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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May 23. 2024

버티컬 커머스가
살아남는 3가지 해법

버티컬 커머스 성공의 열쇠: 가격, 배송, 브랜딩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 장동욱 이사, 안혜원 선임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버티컬 커머스, 쿠팡·C커머스 시대에서 살아남기


쿠팡이 접수한 이커머스 시장에 알리・테무 등 이른바 C커머스가 진출하며 커머스 경쟁이 심해졌단 소식, 들어보셨을 겁니다. 누가 승자가 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종합 커머스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버티컬 커머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집니다. 굳이 버티컬 커머스를 찾지 않아도 쿠팡・알리 등에서 어떤 물건이든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다루는 카테고리의 종류와 퀄리티는 점차 좋아지고 있습니다. 쿠팡을 볼까요? 생필품부터 가전, 간편식, 의류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를 전시 중인 동시에, 쿠팡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쌓이며 입점하는 제품의 퀄리티와 브랜드파워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선식품이나 펫 같은 버티컬 커머스 영역에서도 쿠팡의 영향력이 꽤 커졌습니다.


애초에 각 버티컬 영역 안에서의 경쟁이 심화하고 성장보다 수익이 중요해진 상황에 쿠팡과 C커머스가 이커머스의 판을 차지해버리니 버티컬 커머스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버티컬 커머스는 모두 끝났다고 단언하기엔 너무 이릅니다. 꿋꿋이 살아남는 커머스는 분명 존재하며, 그들이 공유하는 특징 또한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선 살아남는 버티컬 커머스의 조건을 이야기합니다.





재미는 거들 뿐, 핵심은 가격


먼저 커머스의 본질은 다음과 같습니다.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배송하는 것’.


여기서 가장 두드러지고도 핵심적인 특징은 단연 가격입니다.

유저마다 특별히 선호하는 상품의 기능, 디자인은 모두 다릅니다. 보편적으로 선호되는 기능이나 디자인은 있겠습니다만, 유저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가격입니다. 유저가 커머스와 상품 간 객관적이고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정량 지표 역시 1순위는 가격입니다. 어떤 물건을 다루든 가격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 다른 요소의 의미는 퇴색합니다.



종종 ‘올웨이즈’ 성공의 주된 요소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앱에 게임 요소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게임이 올웨이즈의 성공에 보탬은 됐겠으나, 역시나 성공의 본질은 낮은 가격입니다. ‘팀구매로 초특가 쇼핑하자’라는 가성비 어필이 통했기에 사후적으로 붙은 게이미피케이션과 콘텐츠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고 보는 게 적절합니다. 커머스는 일단 물건을 괜찮은 가격에 팔아야 다른 매력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가격 외에 다른 요소가 본질처럼 여겨진 건 스타트업의 버티컬 커머스라면 으레 재미로 승부해야 한단 고정관념 탓이 아닐까요? 재미와 센스가 곧 스타트업의 강점이고 엔터테인먼트가 버티컬 커머스의 혁신이라는 인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저 간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유저 리텐션을 높일 게이미피케이션이 버티컬 커머스의 필승 전략으로 여겨지는 식인데요. 하지만 저희는 커뮤니티・콘텐츠 서비스가 커머스 기능을 덧붙이려다 실패한 사례를 수도 없이 많이 봐 왔습니다.


그런 사례를 보며 내린 결론은, ‘앱으로의 진입 의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단 점이었습니다.

유저는 앱에 분명하고도 단순한 의도를 가지고 진입합니다. 게임 앱엔 게임을 하고자 커뮤니티 앱엔 정보를 공유하고자 진입할 뿐, 유저가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긴 굉장히 어렵습니다. 서비스와 커머스 간 개연성이 떨어지면 앱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배송, 또 다른 해자


사실 스타트업이 가격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탓입니다. 어느 정도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출혈 경쟁을 버텨야 하기에 스타트업의 가격 경쟁은 단기적으론 시도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론 성립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가격 외에 다른 해자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배송입니다.

다시 커머스의 본질(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배송)을 생각해 보면, 배송 역시 업(業)의 본질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송의 측면에서 쿠팡보다 뛰어나다면 충분히 유저에게 어필될 텐데요.




배송을 해자로 삼은 예시로 ‘오늘의집’을 들 수 있습니다.

오늘의집의 주요 제품군인 가구는 배송이 까다롭습니다. 크고, 무거우며 브랜드마다 제조지가 산재했기 때문에 쿠팡 풀필먼트가 커버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늘의집은 그런 가구 배송을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공했습니다. 가구 배송의 완성은 ‘집 앞 도착’이 아니라 ‘집 안 설치’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빨리 배송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송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늘의집은 이를 직매입과 방대한 판매 데이터를 통해 해결하며 인테리어 커머스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배송을 해자로 삼을 만한 버티컬은 가구 외에 신선식품, 명품, 전자기기 등이 있습니다.






고관여와 매력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해자는 브랜딩의 영역일 수 있습니다.

바로 고관여 제품, 즉 쿠팡에서 살 수 없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니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뛰어난 브랜드파워나 품질, 큐레이션 역량을 갖추는 식입니다.


고관여가 잘 통하는 제품군으로는 패션, 인테리어, 육아용품, 건강식품 등이 있습니다.

유저가 ‘나만의 것’ 혹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것’을 원하는 버티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버티컬들도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가격과 배송 경쟁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집니다. 그럼에도 해당 버티컬은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무척 높기에 꾸준히 자사만의 매력을 개발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쉽게 얻을 수 있고, 누군가는 노력한다고 얻기 어려운 역량이 바로 매력일 텐데요. 그렇기에 쉽사리 ‘고관여가 답’이라고 말하긴 위험합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남들보다 수월하게, 또 긴 기간 동안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스타트업은 꾸준히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합니다.



카카오벤처스 장동욱(Brian) 이사, 카카오벤처스 안혜원(Anne) 선임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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