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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Mar 21. 2024

우리가 스타트업에게 기대하는 혁신이란?

혁신의 범위와 프랜차이즈 산업의 비효율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이 생기고, 고민이 생기면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스타트업의 역할을 하나만 꼽자면 ‘혁신’일 것이다. 혁신이 무엇인가에 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스타트업은 종종 ‘그렇게 평범한 것도 혁신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특정 산업에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면 겉으로 드러난 비효율만 없앨 게 아니라 비효율을 낳는 근본적인 원인까지 해소해야만 혁신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잘못된 시선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 혁신의 기준과 범위를 너무 높고 좁게 설정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스타트업에게 기대하는 혁신의 기준과 범위는 그보다 낮고 넓다. 물론 스타트업이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소할 솔루션을 제시한다면 좋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문제는 애초에 스타트업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시로 프랜차이즈 업계를 살펴보자. 프랜차이즈 업계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스타트업 중 ‘외식인’과 ‘마이프차’가 있다. ‘외식인’은 모바일 가맹관리 서비스를 통해 그간 프랜차이즈의 품질관리를 효율적으로 개선 중이며 ‘마이프차’는 예비 가맹점주에게 프랜차이즈별 계약구조, 폐점률 등 창업 정보를 제공한다. 언뜻 보기엔 여느 산업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평범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의 근본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시도도 업계에 꼭 필요한 혁신임을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¹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 중 상장 문턱을 넘은 기업은 3곳뿐이며 그마저도 상장 이후 줄곧 주가가 우하향 중이다. 보통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후진적 지배구조가 지목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차액가맹금’이라는 본사가 가맹점 관리에 소홀해지게 되는 계약구조가 주요 원인이 아닐까 싶다. 

1) 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내 기업의 가치평가 수준이 유사한 해외 기업의 것보다 낮게 형성되는 현상


  

차액가맹금과 정률형 로열티 설명



국내 프랜차이즈 계약에서 주가 되는 ‘차액가맹금²’은 본사가 점주에게 공급하는 중간재를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납품한 뒤 차익을 챙기는 계약구조를 뜻한다. 차액가맹금을 사용할 시 본사의 이윤은 매출의 크기가 아닌 차액가맹금을 지불할 점주의 수에 비례하게 된다. 따라서 본사는 점주 교육 등 품질관리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품질관리에 지출할 비용을 줄일수록 이윤이 커지기 때문에 품질관리에 소홀해지고, 품질저하와 점주이탈 등 비효율이 발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양면적 도덕적 해이(Double-sided Moral Hazard)가 발생한다. 본사와 점주는 협력을 통해 공동의 수입을 올린 뒤 계약에 따라 분배한다. 따라서 상대방이 열심히 일하면 자신은 덜 열심히 해도 된다. 게다가 상대방이 업무를 잘 하고 있는지 제대로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본사와 점주는 상대방에게 ‘매출 증대를 위해 열심히 일할 책임’을 떠넘길 이유가 생긴다. 비용을 줄일수록(=일을 덜할수록) 이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 산업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가맹점에 대해 정률형 로열티를 부과하는 프랜차이즈는 13.2%, 로열티를 부과하지 않고 차액가맹금을 부과하는 프랜차이즈는 58.1%로 나타났다.


차액가맹금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본사가 가맹점에 ‘슈퍼바이저³’를 파견해 가맹점의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하고 점주의 피드백을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슈퍼바이저 관리에도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사는 슈퍼바이저 관리를 소극적으로 지원하고, 가맹점 관리는 슈퍼바이저 개개인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이런 이유들로 차액가맹금 계약을 사용하면 본사는 단기적으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는 가맹점이 늘어난다.

3) 슈퍼바이저는 프랜차이즈 품질관리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가 지속되도록 돕는 직업으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의 극중 직업이기도 했다.


차액가맹금 방식은 단순히 생산성만 저하하는 게 아니라, 본부와 점주간 관계를 협력 관계가 아닌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만든다. 상술했듯 차액가맹금 방식은 본사의 이윤이 가맹점의 매출이 아닌 점주가 납부하는 차액가맹금의 크기에 비례하게 만든다. 매출 증대의 책임은 모두 점주가 짊어진다. 이로 인해 본사와 점주 사이의 ‘양면적 도덕적 해이’는 ‘일방향적 도덕적 해이(One-sided Moral Hazard)로 바뀐다. 본사는 매출 증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에 본사는 점주가 “품질관리에 신경쓰라”는 등 피드백을 줘도 이를 굳이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점주는 계약상 본사의 공급망을 이용하며 차액가맹금을 꼬박꼬박 납부하는지 본사로부터 감시당하는 ‘을()’이 된다. 


여기에 본사의 비용절감으로 슈퍼바이저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단 점과 매년 예비 자영업자・가맹점주가 쏟아지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더해지니 본사는 점주 이탈이나 품질저하에 크게 개의치 않고 ‘일단 확장’하는 전략을 쓰게 된다.


  

Source: 산업통상자원부 ‘2021 프랜차이즈 실태조사’, Graphic: 카카오벤처스 Yona
국내 25개 업종, 660개 프랜차이즈 수입에서 차액가맹금과 정률형 로열티의 대체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그래프. X축은 수입원 중 차액가맹금의 비중을, Y축은 수입원 중 로열티의 비중을 나타내고 평면 위엔 각 세부 업종을 점으로 표시했다. 이후 점들의 선형성을 파악하기 위해 선형 최소제곱법을 사용해 근사선을 그렸다. 차액가맹금과 로열티 간 음(-)의 상관관계가 보이며, 이를 통해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차액가맹금이 로열티를 대신하는 계약 구조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반면 해외 프랜차이즈는 이런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률형 로열티(이하 로열티)를 주로 사용한다. 로열티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매출액의 정해진 비율을 본사에 납입하는 구조로, 로열티 계약을 사용하면 본사와 점주가 하나의 파이(총매출)를 나눠 먹어야 하므로 양측의 이윤이 모두 총매출의 크기에 정비례해진다. 따라서 본사와 점주 모두 매출 증대를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로열티는 학계와 (해외)업계 모두로부터 ‘프랜차이즈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늘려주는 계약구조’란 인정을 받는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려면 각 프랜차이즈 본사의 계약구조를 로열티 방식으로 바꿔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스타트업의 역할은 무엇일까? 계약구조를 바꾸는 건 이해관계자인 본사의 몫이지 스타트업의 몫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스타트업의 몫은 ‘품질관리의 부재’, ‘본사의 계약구조나 소통방식에 대한 정보 부재’ 등 이미 드러난 비효율을 하나씩 붙잡고 없애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외식인’ 속 혁신을 들여다보자. 외식인은 슈퍼바이저의 가맹점 품질관리 자동화・본사와 점주간 효율적인 소통을 돕는 서비스 ‘FC다움’을 제공한다. 덕분에 FC다움을 이용하는 많은 점주가 차액가맹금이 낳는 품질저하와 소통부재란 비효율을 상당 부분 해소 중이다. 본사 역시 FC다움을 통해 차액가맹금 방식의 비효율은 크게 줄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은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근본적인 구조를 뒤엎지 않더라도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토대를 재정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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