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카카오벤처스 Oct 20. 2022

KV의 해외투자 사례들 (1)

이인배 (inbae) 수석심사역의 해외투자 이야기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이인배 입니다. 투자팀에서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고 명목상 '해외 담당'으로 포지셔닝 되어 있습니다. KV 해외투자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카카오벤처스가 해외투자를 바라보는 관점 및 그 외에도 제가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편은 카카오벤처스의 초기 해외 투자 배경과 사례를 간략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카카오벤처스는 언제부터 해외투자를 했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희는 “아주 초기부터 조금씩 하기는 해 왔습니다” 라고 답변 드리곤 합니다. 설립 때부터 분야를 막론하고 (소프트웨어 기반 혁신을 주도하는) 훌륭한 창업가를 만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서 투자 활동을 해 온 투자사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에 꽂히면 그 분들이 도전해 보시려는 시장이 어디든 함께 진지한 고려를 해왔습니다. 만일 창업가 입장에서 제일 잘 아는 시장이 동남아이거나, 오랜 기간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으셨던 분이라면, 저희 입장에서도 '제일 자신있게 도전하실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높이 샀던 것 같네요.


제가 'KV의 역사'를 조금 찾아 보니 가장 처음 영문으로 된 미국식 투자계약서를 작성하고 체결해 본 시점은 케이큐브벤처스 창업 직후였던 2013년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가끔씩 (창업가의 선호도에 따라) '회사의 형태는 미국법인 이지만 spirit 은 한국회사'인 회사들이 연이어 패밀리사로 합류했습니다. 이 모두 제가 2015년에 합류하기 전 이야기들이라 생략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네요. 


어쨌든 그때 이미 KV는 이미 해외투자를 여러 번 해 본 용기가 있는 투자사 였습니다. 그 덕에 초짜 심사역이었던 저로서는 '팀이 좋으면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초기투자가 당연한 건 줄 알았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아 해외투자가 사실은 어려운 거구나” 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 어려운 건지는 전편-KV에게 있어 해외투자란?-에 일부 설명 드렸습니다).



“해외투자 시작점은 어디서부터?"


특히 업계 분들이 종종 물어 보십니다. 해외딜은 어떻게 발굴하느냐, 사후관리는 어떻게 하느냐 등.


우선 예나 지금이나 한인 네트워크를 통한 소개도 있고, 우연히 발견한 회사 로고가 눈에 띄어서 찾아보게 되면서 투자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카카오벤처스의 인적 네트워크와 레이다망 안에서 해외투자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해외오피스 또는 해외팀이 없는 상황이지만, 힘 닿는 한 창업팀을 찾고 트랙레코드를 검증하고 성장가능성을 점쳐 봅니다. 


저희 마음 속엔 해외딜이든 국내딜이든 초기투자에 필요한 검증절차를 치르는 방향이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 이야기가 통해야 하다 보니 한국인 또는 한인계 창업가가 포함되어 있는 팀을 만나 베팅해 보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초반 사례 중 제가 알기로 미국 에픽게임즈에 인수된 하이퍼센스(실리콘밸리 기반 한인 스타트업)은 한국 창업가분에게 소개받은 경우입니다. 하이퍼센스 유지훈 대표님이 Industrial Light and Magic 에 재직하시던 때부터 만나서 고민을 나누고 결국 2015년 투자까지 이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AI 기반 적외선 이미징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트라티오'의 경우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사무공간을 지나가다 알게 된 회사라고 인지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석,박사를 주축으로 꾸려진 스트라티오는 투자 시점인 2014년 당시 실리콘밸리, 한국에서는 팁스타운(스트라티오 코리아)에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스트라티오 덕에 근래에 투자를 하게 된 회사 이야기가 또 하나 있는데 그건 아마 다른 포스팅으로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국인 분들이 각국에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아가며 첫 창업을 하시는 타이밍에 저희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다른 커리어로 기술력을 쌓은 상태에서 창업을 하시면 저희도 그 기술과 팀의 행적을 높이 사서 투자를 결정하는 편입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창업가: 인셀론옵틱스, 레이즈 이노베이션


오늘 글은 에피소드와 케이스 하나를 전해 드리는 걸로 KV의 해외투자를 가늠하실 수 있도록 풀어 보겠습니다.


2019 Tough Tech Summit 현장


2019년, 보스턴 MIT에서 주최하는 딥테크 컨퍼런스에 참석 할 일이 있었습니다. 보스턴 지역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학구적 색채가 강한 곳이다 보니 창업 열기 자체도 샌프란시스코/베이에리어 보다는 아무래도 좀 잔잔합니다. 그렇기에 가서 최대한 일정들을 많이 만들어 보는 차원에서 하버드/MIT 양쪽에서 활동하시는 윤석현 교수님을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윤 교수님은 전형적인 이공계 엘리트로서 KAIST 물리과를 거쳐 광학 전문가가 된 분입니다. Top 대형병원인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에서 200년간 최고의 연구성과로 뽑은 업적즁 하나로 윤 교수님의 레이저 기술이 꼽힐 정도로 인정 받고 계십니다. 살아 있는 세포에 발광, 정확히는 레이저를 발산할 수 있는 물질을 심어서 의학에 활용하는 2011년 연구 업적 덕에 이런 인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시면 cell laser 라는 검색어로 많은 논문 또는 소갯글이 있는데, cell laser 가 어떤 건지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직관적인 사진 하나까지 포함된 Smithsonian Magazine 의 포스팅에서 가져 와 봅니다. (진짜 레이저를 뿜는 세포 사진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실은 윤 교수님의 여러 다른 광학 연구분야 중에서 Brillouin microscopy 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에 KV가 투자를 했었습니다. 2018년 투자를 진행한 인텔론옵틱스입니다. 


케이큐브벤처스가 미래홀딩스와 함께 안구 진단 솔루션업체 인텔론 옵틱스(대표 도미닉 백)에 10억원을 공동투자했다고 17일 밝혔다. 인텔론 옵틱스는 안구 조직인 각막의 생체역학적 특성을 측정하는 광학 솔루션 장비 개발사다. 기존 안과 검사 장비들이 구현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보다 정교하게 각막 구조와 물리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안구 진단 및 수술 절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출처: 케이큐브벤처, 안구진단업체 '인텔론옵틱스' 10억 공동투자(머니투데이)


인텔론옵틱스는 윤 교수님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안과검진장비를 만들고 있는 약 10년차 기업입니다. Brillouin scattering (브릴루앙 산란), 즉 빛이 어떠한 물질에 부딪혀 산란될 때 해당 물질의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미세한 음파 발생 및 빛 산란 현상을 활용해 안구를 초정밀 스캐닝하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여담으로 현재 안구검진 뿐 아니라 시험관시술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난자 검사의 한 방법으로도 상용화 가능성을 점쳐 보고 있습니다.


(인텔론 투자 담당자는 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윤 교수님을 처음으로 뵐 기회가 생겼던 출장에서 윤 교수님이 김기준 부대표와 제 앞에서 “사실 저 창업 하나 더 했어요” 라는 식으로 갑자기 고백(?)을 하셨습니다. 정확히는 인텔론옵틱스 창업 시에는 기술만 제공해 준 느낌이었다면, 이번 창업은 본인께서 좀 더 관여하실 예정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설립한지는 좀 됐고 시드투자를 한 번 받았는데 곧 후속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사정까지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더 흥미가 가고 세상에 둘도 없는 그런 회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회사인 레이즈 이노베이션(LASE Innovation)이라는 회사에 저희가 또 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레이즈이노베이션을 아주 간단히 설명드리면, 반도체 물질이면서 미약한 레이저를 뿜는 입자들을 살아있는 세포 또는 조직에 부착해도 해당 세포들이 죽지 않고 영향을 받지 않는 점에 착안해 여러 단백질을 검출할 때 다양한 파장을 뿜는 입자들을 부착하고 또 검출까지 가능한 장비를 만드는 곳입니다. 반도체생산기술과 광학기술 화학기술 그리고 생물학적 소양까지 다 갖춘 회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복잡하죠? 그만큼 진입장벽이 있는 아주 특색있고 희소성 있는 사업을 하는 회사라고 판단이 되어 2019년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레이즈 이노베이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억나는 부분을 떠올려 보면 바로 대표이사의 신실성과 믿음직함이었습니다. 윤 교수님은 아카데미아에서 계속 연구를 하시는 분이시다 보니 교수직을 내려 놓고 창업을 하는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대신 윤 교수님은 대주주로 남고, 제자였던 Sheldon Kwok 이라는 훌륭한 인재를 대표이사로 세우며 회사 운영을 위임했습니다. Sheldon은 지금까지 의사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거쳐오다 과감하게 연구를 그만두고 사업전선에 몸을 던지게 된 케이스입니다. 윤 교수님과 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신기술을 연구할 수 있기에 베팅해봄직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Sheldon 과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눠 봤을 때 커뮤니케이션도 깔끔할 뿐더러 진실된 사람됨과 성실함이 뿜뿜하는 성향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에서는 너무나 맘에 드는 인재형이라는 의견이 모아졌었습니다. 아시아계 캐나다인으로 동양적인면과 서구적인면도 적절히 배합되어 있었던 점도 좋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시리즈A 투자 리드는 못 하는 상황이었지만, KV 입장에서 레이즈 이노베이션 투자는 생명과학과 신약 바이오의 산실 보스턴에서 카카오벤처스가 직접 관련 분야를 찾고 이해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 기술팀을 발굴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앞으로 미 동부, 보스턴 출장이 있을 때마다 반갑게 마주하고 시장 개화를 논의해 보고, 고민을 나누는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 있는 인연이 된 사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오히려 Korean color 가 전혀 없는 팀에 대한 투자 이야기도 조금 해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확실히 더 드물고 더 고민과 결심이 크게 필요하다 보니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투자하게 되었는지를요.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인배(Inbae)수석 심사역






#카카오벤처스 #벤처캐피털 #스타트업투자 #스타트업 #해외투자 #초기스타트업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터로 혁신하는 K-beauty 제조 '메이코더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