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카오벤처스 Mar 20. 2024

고도로 발전된 반도체는
케이크와 구분할 수 없다

[제로가 직접 말아주는 딥테크 이야기] 1. 반도체 개요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에서 딥테크 투자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제로입니다.


ChatGPT의 출시와 함께 강렬한 LLM(Large Language Model) 열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이 글의 커버 이미지 역시 GPT가 만들어주었는데요, 사실 LLM과 함께 화제가 되는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입니다.


Emergent ability가 발견됨에 따라 Scaling law가 현 AI 업계의 정론이 되면서 방대한 크기의 Memory Bandwidth를 요구하는 LLM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반도체로는 급격히 늘어나는 LLM parameter가 요구하는 연산량과 메모리 처리량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게 되며 전혀 생각 못했던 OSAT의 Interposer 같은 소자가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요?




사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2020년 OpenAI가 "AI는 모델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좋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SW와 HW 모든 영역에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가파른 성장을 만듦과 함께 기술과 시장을 뒤흔드는 수많은 챌린지를 요구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대변혁으로 인해 기술과 시장의 흐름이 바뀌며 생소한 개념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렇기에 앞서 간략하게 설명한 내용이 익숙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모델의 크기가 커질수록 성능은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것을 제시한 OpenAI의 논문 (https://arxiv.org/abs/2001.08361)


저 역시 급속도로 바뀌어가는 기술과 시장을 따라가며 배우고 있고, 카카오벤처스가 바라보는 미래의 기술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치 미지의 영역을 향해 모험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인류가 한 번도 닿아본 적이 없는 영역을 향해 떠난 보이저호가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1977년 지구에서 출발한 보이저호는 원래 수명이었던 4년을 훌쩍 넘어 태양계를 벗어나 47년째 그 항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이저호가 오랜 기간 보내온 수많은 우주 탐사 데이터들은 인류의 우주 연구에 큰 성과가 되었고 우주 과학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창백한 푸른 점, 지구의 사진도 찍어 보내주었죠.

보이저호는 지금도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항해를 어둠 속에서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지구로부터 61억 km 떨어진 거리에서 보이저호가 촬영한 지구, (NASA)


보이저호처럼 저의 미지의 영역을 향한 이 여정도 어디로 향하게 될지, 끝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어딘가에서 미지의 영역을 향해 걷고 계시는 분들에게 발자국 정도의 작은 이정표라도 되지 않을까, 언젠가 되돌아보았을 때 우리가 보았던 미래 기술은 무엇이었을까를 남기기 위해 딥테크 투자 심사역으로서 기술과 시장을 들여다본 내용을 조금씩 쉽게 풀어쓰며 적어보려 합니다.


오늘은 너무 어려운 내용보단 전반적으로 그래서 반도체가 무엇인가? 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려운 용어들과 친해진 후 시리즈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MOSFET, 3D 적층, EUV, 2 나노 등등 수많은 반도체 관련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듣다 보면 정확히 그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반도체라는 것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구조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표면적인 정보에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반도체의 기본적인 내용부터 본다면 어렵지 않은데, 반도체는 사실 케이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반도체 = 케이크?


사실 일반적으로 반도체라고 하면 뉴스에 자주 나오는 실리콘 웨이퍼를 생각하시거나 다리가 여러 개 달린 칩 또는 아래 그래픽카드와 같은 형태가 떠오르실 것입니다.


NVIDIA의 데이터 센터용 GPU, (NVIDIA)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그런 모양의 반도체는 상용으로 출시하기 위해 포장(패키징)까지 잘 끝낸 모듈 형태의 칩입니다. 저런 모듈 속에 정말 수없이 많은 전자부품들이 들어있고, 그 전자부품들 역시 하나하나가 모두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라는 용어 속에 정말 많은 내용들이 가려져서 표현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반도체를 더 잘 이해하려면 반도체의 가장 최소 단위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도체의 최소 단위는 저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크기보다 훨씬 작고, 다른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게 말씀하시는 반도체의 최소 단위인가요?

트랜지스터


맞습니다! 사진 속에 있는 저 전자 소자를 트랜지스터라고 부르고, 저 소자가 바로 반도체의 최소 단위입니다.

하지만 저런 형태의 트랜지스터는 큽니다. 너무나도 커요.

손톱만 한 크기인데 저게 왜 크냐고 하실 수 있지만, 현재 저희가 사용하는 칩 속의 트랜지스터의 사이즈는 훨씬 작습니다.


Intel과 AMD의 트랜지스터


위의 사진은 인텔과 AMD 반도체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흑백이라 헷갈리실 수도 있는데, 위에서 봤던 손톱 사이즈의 트랜지스터를 생각해 보면 다리가 3개 있었죠?

위의 인텔과 AMD의 반도체를 보면 똑같이 다리가 3개씩 있는 구조체가 반복적으로 있는 모습입니다.

nm 단위 사이즈의 구조체 하나하나가 손톱 크기의 트랜지스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얼마나 작은 사이즈인지 체감이 되실까요?


실리콘 웨이퍼, (AI타임스)


조금 더 멀리서 비교해 본다면, 위의 원판은 뉴스를 통해 한 번씩은 보셨을 것입니다.

저 동그란 원판을 실리콘 웨이퍼라고 하는데 저희는 저 웨이퍼를 활용해 반도체를 만듭니다.

웨이퍼를 들여다보면 손톱 크기의 수많은 네모난 무늬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고, 저 네모 하나하나를 저희는 다이(Die)라고 부릅니다.


다이를 톡 잘라 떼어 패키징을 하면 저희가 생각한 모듈 형태의 칩이 나오는데요. 저 작은 다이 안에 위에서 봤던 트랜지스터를 수십억에서 수백억 개까지 작게 만들어 넣는 것이 현재의 기술 수준입니다.


벨 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 월터 브래튼, 존 바딘이 만든 최초의 트랜지스터


위의 사진이 벨 연구소에서 최초로 만든 트랜지스터입니다. 이런 트랜지스터는 BJT(Bipolar Junction Transistor) 구조를 띄고 있는데요.

과거의 트랜지스터의 사이즈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반도체의 사이즈가 작아졌는지 느껴지실 것입니다.

이렇게 반도체의 사이즈가 작아지지 않았으면 저희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떠나 계산기도 사용이 어려웠을 것이지요.


MOSFET 구조, (SK Hynix 뉴스룸)


과거와는 다르게 엄청 작아진 트랜지스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의 그림과 같은 형태입니다.

BJT구조에서 벗어난 이런 구조를 MOSFET이라고 하는데요, Source, Gate, Drain으로부터 3개의 다리가 붙어있습니다. 이렇게 트랜지스터는 전반적으로 3개의 다리를 가진 형태로 동일한 구조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 시간에 또 설명드리겠습니다.)


MOSFET은 BJT와 달리 실리콘 웨이퍼 위에 찍어낼 수 있게 만들어진 소자이기 때문에 엄청난 소자 미세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왜냐하면 하나하나 납땜할 필요 없이 전용 생산 기기에 웨이퍼를 넣고 돌리기 하면 되기 때문이죠. 이전에 도자기를 만들 때 사람이 물레로 하나하나 만들다가, 거푸집을 활용해 도자기를 찍어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푸집을 활용할 수 있으니 더 정교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또한, 전자 소자를 하나하나 납땜하던 기존의 방식은 하나라도 잘못 납땜되었거나, 소자가 고장 날 경우 전체 시스템이 망가져버리는 일이 발생했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시스템이 더 복잡해지고 더 심각해졌는데요.(숫자의 폭정) 하지만 MOSFET을 통해 한 판에 시스템을 구현하게 되면서 그런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이 역시 거푸집의 활용 덕분에 사람의 손에 의한 실수로 도자기가 망가지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집적 회로(IC)의 등장으로 시작된 무어의 법칙, (Our Wrold in Data)


MOSFET과 웨이퍼를 활용함으로써 비로소 저희는 집적 회로, 집적 반도체(IC)의 시대에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반도체의 성능이 아주 빠른 속도로 성정하는 무어의 법칙도 세울 수 있게 되었지요.

(사실 트랜지스터와 집적 회로 사이에도 정말 수많은 기술적 발전이 있었지만 오늘은 간단히 넘기겠습니다.)


자, 여기까지 잘 따라와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게 왜 케이크랑 관련이 있냐고요?




7nm 수준의 집적반도체의 단면, (SK Hynix 뉴스룸)


위의 사진이 바로 완성된 반도체를 옆에서 바라본 단면입니다. 아래쪽에 보시면 위에서 봤던 MOSFET들이 반복적으로 있고 위에 많은 층들이 있습니다.


겹겹이 층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반도체를 만드는 생산 방법인 8대 공정을 알면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8대 공정 요약, (경향신문)


간략히 말씀드리면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3D 프린터 마냥 만들어집니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층을 하나 만들고, 그 층에 레이저를 통해 회로를 새기고, 새긴 회로 위에 또 층을 쌓아 올리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또 층을 쌓아 올리고...

이런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다만, 8대 공정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는 지금 여기서는 자세히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공정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이야기하는 것으로 하고, 혹시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자세히 설명해 주신 다른 분의 글을 공유드립니다.

https://brunch.co.kr/@wangane/31



이렇게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케이크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빵시트를 깔고, 과일이나 과자를 올리고, 생크림을 바르고, 또 그 위에 빵시트를 올리고 이를 반복합니다.


케이크 단면

이렇게 설명하면 반도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떻게 구성되는지 쉽게 머릿속으로 그려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조금은 반도체라는 것에 친숙해지신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설명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저희는 아주 작은 소자 단위에서의 반도체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케이크만 생각해 봐도, 케이크를 팔기 위해서 빵 시트와 생크림을 사서 쌓아 올리기만 하면 끝일까요?

사실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저희가 케이크를 만들어 판매하는 제과점이라면 동그란 딸기 케이크만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나 수십조 원짜리 케이크 오븐을 가지고 있는 제과점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각 파운드리 업체 별 CAPEX 금액, (인베스트 조선)


각 고객이 원하는 케이크는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웨딩용 케이크를 원할 것이고, 누군가는 평범한 생일 케이크, 누군가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원하겠지요. 그렇기에 제과점은 그런 케이크들에 맞춰서 다 다른 케이크를 디자인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반도체 업체들도 고객이 원하는 것에 맞춰 반도체를 다르게 설계합니다.


다만,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과 디자인하는 것은 또 다른 역량이라 여러 회사에서 협업하여 제작하기도 합니다. 마치 리벨리온이 AI를 위한 NPU설계하고, 리벨리온이 설계한 NPU를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것처럼 말이죠.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1/30/OBL2PH7NWZAHXOP6ZRATKGL3PY/


사실 반도체는 케이크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거대한 시장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리벨리온처럼 공장이 없는 반도체 기업을 팹리스, 주문을 받아 제작을 해주는 기업을 파운드리라고 합니다.

삼성처럼 설계부터 판매, 유통까지 전부 다 하는 IDM의 형태도 있죠.


반도체 생태계, (삼성반도체이야기)


여기서 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반도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반도체를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곳에 맡길 수 있게 도와주는 디자인하우스 역할을 하는 기업도 있고, 설계한 반도체가 잘 작동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EDA를 공급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EDA의 경우 저희도 한국 토종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BAUM인데요, 아래 기사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30578661


더하여, 어떻게 하면 더 저전력의 반도체를 만들고, 더 높이 반도체를 쌓아 올리고, 더 적합한 디자인의 반도체를 설계하고, 더 똑똑한 패키징을 만들지에 고민하는 기술적 Challenge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례로, SK Hynix와 애플의 사례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SK Hynix는 정해진 규격의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여 판매하였으나, 주문 제작을 받아 파는 형태인 파운드리로 체질을 변화하며 더 적합한 디자인의 반도체를 설계하여 애플에 제공해주기도 했었습니다. 애플이 새로 출시한 비전 프로의 R1 칩에 들어간 메모리 반도체가 바로 그것이지요.

애플의 신제품인 비전 프로, (애플)




여기까지 오며 전반적으로 반도체라는 것이 결국 무엇인지, 그 작은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볍게 훑어보았습니다. 산발적으로 모호하게 사용되는 여러 용어들을 케이크에 비유하여 정리하며 설명을 해보았는데 여러분께서 쉽게 이해를 하시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라겠습니다.


각 용어 별 layer 단에서의 비유, 참고로 C2H22O는 밀가루입니다


이후에 나올 시리즈에서는 오늘 언급한 여러 기본 용어들을 활용하여 조금 더 깊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반도체부터 시작하여 AI, Aerospace, Cybersecurity, Quantum Computing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뤄볼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함과 함께 보이저호와 그의 탐사 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습니다.

사실 보이저호의 임무는 우주 탐사를 하며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지구로 전달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보이저호에 실렸던 '골든 레코드', (NASA)

보이저호 안에는 끝없는 우주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할 외계 문명에게 우리 인류를 알리는 정보가 담긴 '골든 레코드'가 담겨 있었습니다. 보이저호의 기능은 앞으로 조금씩 꺼지겠지만, 언젠가 저 멀리 있을 외계 문명에 닿아 조우를 하게 될 것입니다.


저의 테크 시리즈 역시 보이저호처럼 그 항해의 끝이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언젠가 저 멀리 혹은 앞으로 새롭게 나타날 딥테크를 활용하고자 하는 분에게 닿아 조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오늘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공유 드리고 싶은 주제는 <반도체의 미래는? - 신소자와 신소재>에 대한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카카오벤처스 김영무(Zero) 심사역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다면



#카카오벤처스 #딥테크투자 #초기투자사 #벤처캐피털 #Kakaoventures #VC





잠시만요, 지난번 공지드린 'GenAI 창업톤' 한 번 더 안내드립니다.

GenAI 창업톤 카카오벤처스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개최하는 생성형 AI 개발 대회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해당 링크에서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신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