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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Feb 23. 2024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은 슬픈 MMORPG

국내향 모바일 MMO의 위기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에서 게임 투자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제이콥입니다.


최근 게임업계 트렌드에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에 대한 막막해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게임 투자 심사역으로서 업계를 면밀히 보고 들으며 쌓아가던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게임회사. 그 중에서도 특히 게임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에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MMO장르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할 이야기는 국내향 모바일 MMO입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PC MMO를 시작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고 모바일 패러다임 속에서도 '리니지라이크' 라는 레시피를 잘 활용하여 매우 빛나는 성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한 또 다른 레시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국내향 MMO는 이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변화의 시대' 안에서 생각보다 더 오래 버텼던 것 같습니다. 2017년 6월에 출시되었던 리니지M이 아직도 Top 매출 순위 1위를 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최근까지도 '리니지라이크' 레시피를 활용한 MMO 장르가 지속적으로 출시 되고 있습니다. (리니지M 이후 7년간 유사게임 약 20종 출시)


겉으로 보면 MMO는 여전히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위기가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MMO는 확실히 돈이 됩니다. (But)

리서치에 따르면 22년도 글로벌 모바일 게임 과금 유저의 평균 ARPU는 34$ 이었고 한국은 무려 171$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평균 대비 ARPU가 무려 4배나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모바일 MMO 매출 비중이 70%를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리니지 M의 경우, 유저 1명이 한 달 동안 사용하는 비용이 약 480$(한화 약 64만원)에 달합니다. 아래 표는 탕탕특공대와 리니지M의 ARPU 추정치를 비교한 그래프인데 MMO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MMO는 확실히 돈이 됩니다. 개별 게임으로 현미경 보듯 들여다보면 MMO는 여전히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하고 있고 말도 안되는 높은 ARPU를 기록하는 '황금알' 입니다. 그럼 잠시 눈을 높이 들어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어떤지 살펴볼까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23년 기준 약 48억불(약 6.4조)의 시장인데 22년에 이어 23년에도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언제까지고 계속 성장 할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 21년 (59억) → 22년 (52억불) → 23년 (48억불)


아래의 국내 모바일게임 MAU 현황을 보면 게이머의 수가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시장의 크기와 이용자수 모두 빠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국내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은 이미 Cap에 도달 했었던 것이 아닐까요?

21.01~22.02 국내 모바일 게임 MAU 현황 (출처 : 2020년 게임백서)


리포트에서는 22년 국내 게임 시장 역성장의 원인을 '코로나19 특수의 종료'로 꼽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23년 역성장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로 'MMO 시장의 성장 한계 도달'을 꼽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이다시피 23년 MMO 매출 비중이 전년대비 -8.8%로 크게 감소했는데 이 비중이 다시 증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습니다.



위기1) 높은 ARPU & 좁은 유저 Pool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 6.4조원 중에서 NCSOFT는 리니지 형제들로 1.78조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23년 기준 /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의 약 27.8% 비중) NCSOFT 뿐만 아니라 MMO 라인업을 들고 있는 게임사는 대부분 국내 시장의 좁은 유저 Pool 대상으로 높은 유저당 평균 매출(ARPU, Average Revenue Per User)를 내는 것을 전략으로 취하고 있습니다.


Google Think Games 2023 발표자료 중 (23.04)


작년 Think Games 2023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은 글로별 표준과 비교했을 때 매우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설명된 내용은 크게 아래와 같았습니다.


소수의 고과금 유저에 의존하는 한국 게임 시장의 갈라파고스화는 매우 심각하다.

일본과 미국의 Top 매출 30개의 게임은 그 장르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퍼즐, 시뮬레이션, LBS, 전략, 스포츠, 소셜카지노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매우 넓은 글로벌 유저층을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저 장표를 처음 봤을 때 '와 저 정도라고?!!' 라는 말이 청중으로 부터 육성으로 터져나왔고 한동안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던 것이 기억나네요.


소수의 고과금 유저에 대한 의존도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저층이 오랜 시간 느낀 높은 피로도 (과금, 플레이타임)와 7~8년 동안 동종 장르 출시가 20개 넘게 이어지며 개별 MMO 게임이 가져 갈 수 있는 파이도 점차 작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눈을 돌려야 하는 시기입니다.


게임 투자를 하는 심사역으로 가장 위기의식을 느끼는 부분은 최근에도 게임 개발을 위해 창업하는 스타트업이 리니지라이크 문법을 들고 국내향 MMO 게임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된다는데에 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특성상 업계에서 가장 큰 이정표가 되는 회사나 아이템의 방향성은 창업자에게 '강력한 동기'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국내 게임 업계에서 가장 큰 방향을 제시하는 장르가 MMO 이다보니 '동기유발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사례를 매우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대형 게임사에도 게임 스타트업에게도 모두 좋지 않은 시나리오 입니다.


대형 게임사에게는 국내에서 중소규모의 게임사가 만들어 내는 참신한 게임성과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중소 규모의 게임사에는 대형 게임사의 도움(투자 및 퍼블리싱 계약 등)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생태계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 내야 예전처럼 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다시 갖출 수 있습니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새로운 시장과 아이템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위기2) 글로벌 확장성에 생긴 문제


글로벌 확장성에 생긴 문제는 크게 2가지 결로 나누어서 봐야 합니다.

첫째는 국내향 MMO에서 쓰이던 문법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콘텐츠'로 접근해야 하고, 둘째는 글로벌 유저 모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케팅'으로 접근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 콘텐츠

국내에서 개발된 MMO의 출시 히스토리를 보면 보통 가장 먼저 국내에서 클로즈 베타 서비스(CBT)와 오픈 베타 서비스(OBT)를 거쳐 정식론칭을 합니다. 동시에 국내에서 일정 기간 라이브서비스를 하면서 글로벌 빌드를 별도로 만들며 폴리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글로벌 유저의 입맛에 맞게 로컬라이징을 하는 별도의 팀(L10N, 해외개발팀, 해외사업팀 등)을 세팅하고 현지 로컬의 퍼블리셔와 함께 Hit Ratio를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일본 및 대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기대하는 폭발적인 모멘텀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보기 어렵습니다.


NCSOFT 23년도 4분기 실적보고서 > 연도별/지역별 매출 상세


그러다보니 국내에서 MMO 라인업을 들고 있는 게임사들의 매출 구조를 보면 한국 서비스로 캐시카우를 뽑고 해외 시장에서는 매출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되는 정도의 잔잔바리(?) 매출을 발생시키는 사례가 다수 입니다.

NCSOFT의 경우, 전체 매출 총계 대비 한국 매출 비중이 약 65% 이르고, 아시아 약 19%, 북미유럽이 약 7.5%로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미 국내향 MMO가 글로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큰 약점이 검증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초기 기획과 개발 단계부터 과감하게 Going Global을 생각하고 유저, 게임성, BM 등이 모두 글로벌향으로 준비 되는 방향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사업과 론칭 측면에서도 국내 라이브 서비스를 거쳐서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록 성공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갈라파고스화가 이미 심각해진 상태에서 국내 유저 대상의 라이브서비스 데이터가 과연 중요할까요?



둘째 - 마케팅

MMO는 지난 수 년간 좁은 유저 Pool, 업계 용어로 흔히 '린저씨' 라 불리우는 유저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지속해왔습니다. 이는 곧 유저 모객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린저씨들은 자발적으로 게임을 다운받아서 돈을 써왔습니다.

이 팩트를 다시 정리하면 MMO 유저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요약 할 수 있습니다.


Organic으로 유입되었는데 리텐션도 높고 ARPU 높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내용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봐도 MMO는 정말 매력적이네요. 리니지M의 ROAS는 몇 %나 나올까요?'


스타트업 투자 Scene에서 오가닉 유입 비중이 높은데 리텐션도 좋고 ARPU 까지 높은 사례를 발견하는 경우는 0%에 수렴합니다. 그런데 만약 위와 같이 사례가 생기면 마케팅 집행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굳이 한다면 브랜드 마케팅 정도...?


이러한 이유로 인해 MMO를 통해서 막대한 매출을 일으키며 성장한 회사의 경우는 공통적으로 사용자 획득(UA, User Aquisition)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약점이라고 지적하기 보다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그런데 더욱 문제는 ROAS 관점에서 해외 시장에는 MMO 단일 게임에 100$ 이상을 결제하는 유저를 모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해외에서 아무리 UA 경험이 많은 사람을 마케팅 총괄로 채용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의 문제 같습니다. 더욱 넓고 다양한 유저 Pool을 담으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제를 하는 유저를 모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유저를 담을 그릇의 모양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MMO 위기에서 글로벌 확장성에 생긴 문제는 궁극적으로 Global 향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프로세스의 부재와 Global 타겟의 퍼포먼스 마케팅 역량 부재에서 오는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반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을 지녔다면 오히려 큰 기회를 누릴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눈을 돌려서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


스타트업 Scene에 있으면서 쌓았던 가장 큰 인사이트 중의 하나입니다. 스타트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지구상의 모든 스타트업이 생각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한 국내향 MMO (리니지라이크류)는 좋은 팀을 꾸려서 지금부터라도 게임을 만들면 약 500억~1,000억 정도의 밸류까지는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더 높은 성장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켜서 Next Round를 수 차례 돌아야 하는 게임 스타트업 입장에서 국내 시장에 국한된 프로젝트와 전략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가기 어렵습니다.


투자를 결정 할 때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게임 스타트업을 투자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Global 향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팀인가?

Global 유저를 모객 할 수 있는 전략이 잘 갖추어져있는가?

위 두가지 조건의 실행력이 내재화 되어 있는가?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팀은 우선적으로 딜 검토를 진행하고, 설령 부족한 부분이 한 두가지 있더라도 그 빈 부분을 카카오벤처스의 co-pilot 정신으로 채울 수 있다고 판단되면 팀을 만나기 위해 어디라도 출발 할 수 있습니다.



이 다음 공유 드리고 싶은 주제는 눈을 돌려서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낸 <작지만 글로벌에서 강한 인디게임'>에 대한 내용 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 드리겠습니다.



카카오벤처스 김지웅(Jacob)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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