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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뱅크 Dec 28. 2022

이집트에서 튀르키예까지, 한국산 원전이 잘 나가는 이유

이슈 돋보기


최근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에서 재밌는 소식이 들려와요. 바로 UAE가 자국의 지폐에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의 그림을 넣겠다고 했거든요.


바라카 원전은 우리나라가 2009년 수주를 받아 2012년에 짓기 시작한 UAE의 첫 원전이에요. 우리나라가 만든 원전을 다른 나라가 자랑으로 여기며 지폐에 넣는다는 이야기. 생뚱맞으면서도 신기하죠. 하지만 놀라기는 일러요. 요즘 K-원전이 꽤 잘 나가거든요.




낯선 나라에서 K-원전의 향기가


2009년 UAE에 원전을 수출한 지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현재 한국 원전은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어요. 아프리카, 유럽, 중동 등 자기 나라의 원전 공사에 입찰해보라고 제안이 쏟아지는 중이죠. 물론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어 계약을 따고 있는 나라도 여럿인데요.


(EG) 신호탄은 이집트에서 들려왔어요

지난 8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의 엘바다 원전 공사 계약을 따냈는데요. 원전 설비 중에서도 터빈과 발전기 등 전기를 생산하는 '2차 계통' 설비를 내년부터 시공하게 됐죠. 계약 규모는 1조 6천억 원에 달해요.


(PL) 폴란드에는 한국형 원전(APR1400)을 수출할 예정

지난 10월에는 폴란드 정부와 우리 정부가 양해각서(MOU)에 서명했고, 폴란드와 우리 기업 간에는 협력의향서(LOI)가 체결됐어요. 아직 본 계약이 체결된 수준은 아닌데요. 폴란드가 우리나라에 적극적으로 요청해 논의가 시작된 만큼 무리 없이 계약이 성사될 걸로 보이죠. 만약 수주에 성공한다면 그 규모는 최소 10조 원, 최대 30조 원에 이를 거예요.


(TR) 최근 튀르키예와도 한국형 원전 수출을 논의 중

튀르키예 북부에 한국형 원전을 4개 짓는 프로젝트로, 사업 규모는 총 40조 원 정도일 듯 해요. 내년 중으로 튀르키예 정부와 사업 타당성 조사를 위한 MOU를 맺고, 조사 결과에 따라 2024년 협정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죠.




선진국 "아니, 원전 안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너도나도 원전 건설을 하려고 난리일까요?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면 원자력 에너지를 두고 전 세계가 우왕좌왕했던 모습을 살펴봐야 해요.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드는 추세였어요. 전 세계가 원전의 위험성을 체감하는 일이 벌어졌거든요. 바로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명실상부한 선진국 일본에서 원전이 셧다운되고 원자로의 방사능이 누출됐어요. 이때를 기점으로 원전을 가동하던 국가들이 점진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축소한다는 목표를 내놓기 시작했어요.

그런 흐름이 역전된 건 최근의 일. 이유는 크게 두 가지죠.


(1)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각심이 생겨났어요. 세계 각국은 당장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도 이뤄냈어요. EU는 다른 나라 상품의 탄소 배출량에 관세까지 매긴다고 할 정도였죠.


그러니 탄소 배출의 대명사인 화석연료(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요. 대안은 두 가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죠. 원래는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더 많이 쓰자는 게 세계적인 추세였어요. 하지만 최근 글로벌 에너지난을 겪으며, 재생에너지만으론 부족하겠다고 느끼게 됐죠.


(2)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도 컸어요
전쟁을 겪은 유럽은 에너지가 곧 안보 문제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했죠.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이 원전 축소 계획을 틀어 다시 확대를 검토하고 있어요. 유럽 이외에도 미국과 일본 등이 원자력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규정하고 사용을 늘려가고 있죠.




원전 산업, 이제 대세는 SMR


세계적으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한국 원전이 러브콜을 받는 지금. 우리나라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는 대선부터 원전 산업 발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원전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규정했어요. 원전 해외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죠. 특히나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개발을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계획인데요.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란?말 그대로 원자로의 규모를 축소한 발전 방식이에요.
- 규모가 작아 원자로의 위험성을 관리하기가 용이해요.
- 대규모 발전소에 비해 SMR은 건설 조건도 까다롭지 않고 건설 비용도 비교적 저렴해요.
(지금까지 원전을 짓지 못한 국가도 구매를 고려할 수 있는 상품인 셈!)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2023년 630조 원대로 성장할 걸로 보여요. 당연히 세계 각국이 SMR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업계 선두 주자인데요. 미국의 3대 SMR 기업에 적극적으로 지분 투자를 시도하는 등 힘을 쏟고 있죠. 두산뿐 아니라 SK, 삼성, GS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SMR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요.




■ 오늘의 돋보기 요약

2009년 UAE 수출 이후 13년 만에 이집트, 폴란드, 튀르키예 등과 수출 논의 중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난으로 인해 원자력 에너지가 재조명되고 있는데...

원자력 산업의 차세대 시장 SMR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


한편으로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어요. 원자력 기술 개발과 해외 수출 소식이 관심을 받는 동안 사용한 핵연료의 처리 문제는 논의도 되지 않고 미뤄지고만 있어서죠.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는 문제예요.

원전 산업이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차세대 유망 산업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겠죠.


※ 이 콘텐츠는 2022년 12월 26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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