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스터디_20240109
KV's Note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을 비의료인에게 광고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전문의약품을 환자에게 직접 광고할 수 있기 때문에(Direct To Consumer)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더 나아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구매 접점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가능합니다.
대형 제약사가 비만시장이라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빠른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유통전략으로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모은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질환마다 다른 원격진료 서비스를 연결하거나, 약품배송 과정에도 두 개 이상의 약국 스타트업이 참여한다는 점은 미국의 분절된 의료시스템 내에서 각자가 전문분야를 세분화/고도화하였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GLP-1 유사체에서 시작한 대사질환 약물시장의 성장은 복용 순응도와 부작용 관리, 동반 의료기기의 개발, 의약품 유통채널 확장 등 다양한 가치사슬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스타트업이 큰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을 택했다면,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기민하게 관찰하고, 작고 뾰족한 접근이 유효함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작년 12월 GIP/GLP-1 2중 타겟 비만치료제 Zepbound(성분명 tirzepatide)를 출시한 Eli Lilly가 자사 약물을 원격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웹사이트 런칭으로 Eli Lilly는 Zepbound 뿐만 아니라 비롯해 당뇨, 편두통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자사의 약물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Eli Lilly의 새로운 플랫폼 'LillyDirect'는 WeightWatchers나 Ro와 같은 원격 의료 서비스에 체중 감량 약물을 추가한 형태입니다. 염증성 장질환, 폐경여성을 위한 호르몬제 등 일부 질환에서 원격진료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대형 제약사가 비만이라는 거대하고 격렬한 시장에서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는 점은 의의가 있습니다.
Eli Lilly 자체가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LillyDirect는 환자를 원격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인 Form Health(비만)/9amHealth(당뇨)/Cove(편두통)와 연결해주고, 각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여 처방이 적절한지 판단합니다. 또한 처방전 전달과 의약품 배송 등의 약국 서비스는 EVERSANA, Truepill이라는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Truepill이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다면? 23년 5월 넷째주 디지털 헬스케어 레터)
Lilly의 CEO인 David Ricks는 "우리는 여러 가지 물건을 제조업체로부터 온라인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지만, 처방받아야 하는 약은 그러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며, 환자들은 이제 병원이나 약국에 방문하지 않고도 가정에서 바로 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다만 가격 할인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비용입니다. (Zepbound의 정가는 월 $1060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몇몇 의료인들은 이 플랫폼에 대한 재정적 의문과 위험이 너무 크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제약회사가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체가 될 경우 다른 원격 진료 서비스 및 의료인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 그리고 의약품이 소비재로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Ricks CEO는 원격의료 서비스 운영사 및 의사들이 Lilly의 약을 처방하더라도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illyDirect가 중계한 의사는 독립적으로 일하고 FDA에서 승인한 모든 체중 감량 약물을 처방할 수 있으며, Lilly의 Zepbound를 처방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Zepbound를 처방받은 사람만 Lilly의 가정 내 처방전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24년의 벤처투자시장 전망에 대해 카카오벤처스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카벤 브런치의 이 글을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