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입니다.
투자팀은 늘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함께 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궁금증과 고민이 생겨서 팀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아마 시장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누구나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실 듯합니다. 생각은 다양할수록, 대화는 깊을수록 좋기 때문에 저희가 가졌던 생각의 일부를 앞으로 하나씩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창업자, 투자자, 혹은 시장에 흥미를 가지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외국인'은 분명 메가 트렌드입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숫자와 국내 인구 대비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이 갈수록 커져 갑니다. 2023년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는 약 251만 명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습니다. 국내 인구의 4.89%가 외국인인 셈입니다.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의 존재감은 점점 커질 전망입니다. 트렌드를 등에 업고 외국인향 서비스를 시도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습니다.
외국인향 서비스가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도 듣기 어렵습니다.
저희도 여러 외국인향 서비스를 검토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외국인 시장에는 여러 한계가 있고, 그것이 스타트업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단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한계를 과소평가하거나, 몇 개의 한계에만 집중합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한계는 크게 세 가지이며, 모든 한계를 뛰어넘는 팀이 주목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번째는 사이즈의 문제입니다. 외국인 시장은 B2C를 시도하기에 작고 파편화됐습니다. 물론 사이즈는 "꾸준히 커지는 중”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상술했듯 국내 외국인의 숫자나 그들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표면적으로 보이는 외국인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선 항상 SAM(유효 시장: Serviceable Available Market)이나 SOM(수익 시장: Serviceable Obtainable Market)을 볼 필요가 있는데요. 상술한 지표(외국인 숫자 251만 명)는 TAM(전체 시장: Total Available Market)의 증가를 나타낼 뿐, 실질적인 시장 규모를 말해주진 않습니다.
외국인이 많긴 하지만, 고객으로 전환시킬 만한 외국인은 여전히 적습니다. ‘외국인’이라고 뭉뚱그리긴 하지만, 국가마다 문화권마다 다른 집단이라고 봐야 합니다. 같은 국가에서 왔다고 해도 성별이나 연령, 직업 등에 따라 또 세분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계속 시장을 쪼개다 보면 웬만한 서비스는 사이즈가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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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이질성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외국인은 이질적인 집단이 아닙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굳이 ‘외국인을 위한 OOO’을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성을 위한'
'종교인을 위한’
'반려인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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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특정 집단을 타겟팅하는 전략의 성패는 해당 집단이 다른 집단으로부터 얼마나 이질적인가에 달려있습니다. 예컨대 중년향 패션 플랫폼 ‘라포랩스'는 청년과 분리된 소비를 원하는 중년의 세대적 이질성을 파고들었고, 여성향 성지식 플랫폼 '자기만의 방'은 성•연애 고민을 이성이나 불특정 다수와 나누길 꺼리는 성적 이질성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렇게 ‘XXX를 위한 서비스’는 ‘XXX’가 다른 집단과 분리되거나 차별화된 경험을 하고 싶어 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 점에서 ‘외국인’은 서비스적으로 접근하기 참 까다로운 집단입니다.
여행이 목적이 아닌 체류가 목적인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는 무엇일까요. 서비스를 모국어로 제공하는 것? 국가별 입맛이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 전부 아닙니다. 언어 기능을 제공하는 건 중요하지만 외국인 서비스만의 특장점이 되긴 어렵습니다. 기존 서비스들도 빠르게, 언제든지 도입할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번역 서비스의 성능이나 편의성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기에 ‘언어’는 더 이상 해결하기 까다로운 페인포인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정 국가나 문화권 하나하나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효율이 지나치게 떨어집니다. 소수 외국인을 상대로 무척 높은 CPI를 지불해도 외국인의 평균 LTV는 생각보다 작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LTV를 키우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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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외국인 고객의 LTV를 키우는 것도 무척 어려워 보입니다. 외국인 서비스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커뮤니티나 각종 시설을 통해 어렵사리 외국인 고객을 모았다고 가정해도 비즈니스를 붙일 여지가 적습니다.
이미 정착하기로 마음 먹은 외국인은 굳이 외국인향 서비스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그저 더 좋은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쿠팡, 배민, 당근 등 검증된 서비스를 외국인이라고 해서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서비스들은 외국어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며, 이미 많은 외국인이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나마 효율적으로 보이는 영역은 채용입니다. 일상생활과 달리 채용 시장에선 외국인 집단의 이질성이 굉장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취업 중개 등 채용 서비스를 풀어내고자 해도, 체류 외국인은 애초에 직장을 구한 후에 입국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채용을 풀어내려면 30대 이상 외국인보단 유학생을 타겟팅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실제로 최근 타국에 거주 중인 현지인을 우리나라로 중개 유학을 보내는 식의 유학원 모델이 좋은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유학원 모델이 이미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보니, 유학원과 협업을 하고자 해도 사업자 간 눈높이가 잘 맞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거죠. 게다가 유학생 수는 매년 많아야 10~20만 명 수준이라 노력에 비해 사이즈가 작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한계만 주구장창 늘어놨습니다. 그럼에도 외국인 시장은 계속, 진지하게 지켜봐야 하는 분야입니다. 한계가 뚜렷하단 건 그걸 극복해 내는 팀이 무척 귀하며 높은 밸류를 쥘 수 있단 뜻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외국인 시장에서 뵙고 싶은 팀은 한계에 지레 겁먹지 않는 팀입니다.
지금 당장은 한계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성공 확률이 낮아 보이기도 합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외국인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은 야수(수비수)가 2배인 팀을 상대로 타석에 들어서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디로 공을 날려 보내도 야수가 너무 많다 보니, 평소 같으면 안타가 될 공도 아웃이 되는 거죠. 대신 안타가 적은 만큼 홈런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입니다. 끈질기게 볼을 골라내 볼넷을 얻어내는 타자도 더 좋은 대우를 받겠죠.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한계를 최소화할 아이템은 뭘까?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외국인 시장에 대해서 저희도 계속해서 고민하는 질문입니다. 나름의 답은 물론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희의 생각 역시 오답일 확률이 높습니다.
애초에 정답이란 게 지금 시점에선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 외국인 시장에는 수많은 한계를 모두 뛰어넘을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거나, 집요하게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있는 팀이 필요해 보입니다.
▼ 카카오벤처스 투자팀의 인사이트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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