPol) : 미국의 범죄 예측 시스템


언제 어디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범죄 예방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실제 치안 현장에 투입된 인공지능은 과거의 범죄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특정 시간과 지역을 도출해내고, 경찰 당국은 이 결과를 활용해 치안 유지에 힘쓰면서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높인다. 관련한 예로 미국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의 제프리 브랜팅엄(Jeffery Brantingham) 교수가 개발한 ‘프레드폴(PredPol)’*5과 IT 스타트업 아자비(Azavea)가 개발한 ‘헌치랩(HunchLab)’*6을 들 수 있다.


프레드폴은 2011년부터 미국 LA에서 활용되고 있다. 프레드폴은 LA 경찰당국의 기록관리시스템(records management system, RMS)에서 받은 과거의 사건 기록 데이터(범죄 유형, 범죄 발생 장소와 시간)를 학습하며, 이를 토대로 하루에 한 번씩 예상되는 범죄 유형, 범죄가 발생할 장소 및 시간을 예측한다.*7 프레드폴이 예측한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은 [그림 1]과 같이 붉은색 박스로 표시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프레드폴은 2013년에 LA 풋힐(Foothill) 지역의 범죄율(crime rates)을 2009년 대비 23%나 감소시켰다.*8


일본 가나가와현의 경찰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해 범죄를 예측하기 위한 실험에 한창이다.*9 현재 과거의 범죄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학습시킨 뒤, 이 알고리즘이 도출한 결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가나가와현 경찰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까지 범죄 예측 인공지능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그해 말까지 관할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범죄 수사 : 수사관으로 활약하는 인공지능


부산지방경찰청은 올해 1월부터 인공지능 기술로 범죄자의 여죄를 추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미제로 남은 사건이 기록된 임장일지와 범죄자의 임장일지를 비교하면서 그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들을 찾아낸다. 영화 <암수살인>에서 범죄자의 여죄를 의심하는 주인공 형사의 직감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이다. 여죄를 찾는 방식의 핵심은 기존의 임장일지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2016~2017년에 발생한 미제 사건 중 여죄 분석 대상의 범죄자가 일으킨 사건과 유사한 범죄를 찾아내는 것이다. 여죄 분석 요청이 들어오면 문서 유사도 측정 알고리즘인 TFIDF*10, Doc2Vec*11으로 범죄자의 임장일지와 유사한 미제 사건을 탐색한다([그림 2]).


[ 그림 2 ] 인공지능 수사관의 여죄 분석 과정


[ 표 2 ] 실제 일어난 절도 사건을 간략하게 정리한 임장일지 예


예를 들어 피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신용카드를 절취하고 현금을 인출하는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잡혔다고 치자. 범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임장일지는 [표 2]의 추적 범죄와 같이 정리된다. 인공지능은 학습한 임장일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어진 추적 범죄를 비교·분석해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긴 임장일지를 [표 2]에서와 같은 추천 여죄로 제시해준다. 절도 사건은 미제 사건 비율이 70%에 달하고 재범 비율이 높음에도 범행 수법이 다양해 범죄자의 여죄 파악이 어려운 범죄 유형이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어려움을 낮추기 위한 도구로서 수사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실제로 인공지능 수사관을 활용했고, 그 결과 범죄자가 저지른 3건의 여죄를 입증해내는 데 성공했다.


정리된 기록뿐 아니라,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 담긴 영상 및 음성 데이터도 인공지능 수사관의 분석 영역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올해 안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및 경찰청과 함께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CCTV를 개발하고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12 전남 장성군은 비명소리, 폭발음 등 범죄나 재난 시 발생하는 이상 음원을 감지해 경보를 울릴 수 있는 ‘이상 음원 자동 탐지 지능형 CCTV’ 설치를 완료했다.*13 대전시 역시 이와 유사한 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14 CCTV가 즉시 범죄 발생을 감지해 관제센터에 알릴 수 있다면 범죄나 사고에 대한 초기 대응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또한 관제센터 요원들이 눈으로 식별했던 과정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동화하면 관제센터의 업무 효율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CCTV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이 고도화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오사카대학교는 2017년 사람의 걸음걸이를 분석해 높은 정밀도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했다.*15 CCTV 영상에 촬영된 사람의 걸음걸이에서 나오는 보폭이나 손을 흔드는 방식, 자세 등에서 개인의 특징을 추출해 식별하는 것이다. 기존의 기술은 영상 속 몸의 방향이 달라지면 식별력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앞을 볼 때와 옆을 볼 때 등 몸의 방향이 90˚ 달라지면 식별률이 6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연구진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종래의 기술을 개선해 몸의 방향이 달라지더라도 식별률이 95%에 이른다. 몸의 방향이 다른 CCTV 영상 간에도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으므로, 수사관의 눈을 빌리지 않고도 CCTV 영상만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용의자를 색출할 수 있다. 그밖에 일본 오키전기공업(OKI)은 현금자동인출기(ATM)에 부착된 CCTV를 통해 사람들의 모션을 분석하고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범죄자를 식별해내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도입할 예정이다.*16


[ 그림 3 ] 오사카대학교에서 개발한 걷는 방향의 차이에 따른 딥러닝 모델의 예*17


선글라스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돼 수사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나가는 행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 중국 허난성의 정저우시 경찰들은 올해 초부터 안면 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근무한다. 경찰은 범죄자에 관한 정보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단말기를 통해 행인의 신원을 파악하여 지명수배자를 구분해낼 수 있다([그림 4]). 경찰 당국은 해당 선글라스를 활용해 주요 범죄 용의자 7명과 신분 위조 용의자 26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그림 4 ] 안면 인식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행인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중국 경찰*18



재산범죄 : 보이스피싱, 불법 대부,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는 인공지능


2018년 11월에 발간된 검찰청의 범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2분기에 발생한 재산범죄 14만 2308건 중 48.9%(6만 9474건)가 사기였으며, 작년 2분기 대비 17.4%(5만 9170건)나 증가했다고 한다.*19 사기범죄에는 보이스피싱과 불법 대부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인 보이스피싱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실시간 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음성 특징을 비교·분석해 사기범의 목소리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20 삼성전자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보이스피싱에서 주로 사용되는 언어 패턴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사용자에게 경고 알림을 보내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는데, 향후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21 금융감독원과 IBK기업은행은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사기 전화를 탐지해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22 기존에 수집된 정보 외에도 통화 내용에서의 주요 키워드와 발화 패턴, 문맥 등을 인공지능이 파악해 사기 유무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이스피싱 못지않게 불법 대부 콘텐츠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SNS에서는 [그림 5]와 같이 한글을 파괴한 불법 대부 게시물이 극성이다. ‘즉♨시☏ㄱr★능☞무Oiㅈr&무담보 머출 2ooo만77ㅏ지 ㄱr능☜’이라는 게시물이 온라인상에 업로드된 경우, ‘무이자', ‘대출’ 등 사용할 수 있는 키워드가 거의 없어 검색조차 어렵다.


[ 그림 5 ] 한글 파괴형 불법 대부 게시물*23


2018년 8월 서울시는 민생범죄를 유인하는 온라인상의 불법 광고 키워드를 자동으로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민생범죄 수사 지원 분석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그림 6]).*23 우선적으로 연말까지 불법 대부나 다단계, 부동산 불법 거래, 상표권 침해 행위 등 5개 분야 수사에 적용하고 내년부터 수사 분야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글을 파괴하거나 기호, 은어 등을 사용해 검색을 회피하는 특징과 더불어 불법 광고에서 자주 발견되는 패턴을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법 게시물을 분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이 활용된다면 수사관이 일일이 게시물을 검색하고 그 불법성을 판단하는 방식 대신 자동화된 방식을 통해 막대한 양의 불법 게시물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찾아 단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그림 6 ] 서울시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민생 범죄 수사 지원 분석 사업' 플랫폼 설계도*23


인공지능은 금융 체계를 기망하는 범죄에도 적극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올 3월 인공지능 기반 시장 감시 시스템인 ‘엑사이트(EXIGHT)’를 본격 가동했다. 이 시스템은 계좌의 불공정 혐의를 판단하는가 하면,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불공정거래 유형을 발견하기도 하고, 강화 학습을 통해 불공정거래 연계 계좌를 구별한다.*24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불공정거래 조사시스템 보안 강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불공정거래 조사 기법을 내세워 보안을 강화하고, 금융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고안됐다.


금융위원회의 인공지능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혐의자 간 매매, 혐의·연계 계좌군 형성, 인물관계 등을 분석한다. 금융위원회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상의 콘텐츠를 수집 및 저장하고, 해당 기록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불법 게시물을 감시하는 방식으로 금융 범죄를 수사할 것으로 기대한다.*25 그밖에도 미국의 대표 증권 거래소인 나스닥(NASDAQ)은 인공지능 기업인 디지털리즈닝(Digital Reasoning)과 내부거래, 혹은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상황을 잡아내고 단속하는 기술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26



성범죄 : 피해자 진술을 대신 받는 챗봇과 성범죄자를 감시하는 전자발찌 그리고 음란물을 차단하는 인공지능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는 진술 및 재판에서의 신문 과정을 거치며 2차로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일부 변호사나 수사관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견디기 힘든 압박 신문을 해 피해자 스스로 소송을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성범죄 피해자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줌과 동시에 제대로 된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는데, 바로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돕는 비대면(非對面) 인공지능 상담 챗봇이다.*27 정밀한 기계 학습으로 훈련된 인공지능 상담 챗봇이 사람을 대신해 수사에 필요한 피해 특성별 시나리오에 기반한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다.


[ 그림 7 ] 지능형 전자감독시스템을 통한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 예측 과정*28


성범죄자를 관리하기 위한 전자발찌에도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이른바 ‘지능형 전자발찌’는 2014년 법무부에서 개발한 ‘지능형 전자감독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29 기존의 전자발찌는 경찰이 재범 가능성이 높은 범죄자의 몸에 부착해 범죄자의 단순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능형 전자감독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현 시점에서는 우범자의 범행 가능성을 예측하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랐다. [그림 7]에서 볼 수 있듯이, 지능형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의 움직임과 위치에 대한 정보는 전자발찌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수집되어 즉각적으로 중앙관제센터로 보내진다. 중앙관제센터에서는 해당 범죄자의 과거 범죄 수법, 이동 패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빅데이터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와 비교 및 분석해 그 즉시 재범 위험성을 파악한다. 경찰은 인공지능이 예측한 재범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는 쪽에서도 인공지능이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법적으로 촬영된 영상물(소위 ‘몰카’)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는 행태가 증가함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불법 촬영물 등 음란물의 유통과 관련해 기술적 측면에서의 대응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2017년부터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를 활용해 음란물 차단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다.*30 음성·정지 영상의 음란성을 분석·검출할 수 있는 해당 기술은 지난 11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해미디어 현황 및 해결방안' 워크숍에서 시연되었으며, 2019년에는 스트리밍되는 영상에도 적용이 가능할 정도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원기 차관은 지난 11월 28일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여성가족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바로 이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2020년부터 음란, 선정성 정보 모니터링을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 모니터링에도 저희의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31



테러 대응 : 더 큰 피해를 막아내는 인공지능


페이스북(Facebook)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테러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는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다.*32 오래전부터 페이스북은 테러를 옹호하거나 조장하는 콘텐츠를 방치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콘텐츠 하나하나를 일일이 살펴보거나 사용자의 신고에만 의존해 테러 콘텐츠를 식별하는 일은 절대 녹록지 않다. 이에 페이스북이 꺼내 든 카드가 인공지능이다. 페이스북은 테러리스트들의 콘텐츠를 찾아내고 삭제하는 작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했다. 현재 페이스북이 삭제하는 이슬람국가(IS) 및 알카에다(Al-Qaeda) 관련 콘텐츠의 99%가 인공지능에 의해 탐지 및 삭제되고 있다. 나머지 채워지지 않는 1%는 사람의 힘을 빌린다. 인공지능이 콘텐츠의 맥락(context)까지 파악할 수 없다는 기술적 한계에 따라 사람이 이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범죄를 찾아내는 역할은 아니지만 자동차에 내재된 인공지능이 테러 방지에 공을 세우기도 한다. 2016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는 트럭 테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 수는 50여 명.*33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테러리스트가 몰았던 트럭의 인공지능이 차를 제어해 더 많은 인명피해를 막았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건 당시 테러리스트가 몰았던 트럭에는 초기 외부 충격을 감지해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지능형 체계가 내장되어 있었고, 이 지능형 체계는 트럭의 제동을 위해 브레이크를 작동시켰다. 이 사건을 맡았던 수사관들은 “브레이크 덕분에 트럭 돌진이 70~80m에 그칠 수 있었고,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해 7월 프랑스 니스에서는 트럭 테러로 86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389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34 당시 테러리스트는 트럭으로 2km를 달리며 테러를 저질렀다. 프랑스 테러의 결과는 독일 사건 당시의 트럭 내 인공지능의 공헌을 간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마치며


지금까지 범죄 예방 및 수사 과정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 소개했다.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예측해 경찰들로 하여금 미리 범죄가 일어날 장소에서 범인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아니다.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경찰이 범죄의 징후를 읽어내고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차단하는 일이 벌써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생활 침해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본다면 인공지능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언급한 ‘인류가 직면한 10대 난제'*35 중 치안과 테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저명한 물리학자인 닐스 보어(Niels Bohr)는 “예측은 매우 어렵고,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Prediction is very difficult, especially about the future)”라고 했다. 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까지 살피고 범죄를 예측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글 | 김수정 sue.kim7@kakaocorp.com
〈카카오 AI리포트〉의 편집진으로서 다양한 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발자취를 좇으며, 친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인공지능 기술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아 매순간 순간에서 의미를 찾고 배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따뜻함이 많이 묻어났던 영국의 중심부에서 보낸 즐거운 대학생활을 마음 한편에 간직하며 언젠가는 더 큰 세상에서 반짝반짝 빛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 | 심지은 jinny.shim@kakaocorp.com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고자 <카카오 AI리포트> 편집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는 것을 더 좋아하며,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최강' 한화 이글스의 열렬한 팬이기에, 한화의 행복 야구처럼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작게나마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1 참고 | https://www.ft.com/content/55f3daf4-ee1a-11e6-ba01-119a44939bb6

*2 참고 | 
https://www.mois.go.kr/frt/bbs/type010/commonSelectBoardArticle.do%3Bjsessionid=afcKKFKjcutqGZvSVe07U1kuK7bWKJHn4dzZtggUEotGDGF5MkKeR4qfHMY7WPPe.mopwas54_servlet_engine1?bbsId=BBSMSTR_000000000008&nttId=61530&bbsTyCode=BBST03&bbsAttrbCode=BBSA03&authFlag=Y&pageIndex=1&searchCnd=&searchWrd=&searchCode1=&searchCode2=&searchCode3=&searchBgnDe=&searchEndDe=&searchSttusCode=

*3 설명 | 사건의 개요, 현장 상황, 범행 수법 등이 상세하게 기술된 일지(출처: 행정안전부·경찰청)

*4 참고 | http://www.crimestats.or.kr/portal/crime/selectCrimeReportPage.do

*5 참고 | http://www.predpol.com/ucla-predictive-policing-study

*6 참고 | https://www.hunchlab.com/features

*7 설명 | 이 과정에서 개인 신상과 관련한 정보는 활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프레드폴은 개인정보와 관련한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digit.hbs.org/submission/real-life-minority-report

*8 참고 | https://www.predpol.com/predpol-partners-lapd-foothill-records-day-without-crime 

*9 참고 | https://www.sankei.com/affairs/news/180209/afr1802090006-n1.html

*10 설명 | TFIDF(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는 특정 문서에서 집중되는 단어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계산해 특성값의 배열을 구성하는 특성값 배열 추출 알고리즘으로, 임장일지 분석 시 불용어나 동의어 사전 기능 강화를 위해 적용됐다.

*11 설명 | Doc2Vec은 구글(Google)에서 공개한 알고리즘으로, 신경망 기반 기계학습을 통해 특성값 배열을 구성한다. 임장일지 분석 시 설정값을 최적화하고 품사 선택의 최적화를 위해 적용됐다.

*12 참고 | https://www.jeju.go.kr/dojisa/six/work/media/publicity.htm?act=view&seq=1034106

*13 참고 | http://www.jangseong.go.kr/home/www/news/jangseong/bodo/show/17180?page=35&search=&keyword=

*14 참고 | http://www.daejeon.go.kr/drh/drhStoryDaejeonView.do?boardId=blog_0001&menuSeq=1479&ntatcSeq=1108686974

*15 참고 | https://www.asahi.com/articles/ASKC96KPTKC9PLBJ00F.html

*16 참고 | https://messe.nikkei.co.jp/ss/news/137184.html

*17 참고 | https://www.sanken.osaka-u.ac.jp/toppage/hot_topics/topics_20171108

*18 참고 | https://www.theverge.com/2018/2/8/16990030/china-facial-recognition-sunglasses-surveillance

*19 참고 | http://www.spo.go.kr/spo/info/stats/quarterly_report.jsp?mode=view&article_no=682683&pager.offset=0&board_no=691&stype=

*20 참고 | http://acct.fss.or.kr/fss/kr/promo/bodobbs_view.jsp?seqno=21530&no=13992&s_title=&s_kind=&page=3

*21 참고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90911040907565

*22 참고 | http://acct.fss.or.kr/fss/kr/promo/bodobbs_view.jsp?s_kind=&s_title=&page=1&seqno=21712

*23 참고 | https://opengov.seoul.go.kr/press/15928852

*24 참고 | http://kif.re.kr/KIF/Publication/OthersDetail.aspx?NodeID=402&ControlNo=232695&ParentNodeID=0&PageNo=1&SearchText=&volumeID=0&SearchIndex=0

*25 참고 |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01&year=2018&no=610188

*26 참고 | http://ir.nasdaq.com/news-releases/news-release-details/nasdaq-and-digital-reasoning-establish-exclusive-alliance 

*27 참고 | https://www.gov.kr/portal/ntnadmNews/1554526

*28 참고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0/24/0200000000AKR20161024187300004.HTML

*29 참고 | http://www.moj.go.kr/HP/COM/bbs_03/ListShowData.do?strNbodCd=noti0005&strWrtNo=3227&strAnsNo=A&strFilePath=moj/&strRtnURL=MOJ_30200000&strOrgGbnCd=100000

*30 참고 | https://www.msit.go.kr/web/msipContents/contentsView.do?cateId=mssw311&artId=1423667

*31 참고 | http://likms.assembly.go.kr/record/mhs-40-010.do?classCode=2&daeNum=20&commCode=VT&outConn=Y#none

*32 참고 |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7-11-29/facebook-says-99-of-is-al-qaeda-content-spotted-by-ai

*33 참고 | https://www.sueddeutsche.de/politik/terroranschlag-lkw-bremssystem-verhinderte-noch-mehr-tote-in-berlin-1.3312551

*34 참고 |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36805164 

*35 참고 | https://www.inc.com/business-insider/worlds-top-10-problems-according-millennials-world-economic-forum-global-shapers-survey-2017.html




[카카오 AI리포트] Vol. 15 (2018년 12월 호)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Special Topic

01. 최은필 | 유네스코에 초청된 카카오의 AI 윤리

02. 최은필 | 유네스코 AI 윤리의 토대가 될 ROAM


[2] In-Depth

03. 김우영 | 스마트 홈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04. 오승일 | 맛있는 인공지능 이야기, 스마트하게 먹기 위한 방법

05. 정구민 배승주 이재민 최명근 최현준 | 자율주행, 스마트 카를 위한 딥러닝의 진화와 확산의 허들

06. 민윤정 |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게 될 미래

07. 양성일 | 게임산업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가능성

08. 김수정, 심지은 | 인공지능, 치안의 일선에 서다


[3] Kakao Inside

09. 이준목 | 인공지능 기반의 고객센터를 향한 첫걸음의 시작

10. 최은필 | 카카오,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해 AI 방패를 펼치다

11. 최은필 | 문제 해결을 위한 머신러닝 오픈 플랫폼, 카카오 아레나


[4] Tech & Conference

12. 모종훈, 오형석 | 카카오 OCR 시스템 구성과 모델

13. 이수경, 홍상훈 | 아날로그 기상 데이터를 OCR로 디지털화할 수 있을까?

14. 서가은, 이다니엘, 이동훈 | EMNLP 2018 참관기

15. 김수정, 심지은 | 2019년 주요 AI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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