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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돋보기> 시리즈
'요즘 핫한 경제 이슈' 재밌게 들여다볼까요?
지난 6일 정부가 근로 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어요. 작년 중순부터 추진해온 노동시장 개혁의 공식적인 모습이 드러난 거죠. 이번 개편안을 둘러싼 관심은 특히 뜨거워요. 근로시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보니, 당연히 많은 직장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죠.
일단 이번 개편안이 ‘무조건 주 69시간을 일해야 한다’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어째서 주 69시간 근무제라고 불리는지 알기 위해선 개편안의 내용을 꼼꼼히 뜯어봐야 하죠.
현행 제도에 따르면 노동자는 한 주에 최대 52시간을 일할 수 있어요. 기본 근로 시간이 40시간이고 매주 최대 12시간의 연장 근로를 더 할 수 있는 거죠. 이번 개편안은 노사 합의하에 연장 근로 시간을 주가 아닌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도 계산할 수 있도록 했어요.
▶ 예를 들어, 한 기업에서 연장 근로 시간을 월 단위로 계산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기존에는 매주 연장 근로가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는데요. 개편안 대로라면 매달 연장 근로가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돼요. 한 달 중 바쁜 주에는 연장 근로를 주 12시간 넘게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다만 단기간에 노동이 몰리는 걸 막기 위해 퇴근과 출근 사이엔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게 했어요. 하루는 24시간이고 출퇴근 간 휴식 시간 11시간과 근무 중 보장되는 휴게시간 1.5시간을 빼면 11.5시간이 남아요. 11.5시간을 꽉 채워 주 6일 근무한다고 하면 한 주 최대 근무 시간이 69시간(=11.5×6)이라는 결과가 나오죠. 주당 기본 근로 시간 40시간을 제외하면, 주당 연장 근로가 29시간까지 가능해진 셈이에요.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근로 시간 관련 규제를 풀어서 노사의 선택지를 늘리겠다는 건데요. 개편안에는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확대하고 ‘근로 시간 저축 계좌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았어요.
▶ 선택 근로제 확대
선택 근로제는 노동자가 근무 시간을 선택하는 제도예요. 하루에 10시간씩 일하며 4일만 출근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등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건데요. 제도는 마련돼 있었지만 지금까지 현장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지는 않았어요. 정부는 개편안에서 선택 근로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 1달에서 3달로, 연구개발 업종은 6달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어요.
▶ 휴가도 저축한다?
노동자가 연장 근로를 하면 그 대가를 선택할 수 있어요. 추가 수당을 받거나 연장 근로 시간의 1.5배를 휴가로 받을 수 있는데요. 사실 현장에선 보상 휴가가 익숙지 않아 대부분 수당을 선택해왔죠. 정부는 보상 휴가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근로 시간 저축 계좌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어요. 노동자가 연장 근로로 모아둔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절차와 분위기를 마련하겠다는 거죠.
개편안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요. 경제계는 노사의 자율성이 확보돼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며 반기는 분위기. 반면, 노동자 측 단체는 사실상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을 거라며 반대하고 있죠.
▶ "선택권 보장"
사측 단체는 개편으로 근로 시간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면, 현장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게다가 사측 단체는 오히려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11시간 휴식 보장제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게 하고, 연장 근로 단위를 분기, 반기, 연으로 확대했을 때 총 근로 시간을 축소하는 방안도 재고해야 한다고 말이죠.
▶ "과로 조장"
양대 노총 및 노동자 단체는 말도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어요. 노사에게 선택권을 주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회사·사용자의 선택권일 뿐이라는 거죠. 사용자와 노동자의 비대칭적 관계를 생각하면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노동자는 과로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에요. 노동계는 이미 우리나라의 과로 문제와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심각하다며 어떻게든 개편을 저지하겠다고 밝혔어요.
■ 오늘의 돋보기 요약
근로 시간을 산정할 때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개편안
선택적 근로 시간제 확대와 근로 시간 저축 계좌제 도입 방안도 담아
경제계는 환영하며 더한 규제 완화 요구, 노동계는 개편을 저지하겠다는 입장
물론 정부가 개편 의지를 밝혔다고 해서 그대로 제도가 바뀌는 건 아니에요. 개편을 위해선 현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요. 정부는 관련 법안을 오는 6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에요. 더군다나 야당이 정부 개편안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통과된다면 어떤 변경과 조정을 거칠지는 미지수죠.
※ 이 콘텐츠는 2023년 3월 13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