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곧 친구 생일 파티가 있어요. 제가 외로울 때 함께해 준 소중한 친구죠. 인기도 많은 친구라 선물도 많이 받을텐데요. 저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다른 친구는 고급 다이어리랑 다꾸 스티커를 샀다고 하더라고요. 가격대는 3만 원이 훌쩍 넘는데요. 저는 용돈을 다 모아도 1만 5천 원밖에 안 돼요. 제 선물만 초라하면 어쩌죠? 친구 생일 선물, 어느 정도 가격대가 좋을까요?
소중한 친구에게 취향 저격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 항상 하게 되는 설레는 고민이죠. 그런데, 지금 고민은 설렘보단 비싼 선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것 같네요. ‘다른 친구들은 근사한 선물을 하는데, 나만 초라한 선물을 하면 친구가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이요.
하지만, 선물은 가격대가 중요한 게 절대 아니에요. 적은 비용으로도 친구가 좋아할 만한 근사한 선물을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친구가 평소 좋아하는 게 뭔지 관찰하세요. 색연필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봐요. 평소엔 12색이 들어있는 기본 색연필을 씁니다. 그 친구가 섬세한 금색 라인 그리는 걸 좋아해서, 미세한 펄이 살아있는 금색 색연필이 있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그 ‘금색 색연필 한 자루’ 가격이 ‘12색 기본 색연필’과 가격이 같아서 선뜻 사지 못했던 거죠. 이때 금색 색연필을 선물하면, 엄청나게 기뻐할 거예요. 금색 색연필 한 자루 가격이 생일 선물 가격으로 크게 비싼 건 아닐 거예요. 비싼 선물을 사 주어서가 아니라, ‘평소 내게 관심이 있었구나’ 하는 데서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거죠.
또 하나의 팁이 있어요. 같은 가격대의 선물이라도 평소 사서 쓰는 것보다 ‘내 돈 주고 사긴 좀 아까운’ 걸 사주는 게 좋아요. 금색 색연필 한 자루가 12색 색연필과 가격이 같았다고 했잖아요? 이때 그냥 그 친구가 평소 쓰는 12색 색연필을 선물해 줬다면, 친구의 기쁨이 덜했을 거예요. 같은 가격의 선물이지만 말이죠.
초콜릿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평소 매일 즐겨 사 먹는 초콜릿 다섯 개 대신 평소 스스로 사 먹긴 망설여졌던 초콜릿 하나를 포장해서 선물해 봐요. 이와 함께 초콜릿과 얽힌 재밌는 이야기를 카드에 적어 보면 어떨까요? 더 없이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 같지 않나요?
친구 선물의 적당한 가격대. 사실 딱 잘라서 얼마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학년마다, 집마다 씀씀이가 다 다를 테니까요. 나를 위해서는 돈을 펑펑 쓰면서, 친구를 위해선 돈을 전혀 쓰지 않으려 한다면 친구가 서운하겠죠.
하지만, 친구들이 나에 비해 씀씀이가 크다고 해서 나도 그럴 필요는 없어요. 내 용돈 범위 내에서 정성껏 선물을 준비하면 되죠. 마음을 담아, 내가 정성껏 만들어도 좋아요. 초콜릿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특별히 내가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할 수도 있겠죠.
다른 친구들 선물에 비해 내 선물이 초라할까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가 비싼 선물을 해야 친구가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무리하게 되면 그 관계는 지속되기 힘들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친구는 진정한 친구도 아니고요. 친구를 돈으로 살 순 없는 법이에요! 100% 확신해요.
• 김나영, 교사 / <최소한의 행동경제학>, <실험경제반 아이들> 시리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