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elShorts #Dramabox | 시장 갈라서 파고들기
VC가 시장을 보는 시각
카카오벤처스 심사역들은 어떤 시장과 아이템을 주목하고 있을까요? 매달 한 번씩 주목할 만한 시장에 대해 풍부하고도 깊게 다뤄보는 '시장 갈라서 파고들기' 시리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숏폼 드라마 시장'을 파고 들어보겠습니다. 해당 시장에 대한 VC의 생각이 궁금한 분들께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
*본 글은 카카오벤처스 뉴스레터 '아.갈.파(아이템 갈라서 파고들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보다 더 비싼 OTT가 뜨고 있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1분 남짓한 드라마 한 편당 500원, 시리즈당 3~4만 원이란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도파민을 끊지 못하고 지갑을 열 게 되는 OTT의 정체는 '숏폼 드라마 플랫폼'입니다.
숏폼 플랫폼이라 하면 미국에서 Quibi가 실패했던 사례를 떠올리실 수 있겠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현재 글로벌 13조 원, 한국 시장은 6500억 원 수준(KV 자체 산정)이 됐고, 인기 플랫폼 ReelShort은 북미에서 틱톡의 다운로드 수를 넘길 정도로 숏폼 드라마의 인기가 뜨거워졌습니다. 국내 앱스토어 랭킹 6위를 숏폼 드라마 플랫폼 Dramabox가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렇게 핫한 숏폼 드라마의 정체와 성공 방정식에 대해 파고들어 보겠습니다.
숏폼 드라마는 유튜브 쇼츠 스타일의 짧은 드라마를 말합니다. 작품당 50~150화 정도로 구성됐는데요. 짧지만 소비자가 다음 편을 보지 않곤 못 배기게 만드는 자극적이고 빠른 플롯이 특징입니다. 실제로도 높은 퀄리티의 잘 짜인 이야기보다, 엉성해도 자극적인 내용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대표님, 사모님을 잘 못 찾으셨어요>, <나는 지존이다> 등 대표적인 흥행작들도 치정 멜로와 복수를 주제로 한 '막장 드라마'인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하고 자극적이기만 한 드라마가 왜 먹힐까요? 이는 요즘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1.5배 빨리 감기', '핵심 요약', '결말 포함' 등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려는 '인스턴트 소비'의 특성이 강해지면서, 천천히 감상하는 형태의 콘텐츠보다 1분(=1화) 안에 상황이 반전되고, 50화(=50분) 안에 극이 끝나는 것을 선호하게 되는 거죠.
숏폼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를 바탕으로 스타에 등극한 배우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헬스장 관장이었던 배우 Kasey Esser의 경우, ReelShort의 숏폼 드라마 <Fated to My Forbidden Alpha>의 주연을 맡은 뒤 어마어마한 양의 팬레터를 받고 있다고 해요. 유튜브와 틱톡이 인기를 끌며 엄청난 수의 유튜브・틱톡 스타가 나왔듯, 이제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 스타를 낳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기업에게도 숏폼 드라마는 매력적인 아이템인데요. 수익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편당 500-1000원의 비싼 가격임에도, 소비자는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엽니다. ReelShort의 CEO는 "어떤 사람들은 꿈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를 만드는 목적은 오직 팔기 위해서입니다. 팔리지 않는 이야기는 쓰레기입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즉, ReelShort이 판단하기에 숏폼 드라마는 확실히 돈이 되는 사업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Reelshort은 1000만 달러(약 140억 원) 이상의 월매출을 만들어내며 숏폼 드라마의 수익성을 증명했습니다.
현재 글로벌 숏폼 드라마 플랫폼의 대표 주자로 ReelShort, Dramabox, Flex TV, MoboReels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국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이 해외향으로 선보인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ReelShort과 Dramabox의 전략을 살펴보면 숏폼 드라마 시장의 성공방정식이 보입니다.
<Reel Short>
• 북미향 숏폼 드라마 서비스로, 북미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랭킹 13위
• 2024년 1분기에만 다운로드 수 1330만 회 이상, 매출 약 710억 원 달성. 누적 다운로드 수는 3000만 회 이상(4월 말 기준)
• 주요 BM: B2C 콘텐츠 결제 수입. 드라마의 편당 가격은 800~1000원, 주간 구독제는 29,000원으로 책정
• 릴숏의 모회사인 COL 그룹은 중국에서 500만 개 이상의 웹소설 IP를 보유했으며, 웹소설 플랫폼 17K를 운영 중
• 북미로 진출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자회사를 세운 뒤, Scream(서스펜스 웹소설 플랫폼), Kiss(로맨스 웹소설 플랫폼)을 런칭하며 북미에서 선호되는 IP를 탐색함
• 이 외에도 전문 작가진을 꾸려 직접 대본을 집필한다고 알려짐
• LA에 스튜디오를 지어 IP-촬영-편집-공개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음
<Dramabox>
• 중화권, 동남아시아에 주력하는 숏폼 드라마 서비스이며,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랭킹 7위
• 2024년 1분기에만 다운로드 수 700만 회 이상, 매출 약 480억 원 달성
• 주요 BM: B2C 콘텐츠 결제 수입. 드라마 편당 가격은 700~1120원, 주간 구독제는 22,000원, 연간 구독제는 299,000원으로 책정
• 모회사인 뎬종커지는 하마극장(중국 내 최대 숏폼드라마 플랫폼), Webfic(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존에 보유한 오리지널 IP를 활용하여 드라마 제작 중
• 릴숏과 달리, 중국에서 이미 검증된 숏폼 드라마를 그대로 번역하여 해외로 송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
• 릴숏 대비 빠른 제작 속도와 적은 제작 비용이 경쟁력. 릴숏 대비 최대 10배 이상의 제작비를 절약하는 것으로 알려짐
ReelShort과 Dramabox를 통해 숏폼 드라마 시장의 성공 전략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IP를 대량 보유해 웹툰/웹소설 형태로 유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IP를 빠르게 선별하고 2) 극본-촬영-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내재화해 드라마를 빠르면서도 많이 제작한 것입니다.
결국, '속도와 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거죠.
사실, 스타트업에게는 조금 막막한 결론인데요. IP를 대량으로 제작・구매하는 것과 제작의 밸류체인을 모두 내재화하는 것 모두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해내긴 어려워 보입니다. 막대한 진입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숏폼 드라마 시장에
스타트업이 설 자리는 아예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숏폼 드라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만큼 스타트업도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Player에게 기회가 열릴까요?
| Second-hand IP를 빠르고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는 Player
숏폼 드라마 시장과 웹툰 시장은 BM과 밸류체인, 콘텐츠의 특성이 서로 매우 닮아있습니다. 웹툰 시장에선 타사 작품을 '재연재'하는 방식을 자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탑툰은 후발주자로서 초기 IP 확보를 위해 경쟁사인 레진코믹스의 인기작을 자사 플랫폼에서 재연재했습니다.
이렇게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검증된 Second-hand IP를 들여와 소비자를 빠르게 유입시킨 결과, 탑툰은 성인향 웹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요.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도 해당 전략은 유효할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인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일종의 'IP 네고' 역량을 갖춘 Player들은 쉽고, 저렴하게 Second-hand IP를 들여와 더욱 빠르게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 AI를 활용해 싸고 빠르게 영상을 편집・제작할 수 있는 Player
빠르게 많은 작품을 찍어내야 하는 숏폼 시장에서 AI는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AI를 활용해 빠르게 컷편집이 가능하고, 뻔한 막장 드라마 대본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해외에 콘텐츠를 수출할 경우 딥페이크를 이용해 배우들의 생김새를 현지에 맞게 바꿀 수도 있죠.
현재 숏폼 드라마 시장이 가장 발전한 중국에서는 이런 AI 기술을 내년 안에 상용화될 듯합니다. 이렇게 AI를 활용해 편집자나 현지 배우를 대체한다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기술을 잘 공급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Player는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 파편화된 드라마를 큐레이션 할 수 있는 Player
숏폼 드라마의 종류와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탐색에 대한 니즈도 점차 커질 텐데요. 아직 숏폼 드라마 시장에는 이렇다 할 애그리게이터가 없습니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은 기존 OTT에 비해 더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돈이 아깝지 않은' 작품을 찾고자 할 텐데요. 다만 아직 틱톡・유튜브 등에 불법으로 유통되는 숏폼 드라마가 많기 때문에, 시장이 더 고도화되며 숏폼 드라마를 '돈 내고 보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애그리게이터도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어 보입니다.
수익성과 성장성, 그리고 스타트업이 도전해 볼 만한 영역들을 고려할 때, 숏폼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고민해 볼 지점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1. 메이저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중국과 달리 영미권은 여전히 '숏폼 플랫폼'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습니다. 미국인들의 SNS 상 반응을 살펴봐도, 아직까지 숏폼 드라마는 '중국인이 보는' 마이너한 문화로 여겨지고 있었는데요. 특히, 숏폼 드라마는 도파민만을 추구하는 막장 스토리로 인해 과연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메이저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진 미지수입니다.
2. OSMU가 가능할까?
역시나 콘텐츠의 특성에서 비롯된 고민인데요. 바로 2차 창작, 즉 OSMU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유사 시장인 웹툰 시장에서도 숏폼 드라마와 비슷한 고자극-빠른 전개를 지닌 '성인향 웹툰'은 OSMU에 따른 2차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TV・넷플릭스에서 방영된 45편의 웹툰 원작 드라마 중, 탑툰, 레진, 투믹스 등. 성인향 웹툰 플랫폼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경우는 단 1편뿐입니다. 최근 IP 산업에서 2차 매출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OSMU가 어렵단 점은 성인향 콘텐츠가 많은 숏폼 드라마 플랫폼의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3. K-콘텐츠만의 매력이 드러날 수 있을까?
영화・드라마・웹툰・음악 시장에서 보여준 K-콘텐츠의 장점인 짜임새 있고 참신한 스토리와 뛰어난 영상미는 고자극-저비용-빠른 전개가 중요한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발현되기에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막장'은 K-콘텐츠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기도 한 만큼, 큰 인기를 끈 K-막장 드라마를 숏폼 드라마로 각색한다면 매력적인 숏폼 드라마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숏폼 드라마 시장'에 대해 파고 들어봤습니다. 해당 시장이 궁금하셨던 분들께 양질의 정보가 되었길 바라며 이상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시장 갈라서 파고들기> 시리즈를 통해 주목할 만한 시장과 아이템에 관한 저희의 생각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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